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거리, 홍콩·싱가포르와 구별 안된다"며…北경제 마이너스 성장·기아 외면한 궤변
민주당 의원이 "유사 종교"인 김일성 주체사상을 "가족주의적"이라 하나
6.25 戰犯 북한을 "자주국방한다" 치켜세우고 한미공조론을 "美 전능하다 생각" 폄하
차명진 "宋 말대로면 北 저리 잘 사는데 무슨 얼어죽을 경협이냐" 일갈
"'주사파 정권' 공식화 돼…주체사상 핵심논리가 국가를 가족모델로 보는 것"
"宋이 현정부 대북기조 잘 잡아줘, 판문점선언 비준해줄 필요도 없어졌다"

문재인 정권에서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을 지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계양구을·4선).(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당권에도 도전했던 송영길 의원(인천 계양구을·4선)이 북한 김씨 세습독재정권의 핵 개발과 김일성 주체사상을 사실상 대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주체사상파 정권임이 공식화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15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송영길 의원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워싱턴 주미(駐美)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한 뒤로 재래식 군비를 절감해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며 "북한은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가족주의적인 나라"라고 했다. 

송 의원은 "보수 세력들은 북한같이 가난한 나라가 백성을 굶주리게 하면서 핵개발 했다고 항상 비판한다"며 "(그러나) 이번에 (북한에) 가보니깐 여명 거리나 신과학자거리는 사진을 찍어 봐도 홍콩·싱가포르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고층 빌딩이 올라가 있었다"고 '잘 사는 평양'을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미국 학자들의 분석'이라고 전제한 뒤 "(북한은) 재래식 군사력으로 한·미 연합군에 맞설 수 없으니 (핵 같은) 비대칭 전력을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6.25 남침전쟁 전범(戰犯)이면서도 한·미를 침략자로, 자신들을 피해자로 규정하고 방어 목적으로 핵과 생물·화학 대량살상무기 등 비대칭 전력을 확대해 올 수밖에 없었다는 북한 정권의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송 의원은 "핵무기를 개발한 후로는 재래식 군비를 절감해 이것을 국민에게 생필품 생산으로 돌렸기 때문에 제재를 버티고 경제가 좋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또 "이번에 (평양에 가) 수퍼에서 사봤는데 70%가 북한 자체 생산품으로 바뀌었다"며 "과자부터 햄·소시지·김치 전부 북한산으로 바뀐 것을 확인했다"고 강변했다.

이런 주장과 달리 북한의 식량 사정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게 국제 사회의 분석이다. 아일랜드 인도주의 단체 컨선월드와이드가 최근 발표한 '2018년 세계 기아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기아 수준은 저(低)개발국과 개발도상국 등 조사 대상 119개 국가 중 11번째로 심각했다. 또 북한의 5세 미만 아동 중 8.1%가 저체중, 39.8%가 발육 부진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도 올해 초 공개한 보고서에서 핵 개발 강행에 따른 국제 사회의 엄격한 경제제재와 거듭된 농업 실적 부진으로 북한 식량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 역시 지난 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언론 브리핑을 통해 "북한 인구의 약 40%에 해당하는 1000만명이 넘는 주민들이 영양실조 상태에 놓여 있으며, 인도적 원조를 필요로 한다"며 인도적 대북지원 필요성을 호소한 바 있다.

지난 7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에 따르면 북한의 지난 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대비 3.5%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으로도 나타난 상황이다. 

'핵 개발 이후 북한 경제가 좋아졌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북 소식통은 한 언론에 "(송 의원이) 북한 정권이 체제 선전용으로 조성한 평양 도심만 보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전역에서 굶주리고 있는 주민과 아이들을 본 적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송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중동은 (이슬람국가 등 극단주의자들이 자살 폭탄 테러로) 알라신한테 가려는 사람들인데, 북한은 죽어서 하늘나라 가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김일성 수령을 유사 종교처럼 떠받드는 것은 맞지만 '부러움 없이 살고 싶다. 가장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유교 사회주의적인, 어떻게 보면 가족주의적인 나라"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이 지극히 반(反)민주적 수령 독재체제를 "가족주의적"이라는 표현까지 가져와 옹호한 셈이다.

이밖에도 송 의원은 "북한은 그 열악한 것을 가지고도 이렇게 (자주국방을) 하는데, 우리 군인들은 전시작전권을 회수하지 않으니깐 다 미군에 의존해 스스로 작전을 만들 능력이 아주 약화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반도 문제는 미국보다 우리가 전문가 아닌가"라며 "자주적으로 설득하고 미 국무부와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에게 가르칠 것은 가르치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잡아준다는 자주적인 자세를 견지할 때 진정한 의미의 한·미 동맹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미국이 전지전능한 올마이티(almighty)라고 생각하고 미국과 의견이 다르면 한·미 동맹에 균열이 온 것처럼 생각하는 자세는 문재인 시대에 맞지 않는 자세"라고도 했다.

중국·러시아와 사실상 혈맹을 이루고 비대칭 전력에 의존한 '전쟁 위협'으로 일관하는 북한 정권을 "자주국방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반면 동맹관계인 미국과 원칙주의적 대(對)북핵 공조를 이루는 것을 "문재인 시대에 맞지 않다"고 폄하한 것이다.

송 의원은 당내 '86 운동권 세대' 대표주자의 일원으로 평가되며 인천광역시장을 지낸 바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을 맡았다. 당대표 선거에 2번 도전했다가 실패했지만 4선의 무게감과 함께 여권 핵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차명진 자유한국당 전 재선 국회의원.(사진=연합뉴스)
차명진 자유한국당 전 재선 국회의원.(사진=연합뉴스)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자유민주진영으로 전향을 선언한 차명진 자유한국당 전 재선 국회의원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송영길, 두가지 점에서 고맙다"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잘 잡아줬다"고 평가했다.

그 근거로 차명진 전 의원은 "하나, (송 의원 말대로면) 북한이 저리 잘 사는데 경제협력은 무슨 얼어죽을 경협이냐"고 반문한 뒤 "오히려 우리가 지금 사상초유의 고용참사에, 저성장 늪에서 허덕이는데다가 좀 있으면 미국한테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도 당할 판이니, 거꾸로 '잘 사는 북한'이 우릴 도와줘야 한다"고 비꼬았다.

차 전 의원은 "둘, 송영길의 커밍아웃으로 현 정부가 주사파 정권임이 공식화됐다. 주체사상의 핵심 논리가 국가를 가족모델로 보는 것"이라며 "거기에선 개개인의 재산도 인성도 공동체를 위해 바쳐야 하고, 오로지 '어버이 수령'의 영도 아래 하루 하루 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1980년대 말 남한 운동권이 주체사상을 수입했는데, 개명천지 현대사회에서 살아있는 사람을 신격화하면 좀 거시기(민망)하니까 수령의 위치를 살짝 격하해 남한판 변형인 비(非)주사NL(민족해방 노선)이 탄생했다. 송영길이 이번에 남한판 주사파의 핵심을 꼭 짚어줬다"고 강조했다.

이어 "(송 의원의 발언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송영길이 여권(與圈)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생각해 보라. 야권도 '송영길이 틀렸다'며 소모적인 논쟁을 하는 대신 정부 정책을 송영길한테 맞추도록 촉구하라"면서 "당장 (주사파 정권이 강행하는) 판문점선언도 비준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못박았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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