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웅 명예교수 "원론적으론 가짜뉴스 방치 안되지만 현 정권 행보에는 의도성, 악의성 보여"
차기환 변호사 "가짜뉴스 여부 정치인들 판단할 부분 아냐...정당한 정보제공자 위축시킬수도"
과방위 한국당 간사 정용기 "자신들부터 돌아보라...통계조작에 北대변인같은 행보로 국민기만"
강지연 수석전문위원 "과거 가짜뉴스들엔 이처럼 검경 동원한 여론 재갈물리기 없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가짜뉴스'를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구글 및 유튜브를 본격적으로 압박하고 나서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도성이 다분하며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또한 자신들이 집권하기 전 '혜택'을 본 전형적인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다가 집권 후 정권에 불리한 특정 정보에 대해서만 '가짜뉴스'로 볼아붙이는 이율배반적 행태에 대한 지적도 거세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가짜뉴스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구글 코리아 본사를 방문해 허위 조작 정보에 대한 삭제 요청 협조공문을 전달,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박광온 의원실 제공)

국내 언론학계의 원로(元老)인 이민웅 한양대학교 명예교수는 16일 펜앤드마이크(PenN)과의 통화에서 원론적으로 '가짜뉴스'를 횡행하게 방치할 경우,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자유민주주의체제와 시장경제의 원천이 위협받을 수 있는만큼 '투쟁해야할 부분'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현 정권이 ‘가짜뉴스’를 내세우는 것과 관련해서는 “정권 비판을 잠재우고, 불리한 정보를 막기위한 의도성과 악의성이 다분하다”며 “이러한 행태는 가짜뉴스만큼 의도적이고 나쁘다”고 밝혔다.

이 명예교수는 이어 “현행법으로도 제재가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도, (집권여당 등이) 불리한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과잉 제재 움직임을 보이는듯하다”며 이는 헌법 제37조와도 어긋나는 부분이라고 우려했다. 헌법 제37조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될 수 없음을 선언하는 대한민국 헌법 조항으로, 자유와 권리에 대한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을 불가하다는 '과잉금지원칙'을 함의하고 있다.

그는 여당의원들이 민간기업인 구글코리아에 집단적으로 항의했던 행태가 적절치 않다고도 지적했다. 앞서 민주당 현역 의원이 대거 참여한 당 가짜뉴스대책특별위원회는 지난 15일 구글코리아를 집단 방문하여 자체적으로 허위·조작으로 판단한 유튜브 영상 104건에 대한 '허위조작정보 삭제 요청' 공문을 전달한 바 있다. 이날 방문에는 당 특위 위원장인 박광온 최고위원과 함께 간사인 전현희 의원, 외부위원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전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서누리 변호사가 동행했다.

차기환 변호사 또한 “민간기업에 대해 정치인들이 그렇게 관여하고 요구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정당하지 않다”며 “특히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보를 차단하고 표현의 자유를 질식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에 방문해서 의견을 전달했다고 영업자유를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이같은 정치권의 행보는 뉴스를 유통시키는 포털이나 구글에 대해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집권여당의 행보는 “결국은 언론의 자유를 질식시키고, 정부에 대한 비판의견을 위축시키려는 것”이라며 가짜뉴스라고 지목된 것 대부분이 정부여당에 불리한 것임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대 정치세력인 야당이 제몫을 해야한다”고 부연했다.

차 변호사는 “정치세력이 나서서 가짜뉴스라 규정짓는 것은 말이 안되며 국가권력이 민간부문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가짜뉴스 여부는 정치인들이 판단할 부분이 아니라 뉴스 당사자들이 해결할 문제이거나, 사회적인 토론이나 법적으로 다루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짜뉴스란 것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예를 들어, 엉터리 정보를 제공한 일례를 토대로 하여 (몰아붙이는 것은) 정당한 정보를 제공하는 타인까지 위축시키려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런 것에 굴하지 않고 정확하고 정당한 정보를 유통시켜야한다”고 덧붙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정용기 의원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농후하다”며 “국가권력이 나서서 경찰까지 (가짜뉴스라며) 단속하는 식은 독재정권 말기에서나 볼만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어 “(정부‧여당이 가짜뉴스에 대해) 허위정보에 의한 뉴스라고 정의를 내리는데 가짜뉴스를 만들고 유포하는 자신들의 모습부터 돌아보라”며 “현 정부가 통계를 조작하고 북한의 대변인 같은 모습을 보이며 국민을 속이고 있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또한 “효순이·미선이 사건부터 광우병, 천안함, 세월호 사건 등에서도 가짜뉴스가 나왔다”고 상기시켰다.

한국당 소속 강지연 과방위 수석전문위원도 정부 및 여당의 행보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광우병 파동, 세월호, 천안함 사건 등 당시 수없이 가짜뉴스가 생산됐지만 이렇게 검찰과 경찰까지 동원해 여론에 재갈을 물리는 행태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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