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욱 국가교육국민감시단 사무총장
김정욱 국가교육국민감시단 사무총장

사립유치원 비리가 여론의 도마에 올라 연일 난타 당하고 있다. 박용진의원이 사립유치원 감사결과를 무차별 공개한 데 이어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며 각 교육청으로 하여금 사립유치원 감사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토록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한국사립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일부의 사례로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언론 및 법률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교육부와 한유총은 지난 수년간 사학재무회계규칙의 적용방식을 놓고 옥신각신 다투어 왔다. 이번 사립유치원 사태가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박용진의원의 폭로로 시작된 1라운드 여론전은 교육부의 완승으로 보인다. 1,878개 유치원의 감사결과 5,951건의 지적사항 모두가 비리라는 여론몰이가 비교적 성공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립유치원의 회계투명성은 개선되어야 할 과제인 것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교육부의 주장도 무리가 많다. 우선 5,951개의 지적사항이 모두 비리라며 교육부가 나서서 여론을 선도하는 것은 학부모들을 선동하여 사립유치원을 제압하려는 치졸한 꼼수로 보인다. 회계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에듀파인이라는 회계시스템을 사립유치원에 종용하는 것도 사실은 풀어야 할 쟁점은 숨겨놓은 채 여론을 등에 업고 한유총을 굴복시키려는 부당하기 이를 데 없는 짓이다.

한유총 자체 자료에 의하면 감사결과 지적사항 5,951건 대부분은 행정상의 착오에 대한 시정·주의·경고등의 처분에 해당한다. 이러한 처분들은 피감기관들이 개선 조치를 시행하는 것으로 이미 완료되었다. ‘비리’라고 하려면 형사적 처벌을 수반할 정도의 불법이어야 하지만 사실 그런 경우는 극히 일부일 뿐이다. 그런데도 사립유치원을 공격하는 측은 예외적인 일부 사례를 침소봉대하여 학부모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국가교육국민감시단이 입수한 서울시 중·고등학교 감사결과와 비교하면 한유총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서울시중·고등학교의 경우 지난 3년 동안 감사한 결과 학교마다 평균 4.3건의 지적사항이 있었다. 이에 비하면 사립유치원의 감사결과 지적건수(평균 3.1건)는 통상적인 수준이다. 행정관청 어디나 삼사일 감사를 하고 나면 서너개의 지적건수는 나오기 마련이다.

이번 사태를 빌미로 교육부가 에듀파인이라는 회계시스템을 사립유치원에 종용하는 것도 내막을 들여다보면 교육관료들의 기득권 확장 노력의 일환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길이 없다. 에듀파인에는 사립유치원 설립자의 지위나 사유재산권을 인정하는 회계항목들이 들어있지 않은데 이를 포기하고 받아들이라는 압박이기 때문이다.

한유총은 지난 수년간 자신들의 사유재산권을 포기할 수 없다며 교육부와 다투어 왔다. 이제와서 에듀파인을 무조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교육부는 회계 투명성을 내세우지만 한유총은 회계투명성을 확보하는 일과 에듀파인을 도입하는 일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여긴다. 사실 이번 사태의 숨겨진 진짜 쟁점은 설립자의 사유재산권을 회계규칙상 보장할 것이냐 아니면 묵살할 것이냐 여부이다.

사립학교는 독지가가 거액의 재산을 기증하여 세운 학교법인에 의해 운영된다. 하지만 사립유치원은 그렇지 않다. 기증이 아니라 투자에 의해 세워진 것이다. 개인이 경영하는 사업체 성격의 교육기관일 뿐이다. 따라서 사립유치원 설립자는 투자한 사유재산에 대해 일정한 수익을 내거나 유치원 경영자로서 보수를 받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런 일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사립유치원을 중·고등학교처럼 공영화하여 정부의 통제 하에 두고 싶어 한다. '유치원 설립자의 재산에 대한 수익 창출의 권리를 결코 인정할 수 없다'며 교육부는 교육기관으로서의 공공성만을 강조하고 있다. 사유재산 보장의 원칙, 사적자치의 원칙, 계약자유의 원칙을 근간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가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이 아닌가? 수입억을 투자해 유치원을 경영하던 설립자들에게 사유재산을 모두 기증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교육부 주장이 받아들여질 리 없다. 교육부의 부당한 여론몰이를 당하는 사립유치원이 차라리 문을 닫고 매각처분하겠다는 것을 비난할 일이 아니다.

사립유치원에서 투자금에 대한 수익을 내는 일이 쟁점이 되기 시작한 것은 누리과정이 실시되면서다. 지난 수십 년간 정부는 사립유치원을 교육사업의 하나로 보고 일절 간섭하지 않았다. 따라서 사학재무회계규칙은 학교에만 적용되어 왔고 사립유치원과는 맞지 않는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누리과정이 실시되자 교육부는 사립유치원으로 하여금 몸에 맞지 않은 사학재무회계규칙을 준수하도록 종용하기 시작했다. 학교시설을 기증한 학교법인에게나 적용했던 회계규칙을 개인 투자자인 사립유치원에 적용하려니 사유재산권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는 교육부 방침을 어느 누가 수용할 수 있겠는가? 사유재산을 모두 국가에 기증이라도 한 것처럼 회계규칙을 적용하려는 교육부의 지침에 사립유치원은 극력 저항해 왔다.

한유총이 에듀파인 도입을 거부하는 것은 회계투명성을 거부하려는 의도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회계규칙 안에 설립자의 지위와 사유재산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를 보완해 달라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교육부가 마치 회계투명성 만이 쟁점인 것처럼 보도자료를 뿌리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공교육은 교육부의 획일적인 통제에 의해 죽어가고 있다. 잠자는 교실이 일상이 되었지만 교사집단과 교육관료들의 밥그릇지키기 기득권 싸움으로 인해 한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그나마 유아교육은 교육부의 통제를 덜 받는 사립유치원의 열정과 창의적인 노력으로 인해 교육의 품질에 대한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초중등교육보다 높은 편이다. 사립유치원은 사인이 경영하는 학교 형태여서 교과편성이나 프로그램 운영 등에 대해 교육관료들의 입김에서 자유롭다. 민간의 창의적인 노력이 공교육을 폐해를 줄이고 있는 것이 우리의 유아교육이다.

유아교육 만큼은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꽃을 피워 학부모들에게 더 좋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환경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사립유치원의 장점을 살려 민간의 창의적인 노력이 공교육과 경쟁하면서 학부모의 선택의 폭을 늘려나가는 것이 바림직하다. 제대로 하지 못해서 원아를 모집하지 못하는 사립유치원은 망하면 그만인 것이다.

단언컨대 사립유치원이 굴복하여 교육부 통제 하에 들어가면 대한민국 유아교육은 창의성을 잃고 초·중등교육처럼 획일적인 관치교육으로 바뀔 것이다. 유치원 보낸 자녀들에게도 또 다른 사교육이 필요하게 될 수도 있다.

교육부는 사립유치원 설립자가 경영자로서 인정되고 투자한 재산에 대한 일정 수익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조속히 재무회계규칙을 개정하여 이번 사태를 마무리하기 바란다. 감사지적사항은 모두 비리라고 몰아붙이며 학부모들을 선동하는 것은 문제를 푸는 방법이 아니다.

본질은 외면한 채 괴물처럼 변질된 이번 사립유치원 사태를 보면서, 유아교육 헤게모니를 쥐려는 교육 관료들의 밥그릇 늘리기 욕심과 청문회 과정에서 자격논란으로 권위가 훼손된 유은혜 장관의 자리 지키기라는 두 집단의 이해득실이 맞닿아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한유총 비대위도 비리문제를 다루는 것과 사학재무회계규칙에 담겨야 할 내용의 가치는 맞바꿀 수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하기 바란다. 에듀파인 도입과 관련하여 교육부에 요구한 사항이 정히 관철되지 않으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모호한 태도로 혼란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

국가교육국민감시단 사무총장 김정욱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