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前 '표현의 자유 특위'까지 만들어 "정권비판 수사 말라"더니...
작년 말 개최 토론회서 방통위원장 "디지털민주주의, 인터넷상 표현의자유 보장이 핵심"
집권 전후 자신들 책임 무관하지 않은 '가짜뉴스'에 대한 책임 지는 모습은 없어
與김태년 "얼토당토않은 가짜뉴스 지금도 버젓이 돌아다녀, 수수방관 단계 지났다"
가짜뉴스 지목대상은 '北에 쌀 퍼줘 쌀값 올라' '남북 철도·도로연결 기습남침 도우려는 것'
'北 국민연금 200조 요구' 의혹제기와 '文 뇌출혈로 쓰러져' 주장도 포함
野 가짜뉴스 방지입법·신고센터 운영에 딴지…정작 與대책단 "211건 고소고발" 홍보 전력
우원재 "與 위협적 메시지 반복 홍보하더니 정부까지 노골적 탄압…독재시대 시작"

정부·북한 비판적인 정보 확산을 싸잡아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유튜브 관리주체인 구글코리아를 직접 찾아가 특정 영상 삭제까지 요청했던 집권여당이 이젠 야당 등 반대자들에 "표현의 자유 운운하지 말라"고 엄포를 놨다. 논점을 '가짜뉴스 단순 찬반'으로 왜곡해 정부·여당의 독주를 정당화하는 논리도 계속해서 구사했다. 

집권 전까지 광우병·세월호·사드·탄핵 관련 가짜뉴스 수혜자이면서, 집권 후에도 최저임금 대폭인상 '긍정효과 90%'·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 증가·기무사 친위쿠데타설·서해 NLL기준 등거리-등면적 양보 주장 거짓브리핑 등 가짜뉴스를 양산한 책임을 인정하는 모습도 없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사진=연합뉴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당내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국정감사대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 추진은 기습 남침을 도우려는 것이다', '북한이 국민연금 200조를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뇌출혈로 쓰러졌다', '북한에 쌀을 퍼줘서 쌀값이 올랐다' 시중에 무분별하게 유포됐던 대표적인 가짜뉴스 사례들"이라고 나열했다.

이어 "이처럼 얼토당토하지 않은 가짜뉴스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다"며 "가짜뉴스를 수수방관할 단계가 이미 지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표현의 자유 운운하면서 '가짜뉴스 방지법'을 반대한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너무나 위선적"이라고 비난했다. 

예컨대 지난 4월 한국당이 당내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만든 사례, 현재 '가짜뉴스 방지'를 목적으로 발의돼 국회 계류 중인 22개 법안 중 한국당 의원 발의안이 포함된 점, 지난해 5.9 대선을 앞두고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가 "가짜뉴스는 중대한 범죄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사례 등을 문제 삼았다.

한국당이 주로 ▲허위사실 유포 개인·언론에 대한 처벌 강화 ▲대형 포털사이트들의 친(親)민주당 운영 의혹 관련 규제 강화 ▲변협 등 민간 전문단체 추천 위원으로 총리실 산하 가짜뉴스 대응 위원회 구성 등 법안을 낸 것과 현 여권의 '범(汎)정부 유관기관 총동원' 움직임은 결이 다름에도 가짜뉴스 관련 입법 시도를 전부 동격으로 치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왼쪽은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가 '창작물'이라며 온라인상에 유포한 당 가짜뉴스TF 활동 예고 포스터, 오른쪽은 민주당 가짜뉴스TF에서 확대된 가짜뉴스대책단이 대(對)국민 고소고발 211건 성과를 홍보한 카드뉴스.

더구나 '가짜뉴스 신고센터'는 지난해 대선, 정권교체 이후로도 여야 공히 자체 신고를 받겠다며 만들어 운영해 온 것이다. 민주당은 올해 1월에도 가짜뉴스대책단을 구성해 포털 댓글·소셜미디어·유튜브 등에서 유포된 여권비판적 정보를 제보받아 211건을 고소·고발했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대책단 본격 활동에 앞서 일부 민주당 지지성향 네티즌은 '인생은 실전이다 XX아'라는 비속어 일부를 차용해 "인생은 실전이다"라는 대(對)국민 경고성 멘트를 제목으로 올려 대책단의 포털 댓글, 소셜미디어, 유튜브 이용자들의 정부비판에 대한 고소·고발전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태년 의장은 "가짜뉴스를 규제해야 한다고 큰소리치며 앞장섰던 것은 한국당"이라며 "우리 당과 정부가 가짜뉴스 대책을 말하니까 갑자기 태도를 180도 바꿔서 반대하는 것이야 말로 정치적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화살을 돌렸다.

그는 "조작되고 날조된 허위정보를 통해 상대방을 공격하는 가짜뉴스는 표현의 자유 범주에 들어갈 수 없다. 공동체 질서를 훼손하는 것 또한 보호받을 수 없다"면서 "그리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언론자유 지수가 박근혜 정부 시절보다 20계단이나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여당은 조속한 시일 내에 범정부 차원에서 가짜뉴스 근절 대책을 마련해 국민께 보고를 드리겠다"며 "분명하게 말씀드리지만 가짜뉴스 근절대책이 헌법에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우원재 자유한국당 청년부대변인이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가짜뉴스대책단의 포털 댓글·소셜미디어·유튜브 게시물 고소고발 활동을 비판하면서 게시했던 카드뉴스.(사진=우원재 부대변인 페이스북)

이와 관련해, 한국당에서 가짜뉴스 신고센터 운영에 참여했던 우원재 청년부대변인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9개월 전 민주당의 가짜뉴스대책단 활동을 비판했던 글을 다시 올려 "정권교체 후 집권여당은 이때부터 가짜뉴스 프레임으로 정부와 집권세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틀어막으려 했다"고 지적했다.

우원재 부대변인은 과거 글에서 "민주당은 '인생은 실전이다', 'SNS & 톡에서 무심코 전달한 메시지로 당신도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등의 위협적인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며 "그 의도는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국민들을 겁박해 감히 정부와 여당에게 불리한 정보를 유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도대체 당신들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 건가. 아무리 내로남불이 현 정부와 집권여당의 특성이라지만"이라며 "지난 보수정권 시절 들끓었던 온갖 거짓말들로 반사이익을 누리던 게 누구인가. 반(反)정부적 성향의 선전선동, 음모론, 가짜뉴스를 직접 퍼뜨리기도, 동조하기도 하며 반정부 투쟁을 하던 게 누구인가. 당신들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닭그네', '쥐박이'를 비롯한 악의적이고 천박한 조롱 및 합성사진에 대해서는 한마디 없었고 오히려 표현의 자유라고 옹호하던 게 당신들"이라며 "그런데 정권교체 후 '문재앙' 댓글 보고 목에 핏대 세우며 이런 댓글을 방치하는 포털사이트도 공범이라는 파쇼(파시스트)적인 소리를 늘어놨다"고 꼬집었다. 

"당신들 같은 전체주의적 정권 나는 두고보지 못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우 부대변인은 12일 글에서 "이젠 정부까지 나서서 노골적으로 탄압을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며칠 전 경찰청이 현재 수사 중인 가짜뉴스 사건들이라며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6건 중 14건이 정부비판성, 북한비판성이었다"며 "독재시대가 시작됐다"고 개탄했다.

사진=포털사이트 네이버 검색화면 일부 캡처,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2015년 7월1일 표현의자유특별위원회 공동기자회견 관련 기사 일부 캡처

한편 민주당은 지난 2015년 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표현의 자유 특별위원회'(위원장 유승희 의원)를 출범시켜 지난해 정권 출범 이후까지 활동한 바 있다. 표현의자유특위는 2015년 7월1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명시돼 있다. 헌법상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 자유가 오히려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 매우 개탄스럽다"고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정권의 입맛과 다른 의견을 표명한다고 해서, 불의에 저항한다고 해서 일반 교통방해죄 등을 몰아서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무거운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며 "2008년 광우병 위험소 수입반대 집회를 시작으로, 반값등록금 집회,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집회, 4대강 반대, 한미FTA 반대집회에 참여했던 시민들을 물리적으로 막고, 불법집회, 시위로 몰아갔다. 심지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한문 앞 분향소 차린 것을 일반교통 방해로 몰았다"고 예를 들었다.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는 일부 집회·시위를 공권력에서 제한한 데 대해 "이것은 민주주의에 숨결을 불어넣고 자양분이 되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며,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사실상 심대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했다.

특위는 또 "지금 박근혜 정권은 의회민주주의 마저 부정하고, 제왕적 대통령제인 유신시대로 되돌아 가려고 한다"며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정권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수사 받고, 기소당하고, 재판받는 억울한 시민과 언론인을 보호하고 구명운동 하는 데 힘을 모을 것"이며 "표현의 자유를 사수하고 위기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 이후에는 정권비판적인 개개인의 소셜미디어 활동까지 당 차원에서 "가짜뉴스"라며 고소고발 조치한 것과 극히 대조된다.

표현의자유특위는 정권교체 후인 지난해 12월22일 한국방송회관에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인터넷 표현의 자유 증진을 위한 임시조치 제도 개선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문재인 정권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인터넷 표현의 자유 증진'을 위한 임시조치 제도 개선을 논한다는 취지였다.

'임시조치는 사생활 침해와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데 기여했으나 제도의 남용으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는 논란이 지속됐다'는 배경 하에 연 토론회였다. '임시조치'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7년 7월 인터넷 게시물로 인한 개인의 권리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자가 해당 게시물을 임시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다.

당시 토론회에 오픈넷,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와 한국소비자원,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인터넷 상 자유로운 소통 문화를 확산하여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고, 디지털 민주주의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공간의 표현의 자유 보장이 핵심이므로 함께 노력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오늘 토론회를 통해 우리 국민의 시각에서 임시조치의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해 달라"고 주문했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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