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증시는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전 거래일에서 2.94% 급락
유동성 문제로 청산위기에 몰린 민영기업...중국 당국은 '청산 자제' 압박
3분기 경제지표 악화에도 中고위관료들 일제히 "경제 안정적...발전 추세 변함없어"

귀수칭 은감위 주석
궈수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이 이어지던 2009년 1분기(6.4%) 이후 8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6.5%로 떨어지고, 중국 증시는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중국 당국은 이에 투자자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19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3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작년동기대비 6.5% 증가해 시장 전망치인 6.6%에 미치지 못했다.

중국의 분기별 GDP 증가율은 작년 1분기 6.9%를 기록하고 나서 계속 둔화하는 추세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경제성장률은 각각 6.8%, 6.7%였다. 중국의 1∼3분기 평균 GDP 증가율은 6.7%였다.

이는 중국 정부가 당초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6.5%에 근접한 수준이지만 올해 3분기 산업 생산의 감소, 소매 매출 둔화, 투자 감소, 증가하는 기업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등 좋지 않은 징조들이 나타나는 상황이다.

3분기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11.7%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는 사실상 선주문 성격이 많아 앞으로 이같은 수출증가 속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중국의 3분기 경제 지표가 발표되면서, 중국 경제가 악화하고 있다는 신호는 추후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보스턴에 있는 아카디안 자산운용 관리자인 빈쉬는 "중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미국과의 무역 문제에 있어 대처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예전과 비교해 국제무대에서 자신감이 떨어질 것"이라고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밝혔다.

한편, 중국 정부가 지방 정부 주도의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통해 투자 부진을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투자 확대 흐름은 나타나지 않았다.

1∼9월 중국의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5.4%다. 이는 시장 전망치와 1∼8월 증가율인 5.3%보다는 0.1%포인트 높은 수치지만 이는 여전히 1995년 이후 최저 수준에 가까운 것이어서 중국의 전반적인 투자 부진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또다시 부채를 늘리는 중이다. 지난 6월 경기둔화 우려에 대응해 지방정부가 인프라 건설을 위해 1조3500억위안(약 221조원)에 달하는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경기 부양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내부적으로 지방정부와 기업들의 과도한 부채 문제가 심각한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부채감축(디레버리징)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지만, 중국 당국은 올해 경제성장 둔화 추세를 극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판단하고 통화 정책 완화,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8일 전 거래일보다 2.94% 급락한 2,486.42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2월 고점 대비 30.68% 추락한 것이다. 2006년 5월의 사상 최고점인 5,178.19에 비해서는 '반 토막'이 난 상태다.

그러나 중국 국가통계국은 자국 경제가 아직 안정적 발전 추세에 있다고 자평했다. 

국가통계국은 이날 낸 성명에서 "복합하고 엄중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영도 하에서 국민경제는 전체적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가운데 경제 구조 또한 부단히 선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궈수칭(郭樹淸)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은 19일 "현재 우리나라 경제의 안정 속 발전 추세에는 변함이 없다"며 "시스템적 금융위기도 완전히 통제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기관들이 과학적·합리적으로 주식 담보 대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며 "(주가 하락으로) 청산 기준에 다가서더라도 (채무 기업의) 미래 발전 가능성 등 요소를 고려해 실제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류스위(劉士余)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도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방 정부들이 주식 담보 대출 청산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민영기업들을 지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장려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강(易綱) 인민은행장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금융 리스크 예방 업무가 진전을 이뤄 레버리지 비율은 이미 안정적인 상태에 접어들었다"며 "경제의 내부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중국 증시의 평가가치(밸류에이션)가 역사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주가 급락 사태는 중국의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과는 배치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행장은 민영 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들의 자금난이 여전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인민은행이 향후 상황을 내다보는 가운데 정책 수단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일각에선 최근 많은 민영 기업의 주식담보대출이 주식 가치 하락으로 청산 위협에 직면한 것과 관련해 채권자인 금융기관들에 중국 당국 차원에서 사실상 '청산 자제령'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 행장이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30 국제은행 세미나'에 참석해 "만일 필요하다면 중국은 금리 정책이나 지급준비율을 조정할 충분한 공간이 있다"고 발언한 바 있어 중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중국 경제 분야 당국자들은 일제히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경제 지표들은 사실상 중국 경제가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지방정부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을 상대로 이들의 주식과 채권을 매입해주고 있지만, 이는 기업들의 부채를 지방정부에 전가하는 것에 불과해 악화하는 경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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