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부처 합하면 올해 말까지 10만명 늘어나 '통계 착시' 일으킬 것이란 우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의 '단기 일자리 확대' 압박에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이 이달부터 연말까지 3개월간 약 1만4000명 규모의 단기 인력 채용 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작년 한해치에 육박하는 규모다.

전체 부처 산하 공공기관으로 따지면 연말까지 석 달간 전체 공공기관에서 10만명 이상이 단기 채용되어 통계상 청년 실업률이 급격히 하락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6일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민경욱 의원(자유한국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한국도로공사·한국철도공사 등 공공기관 23곳은 이달부터 연말까지 3개월간 총 1만3971명을 단기 고용하기로 했다.

이는 2017년 한 해 동안 이 공공기관들이 만든 단기 일자리 수(1만4416개)에 달하는 수준이다. 기관별로는 LH가 5742개로 가장 많았으며, 한국철도공사 2219개, 한국도로공사 2203개, 인천국제공항공사 1028개 순서였다.

특히 한국철도공사는 2017년 단기 일자리 수가 73개에 그쳤지만 올해는 지난달까지 466명을 단기 고용했고, 기재부의 압박이 들어온 뒤인 이달부터 연말까지는 2219명을 추가 고용하기로 했다. 작년과 비교하면 올해 단기 일자리를 30배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도로공사는 지난달까지 단 한 명도 단기 고용이 없었지만 남은 3달간 2203명을 뽑기로 했다. 시설안전공단도 작년에는 31명을 뽑았지만 10월부터 12월까지 273명을 뽑을 계획이다.

공공기관들은 일자리를 늘리라는 정부의 압박에 '체험형 청년 인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체험형' 청년 인턴 제도는 정규직 전환 의무가 없어 70%를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는 '채용형' 청년 인턴 제도에 비해 부담이 덜하다. 

지난달 초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에 공문을 보내 '체험형 청년 인턴 채용 협의를 위한 간담회' 소집을 통지한 바 있다. 같은 달 18일에는 '체험형 인턴 채용 계획 및 실적'을 조사했으며 이달 4일에는 '체험형 인턴 추가 채용 규모'를 요구했다.

국토부 산하 기관들은 당초 1210명 모집한다는 계획에서 2713명으로 늘렸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는 지난 9월까지만 해도 계획에 없던 체험형 인턴 일자리 583개를 급히 만들어 뽑겠다고 했고, 올해 인턴 채용 계획이 없었던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109명을 뽑겠다고 나섰다.

일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로 분류되는 통계 특성상, 이같은 정부의 단기 일자리 급조는 청년 실업률을 낮추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청년(15∼29세) 실업률은 9.4%였으며, 3분기만 보면 외환 위기 시절인 1999년 10.4% 이후 가장 높아 '고용 절벽' 수준이다.

민경욱 의원은 "이번에 확인된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은 전체 공공기관 361곳 중 23곳에 불과하다"며 "연말까지 석 달간 전체 공공기관에서 10만명 이상이 단기 채용돼 취업자 수와 실업률 통계를 왜곡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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