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탈북민 출신 기자의 남북 고위급 회담 취재를 불허한 것에 대해 유엔이 언론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검열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시나 폴슨 유엔인권 서울사무소장은 15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통일부가 탈북민 출신 기자의 취재를 불허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폴슨 소장은 “언론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며 모든 사안에 대해 언론의 취재가 허용돼야 한다”며 “모든 남북 간 회담과 대화에 관한 보도는 정부의 검열이 이뤄지지 않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앞서 15일 통일부는 남북고위급회담을 취재하려던 탈북민 출신 조선일보 김명성 기자의 방북 허가를 갑작스럽게 취소했다. 조명균 장관은 이에 대해 “판문점이라는 상황, 남북고위급회담의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커지자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한정된 공간에서 고위급회담이 열리는데, 김명성 기자가 활동을 해서 널리 알려졌으니 언론을 제한한다기보다는 그런 특수한 상황에서 필요한 조치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측은 김 기자가 과거 평창올림픽에서 북측 고위급 대표단을 취재했고 이번 고위급 회담도 판문점 북측이 아닌 남측 지역에서 열렸다며 통일부의 제한 조치에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VOA는 “한국 당국이 탈북민 출신이라며 취재를 불허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여러 언론은 탈북민 기자의 취재가 회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미리 고려해 통일부가 사실상 자체 검열을 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세계인권선언 19조는 모든 사람이 의사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으며 이 권리에는 간섭받지 않고 자기 의견을 지닐 수 있는 자유, 모든 매체를 통해 국경과 상관없이 정보와 사상을 구하고 받아들이고 전파할 자유가 포함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편 한국 내 탈북민 사회도 통일부의 이번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3만 2000여 명의 탈북민 가운데 언론인으로 활동하는 탈북민은 적어도 10~20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광일 노체인 대표는 “탈북민 사회가 굉장히 격앙된 분위기”라며 “통일부의 조치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한국정부가 북한정권의 눈치를 너무 많이 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선영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통일부의) 이번 조치는 출신 차별”이라며 “김 기자는 탈북민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이며 따라서 이것은 인종차별 내지 출신 차별”이라고 했다. 이어 통일부의 조치는 “북한정권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주권국가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통일부 50개 언론사 기자단은 이날 ‘통일부의 탈북민 기자 취재 제한은 부당하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통일부가 특정 기자를 배제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결정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자 탈북민의 직업 활동의 자유를 제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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