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N수첩/이슬기] '노무현 일가 뇌물사건' 단죄는 끝나지 않았다
[PenN수첩/이슬기] '노무현 일가 뇌물사건' 단죄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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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광덕 의원의 국정감사 질문 통해 잔여 공소시효 확인
검찰, 전형적 ‘사건 뭉개기’로 고발 이후 1년째 고발인 조사도 안해
‘盧정권 2인자’ 文대통령, 공정한 수사-정의로운 결과 이끌어내야
이슬기 PenN 정치사회부 기자
이슬기 PenN 기자

“(노무현 일가의 뇌물 수수 사건 중) 어떤 범죄사실의 공소시효가 남아있습니까?”
“노건호, 연철호 500만달러 수수 부분의 공소시효가 15년으로 시효가 아직 남아있습니다.”
“범죄 일시가 언제로 돼 있습니까?”
“기록에 의하면 2008년 2월로 돼 있습니다”

반전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다. 지난 12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중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질의 응답 장면 얘기다. 지난 2월 공소시효가 완성되면서 이제 기소의 기회조차 사라진 줄 알았던 ‘노무현 일가의 640만 달러(한화가치 약 72억5천만원)’ 뇌물 수수 사건은 이렇게 '부활'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대대적으로 ‘적폐 청산’에 열을 올려온 검찰은 그동안 이 사건에 관해서만큼은 무심한, 혹은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로 수사가 중단된 2009년 5월엔 물론이고, 지난해 10월 자유한국당이 권양숙 여사와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 등을 고발한 이후에도 그랬다. 검찰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발인 조사도 하지 않았다. 또 보통의 권력형 비리 수사가 특수부나 형사 1부에 에 배당되는 것과 달리 이 사건은 일반 형사 사건을 다루는 ‘형사 6부’에 배당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전형적인 사건 뭉개기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는 사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놀라울 정도로 신속하게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민변과 참여연대가 MB의 다스 횡령 의혹을 고발했고, 검찰은 곧 검사 4명을 투입해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한국당이 노 전 일가를 고발한 지 두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구속됐고, 그의 형과 사위 등 측근 인물은 모조리 구속되거나 소환 조사를 받았다. 법원은 검찰이 그를 기소한 지(2108년 4월 9일) 6개월 만에 징역 15년이라는 1심 선고 결과를 내놓았다. 그야말로 숨가뿐 전개다.

반면 일부 의혹이 이미 수면 위로 드러난 노무현 일가의 뇌물 수수 사건은, 주광덕 의원이 아니었다면 까맣게 잊혀질 뻔했다. 검찰의 이런 사건 처리에 어떤 정치적 의도가 섞인 것 아니냐는 의심은 합리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냈다. ‘노무현 정권의 2인자’라고도 불린 노 정권 당시의 핵심 인물이다. 그리고 노무현 일가의 뇌물 수수 의혹은 김영삼 전 대통령부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된 권력형 비리 사건 중 수사가 중단된 유일한 사건이다.

끈질긴 추적 끝에 박상기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일부 사건은 공소시효가 아직 남았다’는 답변을 이끌어낸 주 의원은 “노무현 일가 뇌물수수 사건은 국민 법감정에서 씻을 수 없는 부패이자 권력형 비리다. 검찰권 행사가 ‘살아있는 권력이냐 한물 간 권력이냐’에 따라 차이가 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의 지적은 정확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는 문재인 정권의 핵심 테제는 경제엔 ‘꽝’이었지만, 이런 적폐 수사건에는 썩 잘 어울리는 말이다. 수사 및 기소의 기회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를 정의롭게 처리돼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노 정권 내 핵심인물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이번 ‘적폐’ 사건은 더 엄격하게 다뤄져야 한다.

만약 이 사건이 정말 드라마의 소재였다면, 그리고 누군가가 이 드라마의 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 그 감독께 이런 조언을 드리겠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시청자들 대다수는 전형적인 권선징악 스토리를 사랑한다고. 그리고 반전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이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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