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국감 주광덕 의원 질의 답변과정에서 '2023년 최종시효만료' 첫 공식확인
박상기 장관 "2008년 2월사건 공소시효 15년" 답변
주광덕 "고발인 조사도 않은 사건, 검사 직무유기…책임 물어야" 박상기 "확인해 보겠다"
"MB 다스 관련 참여연대·민변 고발 20일 만에 조사하더니…동일 잣대로 수사하라"
文 강정마을 시위대 사면·복권 발언에 "재판권 무력화, 극도의 법치주의 위반" 지적도

10월12일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경기 남양주시병·재선)이 박상기 법무부 장관(오른쪽)에게 질의하고 있다.(사진=국회방송 캡처)
10월12일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경기 남양주시병·재선)이 박상기 법무부 장관(오른쪽)에게 질의하고 있다.(사진=국회방송 캡처)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2일 문재인 정권 고위공직자 중에선 처음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 640만달러 뇌물수수 사건'과 관련해 "일부 사건은 공소시효가 아직 남았다"고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확인했다. 가장 마지막 발생한 뇌물사건(2008년 2월)의 공소시효가 10년으로 당초 올해 2월 시효가 만료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에선 공소시효가 15년이므로 2023년 2월 만료되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박상기 장관은 이날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종합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감에서 검사 출신인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경기 남양주시병·재선)이 '장관은 노무현 일가 뇌물수수 사건의 공소시효를 언제로 알고 있나'라고 질의하자 이같이 답변했다.

'공소시효가 남은 범죄사실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거듭된 질의에도 박 장관은 "그렇게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공소시효란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면 어떤 범죄사건에 대한 형벌권이 소멸하는 제도로 공소시효가 만료되면 범죄 혐의가 명백하더라도 사건에 대한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된다. 

한국당은 앞서 지난해 10월13일 당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회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장남 노건호씨 등 5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바 있다. 

노무현 일가 뇌물수수 사건은 2009년 5월23일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해 목숨을 끊으면서 '공소권 없음' 처분됐으나, 권양숙 여사 등 다른 연루자에 대한 공소시효는 남아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가를 둘러싼 사건 중 가장 늦게 발생한 2008년 2월22일 노건호씨와 연철호씨(노 전 대통령 조카사위)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자금 500만달러 수수 혐의가 '공소시효 10년'을 적용하면 올해 2월21일부로 만료된다는 게 주된 해석이었고, 한국당도 2월21일부로 노무현 일가 뇌물수수 수사가 불가능해졌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박 장관이 공소시효가 남은 사건이 있다고 사법당국 차원에서 처음 확인한 것이다.

주광덕 의원은 추가 질의에서 '어떤 범죄사실이 공소시효가 남았는지 답변 가능한가'라고 물었고, 박 장관은 "현재 공소시효가 15년으로 아직 남아 있는 게 '노건호·연철호 500만 달러 수수' 부분으로 돼 있다"고 답변했다.

'범죄 일시가 언제인 것으로 돼 있나'라는 질문에는 "기록에 의하면 2008년 2월로 돼 있다"고 답했다. 

주 의원은 '장관께선 공소시효가 15년이기 때문에 범죄일시가 2008년이므로 2023년이 공소시효 완성 시기라고 말씀하신 것인가'라고 거듭 확인을 요청했고, 박 장관은 "네"라며 "검찰로부터 이렇게 보고받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만약 (공소시효가) '도과(徒過·시간이 지나다)'됐다고 책임을 물으면 장관은 어떻게 하시겠나"라고 물었으나 박 장관은 구체적인 답변을 꺼렸다.

주 의원은 "자기가 고발 사건을 갖고 있으면서 전혀 고발인 조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된다면 해당 검사는 직무유기가 된다"며 "그렇다면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겠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박 장관은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주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 '다스'에 관해 참여연대와 민변에서 지난해 12월 고발했을 땐 고발인 조사를 20일 후에 하고, 특별수사팀이 만들어 져서 최근 1심 15년 징역형이 이뤄졌다"며 "그러나 한국당에서 노무현 일가 뇌물수수도 국민 법감정에서 상당히 씻을 수 없는 부패이자 권력형 비리이기 때문에 수사해달라고 저희가 지난해 10월 고발했는데 아직까지 고발인 조사도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권 행사가 '살아있는 권력이냐 한물 간 권력이냐'에 따라 이렇게 차이가 난다"며 "그에 관한 내용은 현 대통령의 11년 전 저서에 정확하게 기재가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전전(前前) 정부에 있었던 문제에 관해서도 동일한 잣대로 동일한 칼날을 갖고 공정하게 수사해서 국민들에게 그 실상을 밝히고 처벌할 건 처벌하고 역사적으로 평가할 건 하는 것이 검찰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주 의원이 이날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의 저서는 '검찰을 생각한다'는 제목의 책이다.

이 저서에서 문 대통령은 "정치권력은 검찰을 이용하고 검찰은 정치권력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자신의 권한을 확대한다. 정치권력의 요구에 맞춰서 사건을 처리하기 때문에 공평함을 생명으로 하는 법치주의가 무너지는 것이다"고 검찰과 권력의 유착을 지적한다. 

또한 "수사와 재판이라는 형사절차를 동원해 반대파 정치인을 파렴치한 형사범으로 만들어서 처벌한다. 합법형식의 탄압이다. 이런 역할을 검찰이 담당한다. 검찰은 통치와 법률을 연결시켜 통치를 정당화시킬 수 있는 실력과 지위를 갖춘 유일한 집단이다. 검찰이 통치를 담당하면서 한국 특유의 폭력적인 법치주의가 완성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토대로 주 의원은 "이 정부가 검찰개혁 구호를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일어나는 것은 검찰 장악이라고 생각한다"며 "검찰 장악을 하면서 검찰 개혁이 상당히 뒷전으로 밀렸다"고 일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11일 오후 제주 국제 관함식 연설과 그 직후 강정마을 일부 주민과의 간담회에서 제주해군기지 반대 시위자 중 연행돼 사법 처리된 사람들에 대해, 관련 재판 절차가 끝나는대로 사면·복권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사진=연합뉴스)

주 의원은 지난 11일 제주 국제 관함식에서 문 대통령이 제주해군기지 저지 불법시위를 벌여 사법처리됐거나 재판 중인 강정마을 일부 주민과 시위대 등에 대해 사면·복권을 미리 약속한 데 대해서도 "재판권도 무력화시키겠다는 극도의 법치주의 위반"이라고 질타했다.

주 의원은 "어제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은 오늘 언론에서 대체로 부적절하다고 표현한다"며 "(해군기지 입지 선정부터 건설까지) 절차적 정당성이나 민주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었다 하면, 그 결정을 내릴 당시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장을 하셨는데 앞으로 그 문제를 어떻게 하실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재판 진행 중인 사람들에 대해 사면 복권을 얘기한 것도 결국 법무부 장관에게 오늘 국감에 임해서 답변하는 것의 '가이드라인'을 대통령이 제시한 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주 의원은 "유독 강정마을에 대해서 국가가 750억원(해군기지 건설 지연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 총액) 가까운 배상을 (시공사 등에) 해줘야 하는데 (현 정권이) 구상권을 포기하고, 600명 넘는 사람들이 기소돼서 재판받는 사건을 사면 복권하겠다고 법률을 위반해가며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은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는 재판권에 대한 간섭이고 사법부 독립 유린하거나 법치주의 심하게 훼손한 매우 잘못된 말씀으로 생각한다"며 박 장관에게 "유념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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