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말 북측 철도 공동조사 명목 경유 반입도 유엔司 제지 전례 있어
美 국무부 "특정분야 제품 제재 철저히" 재무부 "김정은·39호실 등 466건 세컨더리 제재 위험"
남북 정권, 이른시일 장성급 군사회담·11월중 금강산서 적십자회담 개최 등 합의
與 밀어붙이던 '남북 국회회담'엔 北 "국회 요청하면 최고인민회의 검토" 원론적 답변

남북 정권이 15일 고위급회담을 열고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 차원에서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 목적의 착공식을 오는 11월말~12월초쯤 하기로 합의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북한 대남선전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인 리선권을 각각 수석대표로 남북 정권은 이날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회담을 가진 뒤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남북 대표단은 이날 공동보도문 채택을 위해 전체회의 2회, 수석대표 접촉 2회, 대표 접촉 2회를 진행했다.

15일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이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15일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이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공동보도문에 따르면 남북 정권은 장성급 군사회담을 빠른 시일 안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남북은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비무장지대(DMZ)를 비롯한 대치 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기 위한 문제와 군사공동위원회의 구성·운영문제를 토의할 예정이다. 

특히 군사공동위는 지난 1992년 '남북기본(불가침)합의서'를 통해 구성하기로 했으나,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며 핵 개발 강행으로 선회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제2차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도 국방장관 회담에서 군사공동위 구성과 운영에 합의했지만 더 이상 진전은 없었다.

향후 군사공동위가 구성돼 가동되면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의 적대행위 금지 문제뿐만 아니라 단계적 군축 등도 의제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또 남북 정권은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내달 말이나 12월 초쯤 하기로 합의했다. 

남북은 그동안 4·27 판문점선언 이후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사전 작업을 벌여온 바 있다. 지난 6월 철도와 도로협력 분과회담에서 공동점검·조사 등에 합의하고 7월과 8월에는 북측 철도 연결구간, 고속도로 구간 등에 대한 공동조사를 진행해 왔다.

8월말에는 경의선 북측구간에서 열차를 시범운행하며 철도구간을 점검한다고 나섰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에 따라 북측 반입이 금지된 경유(디젤)를 이 열차가 싣고 있어 유엔군사령부가 군사분계선(MDL) 출입을 제지해 한차례 중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북 정권은 착공식을 위해 아직 현지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북측 철도구간인 경의선은 10월 하순, 동해선은 11월 초 현지조사를 할 예정이다. 정부는 북측과 실무협의를 통해 구체적 날짜 등 세부 사항을 협의하는 한편, 관련국 및 유관기관과의 사전협의를 통해 현지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달 5일(미 현지시간) 유엔사의 북측 철도 공동조사 제지 방침에 관해 '남북 철도 공동조사는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한국 통일부 입장에 동의하느냐'는 미국의 소리(VOA) 방송의 질문에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안보리 결의로 금지된 '특정 분야 제품'을 포함해 유엔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길 기대한다"고 관계자가 밝힌 바 있다.

관계자는 "특정 분야 제품을 비롯한 제재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거듭 세워, 8월말 문제가 됐던 대북 경유 반입 금지 논란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됐다. 북측 철도 공동조사를 명목으로 한 연료 반입도 금지된 가운데,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위한 자재 반입 역시 대북제재에 저촉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OFAC)이 이달 들어 기존 대북제재리스트에 김정은과 조선노동당 39호실, 대성은행 등 466건의 제재 대상 개인과 기업·기관을 '세컨더리(제3자) 제재 위험' 대상으로 추가 지정하는 등 대북제재 압박의 고삐를 옥죄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실물자산 유입을 필요로 하는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조 장관은 연료·자재 등 북측 반입에 관해 유엔사와 협의가 끝났느냐는 언론 질문에 "관련국과 긴밀하게 협의해오고 있다"고만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금년 내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개최하려면 늦어도 이달 중에는 현지공동조사에 들어가야 한다.

자료사진=연합뉴스

이밖에 남북은 이산가족 면회소 복구와 상시 운영, 화상상봉, 영상편지 교환 등을 협의하기 위해 11월 중 금강산 지역에서 적십자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 남측은 이산가족 면회소 시설 개보수 공사와 관련해 이산가족 면회소에 대한 몰수 조치 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남북은 북측 예술단의 국내 공연을 위한 실무를 이른 시일 내에 협의·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밖에 평양선언에 명시된 2020년 하계올림픽경기대회 공동 진출과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체육회담을 10월 말쯤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오는 22일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산림협력 분과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하고, 10월 하순에는 보건의료 분과회담을 개최해 전염성 질병 공동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논의를 개시하기로 했다.

여권이 추진해 온 이른바 남북 국회회담에 대한 북측의 입장도 이날 전달됐다. 북측은 우리 국회 차원에서 실무회담을 제의한다면, 북측 최고인민회의가 검토해서 답변을 줄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은 서해경제·동해관광 공동특구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동연구에 착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외에도 남북은 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전' 전시에 대해 실무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사항을 협의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사항을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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