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최신판 '다가오는 경제불황' 특집
미국의 나홀로 금리인상과 강달러로 신흥국 매우 불안
WSJ "탈 신흥국 현상, 이번엔 그 전과 달라"
불황 닥쳤을 때 선진국들이 쓸 카드 남아 있지 않다

 

영국의 권위있는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판이 '다음 세계경제불황'(The world economy: The next recession)을 특집으로 다뤘다. 최근 IMF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3.9%에서 3.7%로 하향한 직후라 주목된다.

총 6개의 기사로 구성된 특집 시리즈에서 이 잡지는 "다음 경제 불황은 시간문제다. 얼마 걸리지 않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Another economic downturn is just a matter of time.  It might not take much to bring on the next recession.) 또한 이번에 다가올 불황은 다르다며, 빠져나가기가 전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세계경제는 현재 구조적으로 다음 불황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필연적인 구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2007-2008년의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은 양적완화를 시행했다. 양적환화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국채 등을 사기위해 돈을 찍어내는 것을 뜻한다.  연준의 국채 매입으로 미 국채 금리는 하락했고, 투자자들의 돈은 더 높은 수익을 안겨주는 신흥국으로 물밀듯이 들어갔다. 이로인해 신흥국 기업들의 달러표기 부채는 4배이상 증가했는데, 중국 기업들 같은 경우 2009년 거의 전무했던 상태에서 현재 450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문제는 2014년부터 달러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의 미국경제성장과 연준의 금리인상기조는 강달러 추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자산을 현지통화로 갖고 있고, 부채를 달러로 갖고 있는 신흥국들은 위태로워진다. 최근 터키,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금융시장 불안정성은 이와 맥을 같이한다.

WSJ은 15일(현지시간) '이번에 신흥시장에서 이어지는 매각들은 그 전과 다르다'는 기사를 통해 신흥시장의 불안정성이 심상치 않음을 경고했다. 신문은 과거와는 달리, 현재 신흥시장으로 흘러간 돈의 상당부분이 선진국의 은행들에서 흘러간 것이 아니라 투자기관들에서 흘러간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은행에서 돈이 흘러 갔다면 최소 몇 년 단위로 계약이 묶여 있기에 덜 변덕스럽지만 투자기관들의 돈은 매우 유동적이라는 것이다. 강달러와 미국의 금리 인상기조가 지속되면 신흥국에 묶여 있는 자금이 급속도로 빠져나갈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당장은 신흥국들이 금융위기를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고통스러운 조정 국면이 기다리고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세계 생산의 59%를 담당하는 신흥국들이 무너지면 선진국 경제도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는 2007-2008년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선진국들이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췄지만, 현재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성장률 회복속도가 느리다는 점을 지적했다. 성장률이 나아지지 않기에 금리가 금융위기 수준으로 낮게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의 첫 금리 인상은 갈 길이 멀고, 일본 같은 경우 금리가 마이너스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트럼프와의 무역전쟁에 맞서기 위해 벌써부터 유동성을 늘리고 있다.  

미국이 홀로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강달러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이는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진다. 이코노미스트는 이것이 심화돼 신흥국 금융이 무너지고 세계경제가 다시 침체의 늪에 빠졌을 때, 선진국들이 쓸 카드가 남아 있지 않다고 경고했다. (The rich world in particular is ill-prepared to deal with even a mild recession. That is partly because the arsenal is still depleted from fighting the last downturn.)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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