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마크롱에 "유엔제재 완화", 伊콘테엔 "北에 유인조치" 언급…원론적 답변 돌아와
오히려 "北 CVID 동의" 공동언론발표문 연속 도출…靑 "완전한 비핵화라는 의미" 주장
"EU 공동입장이 CVID…승인없이 개별국가 다른 표현 사용 어려워"
文, 바티칸 특별미사 참석 후 "기필코 분단 극복" 공언…통일 '방향성' 여전히 결여돼
현지시간으로 18일 프란치스코 교황 약 1시간 면담 예정

문재인 대통령이 7박9일간의 유럽순방 두번째 방문 국가인 이탈리아 정상과의 회담에서도 핵·미사일 위협에 따른 대북(對北) 제재의 '완화'를 에둘러 요청했으나,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탈리아를 공식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로마 총리궁에서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계속하도록 국제사회의 격려 및 '유인조치'가 필요하다"며 "이탈리아와 유럽연합(EU)이 이를 적극 지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전했다.

이탈리아를 공식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현지시간) 총리궁인 팔라조 키지에 도착해 주세페 콘테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탈리아를 공식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현지시간) 총리궁인 팔라조 키지에 도착해 주세페 콘테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직전 방문국인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유엔 제재 완화"를 직접 거론했지만 이번에는 '대북제재 완화' 표현을 직접 쓰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격려 및 유인조치'라는 언급은 결국 북한에 '비핵화 인센티브'를 사전 제공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지금껏 핵무기·탄도미사일 폐기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조치를 한 데 대해서도 여전히 적잖은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북한이 북미(미북)정상회담의 실전조치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이어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및 발사대 폐기를 약속했고, 미국의 상응조치 시 국제적 감시 속에 대표적 핵 생산시설 폐기를 공언했다"며 "그것이 폐기될 경우 비핵화는 상당부분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콘테 총리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콘테 총리는 "문 대통령이 진행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매우 중요하며 역사의 한 장을 쓰고 있다"며 "이탈리아 정부는 지속적으로 완전하게 한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서 양 정상이 채택한 공동언론발표문에는 한반도의 비핵화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CVID)'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문구가 담기기도 했다. 직전 한-프랑스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언론발표문에 이어 거듭 CVID가 명시된 양국 공동입장을 도출한 것이다.

CVID는 올 들어 문재인 정권이 북한에 직접적으로 촉구하길 꺼려 온 표현이다. 북측이 CVID라는 용어 사용에 공개 반발한 바 있으며, 문재인 정권에선 북측과 합의된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을 줄곧 써 왔다.

한-이탈리아 공동언론발표문은 총 16개 항으로 구성됐다. 북한 비핵화 관련 항에서, 콘테 총리는 남북관계의 진전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를 위해 개최된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문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을 환영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및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을 위한 이탈리아 측의 일관된 지지·기여를 높이 평가했다. 특히 두 정상은 비핵화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사진=연합뉴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8일(한국시간)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프랑스, 이탈리아와의 정상회담 결과 공동언론발표문에 CVID가 포함된 데 대해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과 CVID가 다르지 않다"고 강변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된 EU의 공동입장이 CVID인 것"이라며 "그렇게 EU 차원에서 정리가 돼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서 우리 대통령하고 (프랑스 대통령이) 만나서 이야기를 할 때 EU 회원국이자 중심국가인 프랑스가 다른 용어를 쓰기가 어렵다"며 "더 큰 차원에서 다른 표현을 쓰려면 EU 차원의 승인이나 협의가 사전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프랑스 쯕에서 우리 정부에 양해를 구한 것이고 우리 정부도 그간 '완전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써왔는데 실질적인 의미에 있어서 비핵화,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과 CVID가 다르지 않다고 판단을 해 그 용어를 유연하게 받아들인 것"이라고 부연했다.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현지시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석한 후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현지시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석한 후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문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오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추기경)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석했다.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참여한 이 미사는 60여분간 진행됐다. 이후 문 대통령은 파롤린 추기경과 주교황청대사 관저에서 만찬을 가졌고, 18일(현지시간) 오후 프란치스코 교황을 약 1시간 동안 면담할 예정이다.

특별미사 직후 문 대통령은 10여분간의 기념사를 통해 "오늘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올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는 남북한 국민들과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 모두의 가슴에 희망의 메아리로 울려퍼질 것"이라며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 국민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우리의 기도는 현실 속에서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며 "우리는 기필코 평화를 이루고 분단을 극복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반복해 온 평화 수사(修辭)에 그치지 않고 '분단 극복'을 '기필코' 이루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지난 3월21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남북이 함께 살든 따로 살든 서로 간섭하지 않고, 서로 피해주지 않고 함께 번영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한 것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다. 

분단 극복은 '통일'을 의미하는데, 남북간 체제는 자유민주주의 대 공산전체주의로 엄연히 상극(相剋)이다. 문 대통령이 통일 의지를 강력히 드러내면서도 여전히 '어떤 통일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구체성이나 방향성 없는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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