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비박·친이 모두 이념과 정책 아닌 권력 향유하려 이전투구하다 침몰"
"경제민주화라는 진보주의 강령 받들고 보수 버린 뒤 정체불명정당 됐다"
"보스정치 뒤편에서 제왕적 대통령제 탓하며 자당 공격세력에 동조…자문하고 성찰하라"
"명망가·보스정치 청산하고 치열하게 토론, 각자 보수주의 전사 돼야"

자유한국당 전국 253개 당협위원장 임명 심사를 맡은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외부 영입위원 4명이 15일 당 구성원들에게 "과연 한국당은 보수주의, 자유주의에 복무했는가. 자유와 책임, 도덕성에 충실했는가"라며 "이러한 자문과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 보수의 희망을 되살리는 길"이라고 자성을 촉구했다. "보수주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의심을 거둬야 한다"며 "다시 계파 경쟁이 벌어진다면 국민은 마지막 희망의 시선을 거둘 것"이라고 당 내홍 차단에 나섰다.

특위 외부위원인 전원책·강성주·이진곤·전주혜 위원은 이날 '당원, 당직자, 당협위원장, 국회의원 여러분에게 드리는 고언'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 "한때 보수 정당을 자임하던 정당, 나라의 성장을 주도했다고 자부하던 정당, 자유민주주의 아래 통일을 꿈꾸던 정당이 왜 이 지경에 내몰렸을까"라고 반문한 뒤 이같이 밝혔다.

지난 10월11일 김용태 위원장 등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들이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원·김석기 위원, 김용태 조강특위 위원장,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전원책·강성주·이진곤 위원.(사진=연합뉴스)
지난 10월11일 김용태 위원장 등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들이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원·김석기 위원, 김용태 조강특위 위원장,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전원책·강성주·이진곤 위원.(사진=연합뉴스)

위원들은 "이른바 친이 친박 할 것 없이 이 처참한 보수궤멸에 아무도 책임지는 분이 없다"며 "돌이켜보면 지난 9년 집권기간 동안 한국당은 이 상황을 자초하지 않았던가. 이명박·박근혜 두 정부가 보수주의와 자유주의에 충실한 국가경영 로드맵을 가지고 있었던가"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친박 비박으로 나뉘어져 싸웠다. 이념과 정책으로 싸운 게 아니라, 보잘 것 없는 권력을 향유하기 위해 싸웠다"며 "명망가, 차기권력에 줄서기 바빴다. 그런 이전투구는 지난 총선에서 참패를 불렀다. 그 뒤에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여전히 계파정치에 몰두한다"고 당내 행태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왜 우리는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는가"라며 일례로 "당헌 당규와 상관없이 전권을 가졌던 2012년 비상대책위원회가 '경제민주화'라는 진보주의 강령을 받아들이고 이념과 동떨어진 '새누리당'이라는 정체불명의 당명으로 바꾸고, '보수를 버려야 한다'면서 빨간 색깔로 당색을 바꾸었을 때 한국당은 침몰하기 시작했다. 정체불명의 정당이 됐던 것"이라고 상기시켰다.

위원들은 "명망가 정치, 보스 정치에 매몰돼 당내 민주주의와 동떨어진 충성경쟁을 벌일 때 한국당은 무너졌다. 권력을 재창출한 뒤에는 다들 대통령의 눈치를 보거나 아부하기에 바빴다"며 "그러면서도 뒤편에서 '제왕적 대통령제'라며 탓했다. 마침내 절대권력이 무너지자, 그를 공격하는 세력에 동조하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후로도 지속된 계파 갈등을 지목해 "뜻대로 한쪽을 쳐낸다면 보수주의, 자유주의가 회복될까"라고 반문한 뒤 "아니다. 어느 쪽이든 승복하지 않을 것이고 당은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져들 것이다. 이 정권이 만든 적폐청산 프레임, 극우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계파를 불문한 "철저한 자기반성"을 촉구하며 "밤을 새우더라도 치열하게 토론하시라. 이제 명망가 정치 보스 정치를 청산해서 각인(各人)이 보수주의의 전사가 돼야 한다. 정권을 되찾겠다면, 국가를 경영할 지식과 열정을 갖췄는가를 스스로 따져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외부위원들은 또 "새로운 보수주의자, 자유주의자에게 문호를 개방해 경쟁해야 한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라며 "입신영달의 욕망보다는 국가를 위한 소명의식과 열정이 넘치는 신인을 얻는 일은 우리를 새롭게 하는 길"이라고 촉구했다. 이들 자신도 "사적인 감정, 사적인 인연이 개입하지 않도록 하겠다. 당 원로를 포함해 보수인사 제현(諸賢)의 말씀을 듣겠다"고 다짐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다음은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가 15일 발표한 '당원, 당직자, 당협위원장, 국회의원 여러분에게 드리는 고언' 성명 전문(全文)

자유한국당은 지금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폭주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여전히 한국당을 외면합니다. 한때 보수 정당을 자임하던 정당, 나라의 성장을 주도했다고 자부하던 정당, 자유민주주의 아래 통일을 꿈꾸던 정당이 왜 이 지경에 내몰렸을까요?

조직강화특위가 출범하니 말들이 무성합니다. 원로 정치인부터 모사(謀士)까지 지금 한국당을 회복 불가능한 중환자로 여깁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중환자입니다. 그만큼 절박합니다. 그렇다면 묻겠습니다. 과연 한국당은 보수주의, 자유주의에 복무했습니까? 자유와 책임, 도덕성에 충실했는가요? 미래세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기나 한 것입니까?

한국당이 배출한 전직대통령 두 분을 감옥에 보내고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소속의원 몇 분이 법정에 가 보았습니까? 왜 다들 피했을까요? 이른바 친이 친박 할 것 없이 이 처참한 보수궤멸에 아무도 책임지는 분이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9년 집권기간 동안 한국당은 이 상황을 자초하지 않았던가요? 이명박 박근혜 두 정부가 보수주의와 자유주의에 충실한 국가경영 로드맵을 가지고 있었던가요?

그러고도 친박 비박으로 나뉘어져 싸웠습니다. 이념과 정책으로 싸운 게 아니라, 보잘 것 없는 권력을 향유하기 위해 싸웠습니다. 대의(大義)를 외면한 채 지극히 개인적인 소리(小利)를 탐하며 싸웠습니다. 명망가, 차기권력에 줄서기 바빴습니다. 그런 이전투구(泥田鬪狗)는 지난 총선에서 참패를 불렀습니다. 그 뒤에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여전히 계파정치에 몰두합니다.

왜 우리는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습니까? 그 동안 설치했던 비상대책위와 혁신위 등에서 과연 무엇을 했습니까? 한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당헌 당규와 상관없이 전권을 가졌던 2012년 비상대책위가 ‘경제민주화’라는 진보주의 강령을 받아들이고 이념과 동떨어진 ‘새누리당’이라는 정체불명의 당명으로 바꾸고, ‘보수를 버려야 한다’면서 빨간 색깔로 당색을 바꾸었을 때 한국당은 침몰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체불명의 정당이 되었던 것입니다.

왜 그때 아무도 저항하지 못했습니까? 명망가정치 보스정치에 매몰되어 당내 민주주의와 동떨어진 충성경쟁을 벌일 때 한국당은 무너졌습니다. 권력을 재창출한 뒤에는 다들 대통령의 눈치를 보거나 아부하기에 바빴습니다. 그러면서도 뒤편에서 ‘제왕적 대통령제’라며 탓했습니다. 마침내 절대권력이 무너지자, 그를 공격하는 세력에 동조하기에 급급했습니다.

그러고도 아무도 반성하지 않았습니다. 서로 네 탓이라며 성토하기에 바빴습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뜻대로 한쪽을 쳐낸다면 보수주의, 자유주의가 회복될까요? 승자가 대중의 지지를 얻어 보수의 희망으로 떠오를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어느 쪽이든 승복하지 않을 것이고 당은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져들 것입니다. 이 정권이 만든 적폐청산 프레임, 극우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감히 말씀드립니다. 이제 보수주의를 회복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의심을 거두어야 합니다. 그 첫걸음은 철저한 자기반성에 있습니다. 밤을 새우더라도 치열하게 토론하십시오. 이제 명망가정치 보스정치를 청산해서 각인(各人)이 보수주의의 전사(戰士)가 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정권을 되찾겠다면, 국가를 경영할 지식과 열정을 갖추었는가를 스스로 따져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자문(自問)과 스스로에 대한 성찰(省察)이 보수의 희망을 되살리는 길입니다. 다시 계파 경쟁이 벌어진다면 국민은 마지막 희망의 시선을 거둘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보수주의자 자유주의자에게 문호를 개방해 경쟁해야 합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므로 신진(新進)에게 길을 열어야 합니다. 입신영달(立身榮達)의 욕망보다는 국가를 위한 소명의식(召命意識)과 열정(熱情)이 넘치는 신인을 얻는 일은 우리를 새롭게 하는 길입니다.

그래서 저희 조강특위 외부위원의 의견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먼저 조강특위 외부위원부터 일체의 사심(私心)을 버리겠습니다. 그 어떤 결정에도 개개인의 사적(私的)인 감정, 사적인 인연이 개입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당 원로를 포함해 보수인사 제현(諸賢)의 말씀을 듣겠습니다. 그와 함께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당 내부의 의견도 듣겠습니다. 보수정신 회복을 위한 의견을 수렴하겠습니다.

계파정치를 청산하겠습니다. 자신의 입신영달만을 생각하는 정치를 배제하겠습니다. 대신 보수주의 정신에 투철했는가를 따지겠습니다. 국가에 대한 의무를 포함해 공동체를 위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모든 허명(虛名)을 외면하겠습니다. 선수(選數)는 물론 그 어떤 경력도 감안하지 않겠습니다. 오직 국민을 대표할 함량을 갖추었는지, 그리고 소명의식과 열정을 갖추었는지를 살피겠습니다.

양지(陽地)와 음지(陰地)도 구분하겠습니다. 온실 속 꽃은 보기 좋을지 몰라도 관상용 화초에 지나지 않아 생명력이 길지 않습니다. 감히 말씀드리건대 지금까지 들어왔던 ‘웰빙정당’이라는 비난을 더는 듣지 않도록 체질을 바꾸겠습니다.

당원, 당직자, 당협위원장, 국회의원 여러분. 저희들은 귀를 활짝 열어놓겠습니다. 자유한국당의 재건을 위해, 대한민국의 전진을 위해 자신을 버리고 다함께 힘을 모읍시다.

그것만이 우리가 갈 길입니다.

2018년 10월 15일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외부위원 전원책 강성주 이진곤 전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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