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런 교수 "그동안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로 판단했지만, 실제로는 적"
"미국은 중국이 자유시장경제·민주주의·인권을 보장하는 정상적 국가로 발전할 것이라 오판"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과의 '신냉전'(a new cold war)에 대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로 판단했지만, 실제로는 '적'이라는 주장이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더글러스 딜런 교수는 13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을 통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대중국 비판연설이 사실상 중국과의 신냉전을 선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의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에서 행한 연설에서 중국에 대해 '도둑질'(theft)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강력하게 비판했다.

펜스 부통령은 연설에서 무역갈등은 물론 중국의 미국 중간선거 개입 의혹, 남중국해 문제,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의 위구르족 이슬람교도 탄압 등 거의 모든 분야를 거론하면서 중국을 비판했다.

이에 딜런 교수는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수년 동안 싸움을 걸어온 데 대해 미국이 본격적인 대응하겠다고 밝힌 선언이라고 해석했다.

먼저 딜런 교수는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잘못된 도박을 했다고 꼬집었다.

이들이 중국의 도전을 기본적으로 오해했다는 주장이다. 딜런 교수는 3명의 전직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로 판단했지만, 중국이 실제로는 '전략적 경쟁자' '라이벌', 나아가 '적'이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중국을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에 통합시키면 중국이 정상적인 자유 시장경제, 민주주의, 인권을 보장하는 법치주의 국가로 발전할 것으로 오판하고, 중국을 '책임 있는 주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딜런 교수는 그러면서 "미국을 겨냥한 중국의 무역전쟁은 수년간 계속됐다. 우리 행정부에서 달라진 점은 우리는 그것에 확실히 승리할 결심이 서 있다는 것이다"라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을 인용했다.

딜런 교수는 최근 자신이 만난 한 고위급 중국 관리로부터 중국이 펜스 부통령의 연설에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전략가들에게 신냉전에 대한 우려로 인해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새로 부상하는 세력이 지배세력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위협해올 때 극심한 구조적 긴장이 발생하는 현상으로, 아테네 출신의 역사가이자 장군인 투키디데스가 쓴 책에서 유래했다.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기존 강국이었던 스파르타가 급격히 부상하던 아테네를 견제하면서 발생했다고 서술했다.

일찍이 미국 하버드대 벨퍼 국제문제연구소장을 지낸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지난해 자신의 저서 '불가피한 전쟁'에서 세계 도처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 서로 원치 않는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앞서 저명한 경제학자인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선임연구교수도 지난 9월 7일 홍콩에서 열린 홍콩 미국상공회의소 연례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 모두 무역전쟁에서 출구전략이 없는 것 같다면서 중국과 미국이 신냉전 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중국인인 민신페이 미국 클레어몬트 매케나대 교수도 이 회의에서 미 중간 진행되고 있는 무역갈등의 양상을 볼 때 미국과 중국이 이미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져든 것 같다고 진단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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