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당일 상황실장 민노총 천막농성 참여로 2인1조 예비대기자 업무 맡겨…檢은 기소유예
민노총 "하청업체 직영화"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 단초 된 사건
오히려 최근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대거 고용세습 의혹으로 이어져
한국당 "김군 죽음 계기로 서울시는 젊은이 일자리 빼앗아 민노총 나눠주기로 점철"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사건의 발단이 된 2016년 5월28일 오후 5시57분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을 홀로 진행하던 김모군(당시 19세) 사망 사고 발생 당시, 작업 감독자인 현장 상황실장이 민노총 노조 집회 참석차 근무지를 무단이탈했다는 정황이 제기됐다.

19일 중앙일보는 지난 6월 서울 동부지법의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 1심 판결문을 토대로 이같은 사건 전말을 보도했다. 

앞서 저임금 비정규직이던 김군이 '2인 1조' 안전수칙을 위반한 채로 홀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열차 진입을 미리 알지 못한 채 스크린도어와 열차 사이에 끼어 숨지면서 '열악한 근무환경'을 비판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당시 김군의 유품 가방에서 컵라면이 나오는 등 저임금 비정규직 근로자였던 고인의 힘들었던 삶이 드러나면서 한국 사회 전반의 안전불감증, 효율에만 집중하는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

그러나 민노총은 비판여론을 계기 삼아 서울시에 '하청업체 직영화'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고, 서울시는 이를 서둘러 수용했다. 

지난 2016년 5월 구의역 스크린도어 작업을 홀로 진행하던 숨진 서울시 용역업체 은성PSD 비정규직 김모군(당시 19세)을 시민들이 추모하던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 2016년 5월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작업을 홀로 진행하던 중 숨진 서울시 용역업체 은성PSD 비정규직 김모군(당시 19세)을 사고 이후 시민들이 추모하던 모습.(사진=연합뉴스)

판결문에 따르면 사고 당일 김군이 소속된 용역업체 은성PSD의 근무자는 상황실장과 예비 대기자, 1~4호선 담당자 각 1인 등 총 6인이었다.

문제가 발생하면 1~4호선 담당자와 예비 대기자가 2인 1조로 출동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팀원들의 작업을 감독해야 할 당시 상황실장 신모씨는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근무지를 무단 이탈했다. 

당시 오후 2시부터 서울시청 맞은편에서 열린 노조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민노총 산하의 은성PSD 노조는 당시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의 자회사 설립에 반대하는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결국 구의역 스크린도어 고장이 접수된 오후 4시58분에 신씨는 근무지를 이탈한 상태였고, 김군과 함께 2인 1조로 현장에 나가야 할 예비 대기자 표모씨는 신씨를 대신해 상황실장 업무를 맡았다.

이 때문에 결국 김군이 혼자 작업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표씨는 경찰 조사에서 "신씨가 자리를 비우지 않았으면 피해자(김군)는 나와 같이 나갔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신씨는 이날 사고 발생 소식을 듣고 나서 오후 6시30분쯤 사무실로 복귀했다.
  
재판부는 김군 사망의 '개별적 원인'으로 "신씨의 무단이석이 사고 당일 근무 인원의 부족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당시 근무 인원이 6인에 불과해 1~4호선을 상시로 2인 1조 출동이 항상 가능한 9인에는 못 미쳤다"며 은성PSD의 정비인력 문제를 '구조적 요인'으로 함께 지목했다. 

신씨는 서울메트로 퇴직자로서 하청업체에 입사한 경우였다.

서울메트로는 퇴직한 직원의 고용 보장 등을 조건으로 하청업체인 은성PSD에 사업 수주와 현금 지원을 해줬었다.

서울메트로 퇴직자 출신 직원들은 정년을 보장받고 일반 직원 2배가량의 임금을 받았다. 

서울메트로에서 간판을 바꾼 서울교통공사.

최근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3월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시킨 1285명 중 적어도 108명이 재직자 친인척이었던 것으로 드러난 것을 계기로, 자유한국당 등은 구의역 참사를 악용해 "서울시 공기업이 노조의 패밀리 비즈니스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은 "당시 김군은 '노조 집회에 참석해야 한다'며 일을 떠넘긴 민노총 소속 상사의 갑질에 희생된 것"이라며 "그의 죽음을 계기로 서울시가 취한 조치는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민주노총에 나눠주는 것으로 점철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전직 은성PSD 노조 관계자는 "신씨가 자리 이동을 했든 아니든 애당초 2인 1조 작업은 전혀 가능하지 않았다"며 표씨의 진술과 배치되는 주장을 했다.

그는 "당시 사고는 서울메트로·은성PSD가 비용 절감을 위해 인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고 싸구려 불량 부품을 갖다 쓴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신씨 쪽의 책임을 부인했다.

한편 앞서 지난 6월7일 서울 동부지법 형사3단독 조현락 판사는 구의역 참사 1심 선고공판에서 은성PSD 대표이사 이모씨(64)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이정원 전 서울메트로 대표(54)에게는 벌금 1000만원, 당시 구의역 부역장과 과장에게 각각 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서울메트로 전자사업소장(1000만원), 승강장안전문 관리팀장(800만원), 안전관리본부장(500만원)에게도 각각 벌금형을 선고했다.

안전 조치 미이행 혐의(산업안전보건법 위반)로 기소된 은성PSD 법인에는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서울메트로에 대해서는 기소 이후 이뤄진 법인의 신설·합병으로 형사책임이 존속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공소 기각 결정을 내렸다. 

신씨의 경우 재판에 앞서 검찰이 수사 결과 발표 때 근무지 무단이탈 관련 사실을 누락하고 "직위 등을 미뤄봤을 때 기소될 정도로는 책임이 없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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