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법인 분리'라는 경영 전략 문제 두고 노조측의 반발
노조 "연구개발 법인 분리는 공장 폐쇄하는 작업...생존권 위협한다"
한국GM "10년 단위의 정상화 계획 세워놓은 상태에서 그럴 이유 없다"

한국GM 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끝낸 지 반년 만에 또다시 파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GM 노조는 16일 사측의 연구개발(R&D) 법인 분리 계획에 반발해 실시된 투표 결과 78.2%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조정중지 결정을 할 경우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 등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노조는 오는 22일 중노위 결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의 이번 노사 갈등은 사측이 지난 7월 글로벌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신설법인을 만들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한국GM은 지난 4일 이사회를 열어 연구개발(R&D) 신설법인을 만들어 분리하는 안건을 통과시켰고, 오는 19일 디자인센터, 기술연구소, 파워트레인 관련 사업을 분리해 글로벌 제품 연구개발을 맡을 법인 설립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노조는 사측이 법인을 쪼갠 뒤 공장 폐쇄 등 생산법인을 축소하고, R&D 부문만 남겨놓고 철수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그러나 사측은 억측이라며 반박했다. 이미 지난 4월 한국GM은 10년 단위의 정상화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에서 철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당시 GM은 36억달러(4조420억원), 산업은행은 81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한국GM은 연구개발 법인을 신설해 미국 본사의 글로벌 제품 개발 업무 확대와 이를 통한 한국GM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한국GM은 부평공장에 글로벌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생산 확대를 위해 5천만달러를 투자하고 차세대 콤팩트 SUV 개발을 맡기겠다고 발표했다.

중형급 스포츠유틸리티차(SUV)는 GM본사의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한국GM은 이 제품의 차세대 디자인 및 차량개발 업무를 가져오기 위해선 연구개발 법인분리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한국GM이 다시 살아나려면 글로벌 시장에서 생산·판매되는 제품 개발을 주도하고, GM 글로벌 임원들이 더 직접적으로 관여해 본사와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법인을 별도로 둬야 한다는 것이다. 또 유럽 오펠이나 중국 상하이GM도 생산공장과 연구개발 법인을 별도로 운영했듯이, 생산법인과 연구개발법인 분리는 글로벌GM의 전략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노조는 연구개발 전담 법인이 설립되면 생산 기능이 축소될 것으로 판단하고, 이는 사실상 구조조정에 해당한다며 맞서고 있다. 법인을 분리하면 부실한 사업을 정리하기 수월해지며, 경쟁력 없어진 생산법인은 언제든 구조조정이 가능해 생존권을 위협할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군산공장 폐쇄와 3,000명의 생존권을 빼앗아간 지엠이 또 다시 정부와 노조,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법인 분리를 획책하고 있다"며 "경영정상화를 위해 시설투자에 사용하라고 정부가 지원한 8,100억원을 꿀꺽 삼키고 법인을 분리하겠다는 건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얼마 전 한국GM 2대 주주인 산업은행도 인천지방법원에 한국GM의 법인 분리 주주총회 개최 금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며 반발했다. 한국GM의 법인 분리는 기본협약서 취지와 어긋난다는 게 산업은행의 주장이다.

한국GM은 지난 5월부터 경영 정상화에 나섰음에도 아직 내수 판매 회복세가 더딘 상태다.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 발표 여파로 정상 영업하던 당시의 절반 아래인 4천∼5천대까지 월 내수 판매가 급감했다가 5월에 7천대, 6월에 9천대 수준으로 회복됐다. 그러나 지난달 내수 판매는 7천여대로 다시 줄었고 1년 전과 비교해도 17% 적어 완전한 판매 회복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6월에 야심 차게 내놓은 신차인 이쿼녹스의 성적도 저조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파업까지 일어날 경우 한국GM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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