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광덕 의원 "정부 스스로 엉터리 사기문서로 전락시켜, 제대로된 비용추계 동의받으라"
통일부 밝힌 10.4선언 9건 넘는 사업 중 5건만 반영…비용 1년치 졸속추계에 논란 가중될듯
법제처 "기존 채택된 6.15 선언·10.4선언·총리회담합의서 철저 이행하려면 상당한 재정 요구"

문재인 정권이 북한 김정은 정권과 도출한 4.27 판문점선언에는 "10.4선언(2007년)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한다는 조항이 포함됐음에도, 국회 비준동의안과 함께 제출한 비용추계서에는 10.4선언 합의 사업 상당수가 빠져 있는 것으로 18일 드러났다.

이미 100조원 이상 혈세(血稅) 투입이 예상되는 판문점선언 소요 예산을 불과 내년 1년간 4712억원(추가 편성 요구분 2986억원)만 '졸속 추계'했다는 논란과 더불어 정부 스스로 비준동의 추진 명분을 약화시킨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부가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경기 남양주시병·재선)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관련 비용추계에는 10·4선언 때 합의했던 사업 중 ▲공동어로구역 및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건설 및 해주항 활용 ▲조선협력단지(안변, 남포) 건설 ▲농업·보건의료 ▲백두산-서울 직항로 개설 등의 사업이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받은 답변자료 일부.

판문점선언에 반영된 10.4선언 합의 사업은 ▲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이산가족 상봉사업 ▲환경보호(산림협력) ▲사회문화분야 교류협력 등 일부에 불과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의 경우 판문점선언으로 새로이 합의된 사업이다.

주광덕 의원이 확보한 법제처의 '국회 동의 필요 여부 등 심사결과'에 따르면, 법제처는 판문점선언에 대해 "이행 대상의 범위에는 종전의 6.15선언(2000년) 및 10.4선언(2007년)뿐만 아니라 10.4선언 이행에 관한 제1차 남북총리회담 합의서(2007년)를 비롯한 다수의 후속 남북합의서들에 담긴 모든 합의들을 포함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판문점선언이 제1조 1항에서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서 관계개선과 발전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기로 했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법제처는 또 "총리회담합의서에 대해선 재정규모가 정확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업계획이 확정적이고 그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으므로 (법률상)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수반하는 남북합의서'에 해당한다고 본다"며 "국회 비준동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존 채택된 남북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하도록 하고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도로의 연결 및 현대화 사업, 민족공동행사의 추진, 국제경기 공동 진출, 이산가족·친척 상봉 등을 담고 있는 판문점선언은 그 이행과 사업 추진에 상당한 규모의 국가재정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판문점선언에 대한 법제처의 '국회 동의 필요 여부 등 심사결과' 문서 일부. 

이에 따라 법제처는 판문점선언이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1조 3항이 규정한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에 해당하며,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통일부가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내년 사업 추진에 필요한 재정 소요만 산정해 비용추계를 제출한 것은 의도적으로 10·4 선언 합의 내용 중 큰 비용 부담이 드는 사업을 제외시킨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광덕 의원은 "비준동의안의 핵심은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재정 소요에 대한 비용 추계인데, 판문점 선언 이행에 필수적인 내용을 누락시킨 것은 정부 스스로 비준동의안을 엉터리 문서, 사기 문서로 전락시킨 것"이라며 "정부는 (제출된) 비준동의안을 철회하고 '제대로 된' 비용추계로 국회 비준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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