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로는 '사실상 수락'보단 '조건부 수락' 및 원론적 검토에 가까운 듯
"교황 언급은 첫단계일뿐, 파롤린 추기경 언급대로면 北김정은 공식초청 기다려야" 바티칸 현지매체 보도
파롤린 추기경 "여정 가능성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하면 수행하기 위한 조건도 생각해야" 원론적 언급
파롤린 "(교황청의) 기본적인 기여는 평화와 비핵화 과정 지원…文 방문 이런 면에서 도움돼"

프란치스코 교황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대신 내놓은 문재인 대통령이 요청한 방북(訪北) 제안을 '수락'했다고 기정사실화하는 국내 언론 보도가 잇따랐지만 정작 교황청은 교황 방북을 '검토 대상' 수준에 놓은 듯한 언급을 내놔 주목된다. '사실상 수락'이라는 전망이 아직은 우세하지만 실상은 '조건부 수락'을 확대해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 매체 '바티칸 인사이더(VATICAN INSIDER)'는 18일 오후(현지시간) 사실상 교황 관련 일정이나 모든 책임을 지고 있는 바티칸 시국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 인터뷰한 뒤 <"교황 방북? 우리는 진지한(Serious) 준비가 필요하며, 그것은 평화와 비핵화의 자극이 될 것">이라는 제목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바티칸 인사이더는 파롤린 국무원장이 교황의 평양 방문 가능성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능하다고 했고, 우리는 방문 요청에 응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과 교황의 면담 이후 수 시간 동안 '교황이 방북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취지의 보도가 확산되자 교황청 입장을 확인해 준 것이었다.

바티칸 시국 현지 매체 바티칸 인사이더가 지난 10월18일 오후(현지시간) 보도한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과의 인터뷰. 이탈리아어를 영문으로 번역한 페이지.
바티칸 시국 현지 매체 바티칸 인사이더가 지난 10월18일 오후(현지시간) 보도한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과의 인터뷰. 이탈리아어를 영문으로 번역한 페이지.

이 매체는 "첫 걸음이 만들어지고 교황은 북한에 가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냈다"면서도, 그러나 파롤린 국무원장이 김정은의 초청에 관련해 "이런 여정을 위해서 우리는 진지한 고려와 함께 진지한 준비를 해야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바티칸 인사이더는 "파롤린 국무원장의 추가 언급에 따르면 우리는 지금 이 (김정은의 방북) 초청이 공식화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것은 오로지 첫번째 접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점은, '우리가 이 여정에 대해 진지하게 가능성을 고려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그것이 수행되도록 하기 위해 어떤 조건들이 요구될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교황청의 수상(파롤린 국무원장)이 설명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것은 다음 작업을 위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도 한다.

교황 측은 "가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그런 여정에는 진지한 고려와 진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파롤린 국무원장은 거듭 밝혔다고 한다. 

매체는 "평화를 향한 엄청난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분단된 아시아의 반도에 대한 교황의 방문이 성사된다면 엄청날 것"이라고 내다보는 한편, 특히 파롤린 국무원장이 강조하길 "기본적인 기여는 평화와 비핵화 과정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미 이번 한국 대통령의 방문은 이런 면에서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앞서 18일 문 대통령의 방북 요청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 대통령께서 전한 말씀으로도 충분하나, (북한 김정은 정권이)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중 교황이 '나는 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는 대목에 사용한 어휘는 영어로 표현하면 '가능한', '(사람들을 만날) 시간이 있는' 등을 뜻하는 'available'이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청와대 전언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교황은 김정은의 공식 초청장을 직접 받아야 방북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바티칸 인사이더의 파롤린 국무원장 인터뷰에서 드러난 교황청의 입장은 역시 김정은이 공식 초청에 나설지를 비롯해 방북 수락여부, 이행을 위한 다양한 조건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것으로 '즉각 수락'과는 한층 거리감이 있다.

교황청이 문 대통령과 교황의 면담이 끝난 뒤 공식 입장문에서는 방북 문제 언급 없이 "한반도의 긴장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유용한 노력을 공동으로 해나가기로 했다"며 "면담에서 일부 지역적 문제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고 전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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