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 한장짜리 보고서에서 '우려' '對北제재' 단어 각각 3차례 사용
“한국계 은행의 대북 금융 진출에 대한 미국의 우려 전달”
“농협의 금강산 지점 개설에 대한 우려 표명 및 진위 확인”
‘미국 측의 예방적 모니터링’이라던 文정부 설명과 달라

미국 재무부가 지난달 20일 한국의 주요 은행들을 직접 접촉해 개최한 전화회의 내용이 공개됐다. 미 재무부는 이날 약 10분간 진행된 회의에서 한국계 은행들의 대북 금융 진출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전달하며 "북한과의 금융거래는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주의하라"는 강력한 수준의 경고를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가 주장하듯 이날 회의의 목적이 단순히 '예방적 차원의 모니터링' 수준이 아니었음이 분명해졌다. 

동아일보는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이 입수한 KDB산업은행의 내부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달 20일 미국 측과의 전화회의 주제는 ‘미 재무부의 한국 금융기관 대북 금융 지원에 대한 우려 표명과 대북 금융제재의 중요성 강조’였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과의 금융거래는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주의하라”며 강도 높은 우려를 표명했다. 전화회의 내용을 요약한 A4용지 한 장 분량의 이 보고서엔 미국의 ‘우려’라는 단어와 ‘대북제재’라는 단어가 각각 세 차례나 사용됐다. 또한 ‘오해’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보고서는 전화회의의 목적에 대해 “유엔 및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가 유효함을 확인하고 현재 언론을 통해 전달되고 있는 한국계 은행의 대북 금융 진출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전달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미 재무부 대니얼 모저 수석부차관보와 대무부 정책보좌관 2명, 한국의 산업은행과 NH농협 관계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윤리준법부는 지난달 20일 미국 측과 전화회의를 마친 후 이 보고서를 작성해 이동걸 산은 회장에게 보고했다.

또한 “NH농협은행의 금강산 지점 개설에 대한 우려 표명 및 진위 확인”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과의 금융거래는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주의”라는 미국 측 요구가 명시돼 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약 10분 간 진행된 회의는 미 재무부의 일방적 경고와 공지 중심으로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국회 정무위와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미 재무부와 국내 은행들의 전화회의가 “미국 측의 모니터링(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예방적 아웃리치(지원활동 차원(조윤제 주미대사)” 목적이라고 밝힌 것과는 차이가 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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