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북은 김정은 서울 답방과 함께 평화 쇼의 절정
-김정은이 선교 자유 약속하고, 가톨릭 박해 사죄부터 해야
-문재인, 추기경 무시하고 정의구현사제단 대동한 것도 문제
-프란치스코의 성향상 성사 가능성 배제 못하는 게 우리 현실
-문재인의 위험한 ‘김정은 대변인놀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조우석 객원 칼럼니스트
조우석 객원 칼럼니스트

참 놀라운 사태의 연속이 아닐 수 없다. 우선 북한 김정은이 올 연말 정말로 서울을 방문해 대통령 문재인과 나란히 광화문광장에서 시민을 향해 대중 연설을 할 개연성을 배제 못한다. “6.25남침 사과하라”, “천안함 폭침 사과하라”는 피켓 시위는 한참 뒷전에 밀릴 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 직후 또 다른 이벤트가 우릴 강타할 수 있다.

내년 봄 교황의 방북이 성사돼 프란치스코가 평양 아이들의 뺨을 부비는 장면이 세계로 중계될 가능성 역시 없지 않다. 어쨌거나 교황의 방북 카드가 갖는 위력을 무시 못한다. 만일 그게 만일 성사된다면 문재인-김정은 ‘평화 쇼’의 절정이자 완결판을 장식할텐데, 그게 걱정이다.

벌써부터 위험천만한 착시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조중동 중 한 곳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역사적 방북 기대한다”는 사설까지 떡 하니 내보냈다. 잠꼬대 같은 소리에 하품이 나온다. 평양회담 이후 여적죄(與敵罪)로 고발당한 ‘남측 대통령’이 미덥지 못하고, 그가 “악마적 의도를 가진 김정은의 대변인”(미국 변호사 고든 창)이란 의구심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프란치스코의 방북은 아직 유동적이다. 청와대가 방북 의사를 부풀리는 등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고, 교황의 의중도 방북할 수 있다는 원칙적 의견 표명 정도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내 성사될 가능성을 배제 못하는데, 교황 자체가 해방신학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 선교의 문을 연다는 그럴싸한 명분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프란치스코의 방북은 정치적 편향이 없지 않은 남미 출신 교황, 뜻하지 않게 떡 하나 얻어먹게 된 평양 돼지 김정은, ‘평화 쇼’의 완성을 위해 공연히 바쁜 이해 못할 문재인 등 셋 사이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 엽기적인 그림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적할 게 수두룩한데 우선 절차상 혼란이다.

교황의 말대로 현재 김정은의 초청장이 없이 여기까지 일이 진행됐다. “교황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김정은의 구두 발언을 문재인이 전달하는 외교라는 게 정상적일 리 없는데, 디테일도 문제다. 왜 우리정부는 교황의 방북 추진 과정에서 염수정 추기경을 ‘투명인간’ 취급하는가?

상식이지만 염 추기경은 서울교구장 신분으로 평양교구장까지 겸직한다. 그건 교황청의 발령사항이 아니던가. 때문에 교황의 방북을 요청하려면 그를 모시고 갔어야 했다. 최소한 그의 허락이 전제돼야 한다. 교황의 특정국 방문은 정부와 교회가 함께 초청하기 때문이다. 문재인은 그걸 무시한 채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를 데리고 교황청을 방문했는데, 그게 영 개운치않다.

그렇지 않아도 쑥대밭인 한국가톨릭의 위계질서를 이 나라 대통령이 다시 엉망으로 만들어도 될까? 좋다. 그런 절차상의 하자를 교황도 잠시 눈을 감아준다고 치자. 그러나 말할 건 말하자. 실은 염 추기경의 처신부터 문제다. 그는 이런 파행적 상황의 피해자이자 이해 당사자가 아니던가?

그런 그는 왜 지금도 내내 침묵을 선택하고 있는가? 교통정리할 의무가 당신에게 있는 게 아니던가? 한국가톨릭의 정신적 지주인 그에게 물어봐야 할 건 또 있다. 한국가톨릭이 ‘거대한 빨갱이 양성소’라는 지적을 받는 현 국면에서도 왜 전혀 손을 못 쓰는가? 당신의 이념 성향은 중도라고 하지만, 좌익 사제들이 날뛰고 있다는 걸 온 국민이 안다.

좌익 사제들이 문재인 정부와 사실상의 정교(政敎)유착이 된 현재의 불행한 상황을 왜 당신은 조금도 콘트롤하지 못하는가? 책임있는 지식인으로 지적하지만, 한국가톨릭의 추락은 손쓸 수 있는 지경을 이미 벗어났다. 그리고 절반 이상의 원인이 추기경의 리더십 부재 탓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열 말이 필요 없다. 가톨릭 최고의결 기구 주교회의가 2년 전 가톨릭매스컴대상에 JTBC 손석희를 선정했다는 것 자체가 어이없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도화선이 된 타블렛PC 보도가 수상 이유란다. 평신도들은 가짜뉴스의 주범에게 월계관을 씌워준 결정을 규탄해도 저들은 꿈쩍도 않는다. 즉 사제-평신도 사이는 이미 금이 갔다.

그리고 가톨릭은 한국사회 좌경화의 견인차다. 2008년 광우병 파동 때도 그랬고, 그 이전 KAL 테러범 김현희 가짜 소동에도 사제들이 발광했다. 신도들이 성당에 등 돌리는 것도 그런 이유다. 대수천(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등을 조직해 대응하지만, 고질적인 이념편향에 돈맛 권력맛까지 알아 버린 사제들은 마이동풍이다.

가톨릭 등록신자 574만 명 중 80% 전후한 463만 명이 냉담자로 성당에 안 나가는 것도 그런 이유다. 오죽하면 대수천 회원들이 “좌익 신부들, 옷 벗고 나가라!”고 외칠까? 그런 상황에서 “난 빨갱이 아니야”라고 정면에서 대응해오는 소신파 사제들도 없다고 들었다. 개구멍으로 줄행랑치기 바쁘다.

그렇다면 저들은 사제복으로 위장한 좌익 모리배(謀利輩)에 다름 아니다. 이런 참담한 상황에서 서둘러 교황 방북을 추진하는 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반복하지만 신부-수녀들이 촛불 폭동에 한 축을 담당해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리고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킨 게 지난 2년여의 과정이다. 그런 가톨릭과 문재인 정부가 한 몸이 된 채 교황 방북 초청을 둘러싸고 또 한 번 기기묘묘한 마술을 부리고 있다는 게 많은 이들의 의구심이다.

결정적인 게 또 있는데, 한국가톨릭의 정체성 자체가 문제다. 한국 천주교는 평신도들의 피로 만든 종교다. 103인 성인 중에 92명이 순교한 평신도다. 103인 성인 중 신부는 김대건 한 명이고, 나머지는 외국인이다. 그렇다면 지금 좌익 사제들은 무식하다 못해 교회역사 앞에 너무도 오만하다. 왜 당신들 멋대로 가톨릭을 끌고 가려 하는가?

만의 하나 교황의 방북이 성사될 경우 그건 세기의 이벤트가 아니라 ‘전에 없던 사기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덧붙이지만 현재의 북한은 거대한 ‘천주교의 무덤’이다. 지금도 성경을 소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수백 명이 수용소에 갇혀있지만, 이런 상황이 교황 방북 하나로 바뀔 것으로 보는가? 외려 평양돼지 김정은에게 천사의 날개를 달아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본래 해방 직전까지 한반도 남쪽은 개신교의 교세가 강했고, 북한은 가톨릭신자들이 많았다. 가톨릭이 오래 전부터 황해도 평안도를 중심으로 퍼진 연고 때문이다. 그러나 김일성의 공산당은 종교가 아편이라며 신자들을 모두 반역세력으로 몰아 처형했다. 6.25 남침 때에도 그랬다.

한국의 많은 신부와 수녀들을 죽이고 천주교회를 쑥밭으로 만들었던 걸 우리는 안다. 이런 현대사에 눈 감은 좌익 사제들의 경거망동과 ‘좌빨화’는 정말 이해 못할 대목인데, 이런 걸 두루 염두에 두자면, 교황의 방북 추진은 선결조건이 있다. 김정은이 선교의 문을 열겠다는 약속을 먼저 하라! 그리고 그 무지막지한 가톨릭 박해 역사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도 함께 하라!

그리고 이게 진정성있고, 실효성을 동반하며, 불가역적 조치라는 걸 한국가톨릭이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다. 이런 조건을 두루 충족시키지 못하는 교황의 방북은 무효다. 이뤄지더라도 최악의 사기다. 그리고 이참에 한국사회 최악의 집단인 사제들에게 경고를 하려 한다.

당신들의 땅을 치는 참회 없이 가톨릭의 부활은 없다. 신자가 아닌 나는 그걸 감히 단언한다. 그리고 그들과 한 몸으로 돌아가는 문재인, 당신도 문제다. 당신은 교황청 연설에서 “이제 한반도에서 자애와 진실이 서로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출 것”이라고 떠벌였는데, 그걸 액면 그대로 믿는 이는 아무도 없다. 공허한데다가 위험천만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좌익 사제와 문재인, 당신들에게 며칠 전 발표된 대수천의 성명서를 읽어드린다.

“평신도가 흘린 피로 꽃 피운 성전을 공산혁명기지화 하고 있으며 (좌익사제들이) 신자들이 낸 성금과 피땀으로 세운 교회에서 주인노릇을 하고 있다. 좌익사제들은 반역행위를 일삼아 교회분열 국론분열 남남갈등을 조장하여 망국의 길에 앞장서고 있다.” 100% 맞는 말이다. 좌익 사제와 위정자들, 이제 당신들의 참회 차례다.

조우석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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