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권 칼럼] 마녀사냥식 사립유치원 국유화 전략
[현진권 칼럼] 마녀사냥식 사립유치원 국유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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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립유치원에 대한 간접지원금을 직접지원금으로 바꾼다면 외형만 민간이고 사실상 국립유치원
모든 재정을 정부에서 책임지는 국공립 유치원은 재정적으로 한계있어
'직접지원금'은 제한받아 마땅하지만, 비리라고 공개한 지원금은 '간접지원금'...지출내역에 제한받을 이유는 없어
현진권 객원 칼럼니스트
현진권 객원 칼럼니스트

사립유치원이 정부지원금을 개인용도로 사용한 비리집단으로 전락했다. 교육부가 사립유치원을 ‘국민세금을 꿀꺽한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간 것이다. 교육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여론의 분노를 이용해 사립유치원을 국가의 틀 속에 가두는 것일 거다. 실제로 교육부는 사립유치원이 개인용도로 사용한 여러 가지 내역중에서도 ‘명품 백’과 ‘성인용품’이라는 자극적인 사례를 부각시켜 “부도덕한 집단을 응징해야 한다”는 다수의 광분을 쉽게 이끌어 내고 있다. 다음 단계는 실질적인 국유화다.

사립유치원의 정부지원금 사용비리는 외형적으로는 공금 횡령 같은 범죄로 느껴지지만, 법원에선 번번이 무죄가 된다. 사립유치원 제도와 관련해 정부와 민간의 역할에 대해 조금만 생각하면 법원의 이상한(?) 판결을 상식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을 거다.

사립유치원은 유아 교육을 담당하는 민간시설이다. 이와 비슷한 시설로 정부가 직접 제공하는 국공립 유치원이 있다. 국공립 유치원은 정부에서 모든 재정을 책임진다. 만약 정부가 모든 유치원을 국공립으로 만든다면, 민간시설은 필요없다. 그러나 정부의 한정된 재정으로는 모든 시설을 국공립화 할 수 없다. 그러니 민간의 도움이 필요하게 되고, 민간이 정부역할을 대신해 주게 된다. 정부가 하려고 하지만 재정문제로 인해 민간에 위임하는 형태는 유치원 말고도 더 있다. 민자 유치 도로 등도 이런 범주에 속한다. 이는 바람직한 방법이며, 재정학에도 ‘민간이 제공하는 공공재(privately provided public good)’ 이론을 통해 그 수단의 타당성에 대한 연구가 많이 있다.

정부의 역할을 사립유치원이 대신함으로써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다. 현재 정부가 민간시설에 지원하는 형태는 두 가지다. 첫째는 민간시설에 제공하는 ‘직접 보조금 (공급자 지원)’이다. 이는 주로 교사처우 개선비 등의 명목이다. 둘째는 민간시설을 이용하는 유아가정에 주는 ‘간접 지원금 (수요자 지원)’이다. 민간시설에 주는 직접 보조금은 월 51만원 수준이고, 간접 지원금은 유아 일인당 월 29만원으로 유아가정을 대신해서 시설에 지급한다.

정부가 사립유치원의 비리라고 공개한 정부 지원금은 민간시설에 주는 ‘직접 보조금’이 아닌, 유아가정에 지원하는 ‘간접 지원금’이다. 시설에 지원하는 직접 보조금일 경우에는 그 사용 용도가 정부가 정해놓은 지출용도에 맞아야 하며, 어길 경우에는 범죄다. 그러나 유아가정에 주는 간접 지원금은 성격을 달리한다. 민간의 많은 영역에서 정부를 고객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민간은 정부가 필요로 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가격으로 정부의 돈을 받는다. 민간 입장에서는 정부의 돈은 거래수입일 뿐이기에, 지출내역에 제한을 받을 이유가 없다. 거래수입은 민간이 획득한 재산이고, 그 재산을 사용하는 지출내역 역시 처분권리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민간시설에 대한 정부지원금인 ‘직접 보조금’은 엄격한 회계규제를 받아야 한다. 때문에 정부 돈을 수급하는 통장도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유아가정을 대신해서 받는 ‘간접 지원금’은 교육서비스 대가의 일부분이므로, 그 대가를 수급 받는 통장도 정부에서 지정할 권한이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시설에 주는 ‘직접 보조금’과 유아가정에 주는 ‘간접 지원금’ 모두 정부가 지정하는 통장을 통해 수급되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간접 지원금은 사립유치원의 사업통장에서 자유롭게 지출돼야 하며, 정부가 그 지출내역을 볼 권한이 없다. 민간의 재산이기에 지출내역 역시 민간의 정보이고, 그것을 정부가 요구할 경우 개인정보를 침해한 꼴이 되는 거다. 때문에 정부가 시설의 민간정보를 공개하는 것도 엄격한 잣대로 보면 경제자유의 침해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이런 정보를 공개해 민간시설이 부도덕하다는 다수의 광분을 이끌어 내려고 하고 있다.

교육부가 사립유치원을 실질적으로 국유화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전 단계로 ‘사립유치원 비리신고센터’를 신설해서 부도덕하다는 사립유치원의 이미지를 확대하려고 한다. 다음 단계는 ‘간접 지원금’을 ‘직접 보조금’으로 바꾸려고 한다. 아마 교육부도 법원에 가서는 번번이 깨지는 상식적인 이유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유아가정을 지원하는 ‘간접 지원금’이 ‘직접 보조금’이 되는 순간 민간시설은 외형만 민간이지, 실질적으로 정부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만다. 정부에 의해 시설의 재산권을 빼앗기게 되면, 일부 민간시설 운영자는 차라리 사립유치원을 폐원할지도 모른다. 교육부 장관은 이를 감지했는지 “일방폐원 묵과 않겠다”는 발언을 했다. 사립유치원에 들어올 자유는 있어도 나갈 자유는 없다는 말이다. 정부가 민간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세상이 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정부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민간시설의 지출내역을 적절히 공개하고, 엄포를 놓음으로써 쉽게 모든 민간시설을 실질적으로 국유화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전략을 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기본철학은 민간부문을 축소하고, 정부부문을 확대하는 것이다. 민간부문은 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사립유치원 사태도 문재인 정부의 거대한 정부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과정일 뿐이다. 아마 어린이집도 사립유치원과 똑같은 재정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녀사냥식 국유화 전략’은 어린이집에도 적용될 것이다. 그렇게 민간영역이 하나씩 정부의 틀 속에 갇히고 마는 것이다.

현진권 객원 칼럼니스트(前 자유경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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