'사립유치원 비리 파동', 교육대란으로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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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식 해법은 ‘재산 몰수’나 다름 없어...교육의 질에 집중해야”
지난 5년동안 감사받은 유치원 중 91%가 비리유치원?
2012년 ‘누리과정’ 도입하며 일방적으로 준용한 회계규칙이 원인

“유치원생들이 낸 교비로 명품백과 성인용품까지 샀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를 폭로하면서 시작된 ‘사립유치원 비리 파동’에 대한 상당수 학부모들의 분노는 이 한 마디에 압축돼 있다.

박 의원은 지난 11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2013~2017년 감사를 벌인 결과, 전국 1878곳의 사립 유치원에서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고 발표했다.

반면 사립유치원들은 박용진 의원의 폭로가 ‘가짜 뉴스’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 의원의 폭로에 따르면 사립유치원은 전부 비리 유치원이라는 건데, 이는 제도적 결함에 기인한 것이지 실제로 도덕성의 문제는 아니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시도교육청 감사를 받은 유치원 중 비리유치원으로 적발된 1878곳은 전체의 91%에 해당한다.

박 의원의 폭로 이후 열흘 만에 강경한 대응책을 들고 나온 교육부와 ‘폐원’을 각오한 사립유치원, 양측 모두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내년도 보육대란은 예고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치원 교육 시스템에 대한 개혁 없이 땜빵식 처벌만 하려한다는 지적도 따른다.

●사립유치원은 어쩌다 비리의 온상으로 찍혔나

‘사립유치원 비리’는 지난 2012년 만 3~5세에 적용되는 일종의 무상교육인 ‘누리과정’이 도입될 때부터 예견돼 있었다. 누리과정이란 만 3~5세 아이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다닐 경우, 가구 소득과 관계없이 정부가 매달 교육‧보육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사립유치원은 누리과정 시행과 동시에 이전에는 적용받지 않던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을 준용받게 됐다. 앞서 박 의원이 공개함 감사 결과에서 ‘비리유치원’ 감사 시기가 사립유치원에 준용되는 회계규칙이 바뀐 2012년 이후에 시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회계규칙은 사립유치원이 인건비나 급식비, 교구 조달 비용 등 규칙에 열거된 항목으로만 지출을 허용한다. 문제는 유치원이 사립학교법상 학교에 해당하긴 하지만, 대다수의 사립유치원이 법인이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등록해 사업을 시작했다는 데 있다.

2017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사립유치원 4,282개소 중 87%인 3,742개소가 개인사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사실상 대다수의 유치원이 식당이나 개인병원처럼 ‘자영업’의 형태로 설립돼 운영돼왔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유치원은 ‘유치원의 영리성’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던 1980년대에 급증했다. 구체적으로는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유치원은 원치적으로 유료로 하며 효율적으로 성과있는 유아교육이 되도록 할 것’을 주문하면서다. 양재도 당시 문교부 종합기획관은 ▲누구나 유치원을 설립하고자 하면 제한 없이 인가할 것 ▲유치원 운영에 일체의 간섭을 하지 말고 학부모들의 선택에 맡길 것 등을 원칙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1980년 861개였던 사립유치원은 1988년에는 3,402개로 늘어났다. 당시 유치원은 유치원 회계와 소유자의 개인 회계 사이에 구분을 요구받지도 않았다.

즉 1980년부터 2012년 사이에 설립된 유치원들은 현재 정부가 ‘비리 유치원’의 기준으로 삼는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을 조건으로 설립되지 않았고, 영리성을 인정받으며 운영돼왔다는 뜻이다. 1980년 이전에 설립된 861개소와 2013년 이후 설립된 278개소를 제외한 3,152개소의 유치원에 이에 해당한다.

사립유치원들은 2012년 처음 회계규칙이 도입될 때부터 별도의 회계규칙 제정을 요구해왔다. 이에 정부 측도 유치원에 적용할 새로운 회계규칙을 제안했지만, 결국 새로운 회계규칙이 제정되지 못한 채 오늘날에 이르며 ‘비리유치원 사태’가 터진 셈이다.

김정호 전 연세대 특임교수는 “원래는 합법적으로 인정되던 투자수익 회수 행위가 갑자기 불법화되면서 사립유치원 소유자들이 범법자가 됐다”며 “2012년부터 사립유치원에 준용된 회계규칙은 자기 돈을 투자해서 유치원을 설립한 소유자의 투자와 기여에 대한 보상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립유치원, 비리는 맞지만 불법은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육 당국에서 사립유치원의 지출을 두고 비리라고 지적하더라도 검찰이나 법원에서는 합법성을 인정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서울시교육청이 횡령으로 고발한 2개의 사립유치원이 모두 검찰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비법인 사립유치원은 ‘개인 사업자’와 유사하기 때문에 유치원의 돈을 개인적으로 지출한 것을 업무상횡령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6년 경기도교육청이 횡령 및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20여곳 중 상당수 사립유치원도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법원의 판단도 검찰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법원은 지난 2012년 사립학교(사립유치원) 설립자 겸 경영자와 공모해 수업료를 교비회계가 아닌 다른 회계에 사용한 혐의(횡령)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법원은 검찰과 마찬가지로 “수업료 등으로 조성된 교비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유치원의 설치·경영자 소유에 속하므로, 돈을 임의로 사용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교육당국과 검찰‧법원의 판단이 엇갈리는 것은 유치원 교비에 공적 재원과 사적 재원이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 교비는 국가에서 지급하는 누리과정 예산과 학부모로부터 받는 유치원비로 나뉜다.

한유총이 “비리 유치원이라며 공개된 유치원 대부분이 비리 유치원이 아니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항변하는 이유다.

이들은 “사립유치원 설립을 위해 거금을 들였다면, 그 투자원리금과 이자상당의 비용 정도는 설립자가 당연히 돌려받아야 한다”며 “사립유치원 설립자가 적법하게 남게 된 순수익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이 있더라도 투자원리금과 이자상당의 금원을 상당히 초월하지 않는 이상 위법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한유총에 따르면 사립유치원을 짓는데는 평균 10~50억의 재원이 투자됐다.

●사립유치원 재산 몰수 및 유치원 공공화로 가는 교육부

그러나 교육부는 사립유치원 회계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사립유치원 관련 회계제도를 손보기보다 감시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지난 19일부터 ‘유치원 비리신고센터’를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국공립유치원을 확충하고 사립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종합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또 폐원하는 유치원에 대해서는 “묵과하지 않겠다”며 엄벌을 예고하기도 했다.

또 현재 사립유치원에 지원되는 ‘간접 지원금’을 ‘직접 보조금’으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 해법이 실현되면 사립유치원은 외형만 민간일 뿐, 사실상 국공립유치원으로 편입된다. 교육계 일각에서 교육부가 ‘사립유치원 재산 몰수를 추진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호 교수는 “회계규칙은 사유재산권의 내용이 사용‧수익‧처분권 중 수익과 처분권을 부인하고 있다”며 “수익과 처분권을 박탈당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몰수된 것고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국가교육국민감시단 김정욱 사무총장도 “교육부는 ‘'유치원 설립자의 재산에 대한 수익 창출 권리를 결코 인정할 수 없다'며 교육기관으로서의 공공성만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의 숨겨진 진짜 쟁점은 설립자의 사유재산권을 회계규칙상 보장할 것이냐 묵살할 것이냐 여부”라고 꼬집었다.

이어 “(교육부가 강요하는 회계 규칙에는) 사립유치원 설립자의 지위나 사유재산권을 인정하는 회계항목이 없다”며 “유치원 설립자들에게 유재산을 모두 기증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교육부 주장이 받아들여질 리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폐원' 결정하는 유치원 속속 등장...교육대란 자처하는 유은혜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유아 교육의 질을 제고하기는커녕 사립유치원의 대량 페원 사태를 피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이미 내년도 신입 원아 모집을 포기하는 형태로 사실상 폐원을 결정하는 유치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유총에 따르면 22일 현재 폐원 방침을 정한 유치원만 10여 곳에 이른다. 전체 원아 70여 만 명 중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원아들은 75% 수준으로, 신입 원아를 모집하지 않는 유치원이 늘어날 경우 보육대란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7년 4월 기준으로 전국 유치원은 국공립 4,747개소, 사립유치원은 4,282개소다.

현재로서 사립유치원이 신입원아 모집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교육당국이 가할 수 있는 강제적 수단은 없다. 서비스의 가격과 인상률은 제도적으로 완벽히 통제할 수 있지만, 신입 원아 모집까지 관여할 법적 근거는 없기 때문이다. 사립유치원이 이대로 줄줄이 폐원을 하게 되더라도 교육당국은 가만히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사립유치원을 일방적으로 비리의 온상으로 몰기보다 유아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장은 “현재 교육부 방침은 정부가 유치원을 완전히 통제하려는 방식인데, 그렇게 되면 교육의 질은 더 떨어질 것”이라며 “사립유치원이 경쟁을 통해서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시장의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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