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최영미(57) 씨가 시인 고은(85·본명 고은태) 씨에게 법정에서 성추행 파문 관련 대질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고씨 측은 건강상의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이상윤)는 12일 고은이 최씨 등 6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차 변론을 열었다. 최씨 측은 고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또한 최씨 본인의 당사자 신문도 함께 신청해 같은 날 법정에서 대질하자고 요청했다.
그러나 고씨 측은 이를 거부했다. 고씨 측 변호인은 “8개월간 너무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아 정상적인 활동이나 사고가 불가능하다”며 “나오면 패닉 상태가 될 것 같아 신문 자체가 불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재판부도 “기본적으로 부인하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질이 제대로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최씨 측 변호인은 “고씨가 나오지 않더라도 최영미 본인 신문을 하겠다”며 신청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부터 최씨 등 문인들이 폭로한 미투 의혹 관련 당시 현장에 있던 참석자들을 불러 신문할 방침이다.
다음달 8일에는 시인 박진성 씨가 2008년 회식에서 고씨의 성추행 장면을 목격한 증인들을 부를 예정이다. 다만 박씨 측 요청으로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앞서 지난해 9월 최씨는 인문교양 계간지 ‘황해문화’에 고씨의 성추행을 폭로하는 내용의 시 ‘괴물’을 게재했다.
이후 파문이 커지면서 고씨는 한국작가회의 상임고문직 등에서 사퇴했다. 또한 지난 7월 최씨와 박씨, 폭로를 보도한 신문사 등을 상대로 총 10억 70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