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終戰 준비 안됐다면?"에 文즉답 않자 "韓대통령으로서 트럼프 발언 느낌은?" 묻기도
文 "종전선언은 시기문제, 반드시 될 것" "北비핵화 되돌릴 수 없다 판단되면 제재완화"
"김정은과 비핵화 프로세스 구체적 논의 없었다"면서 "완전한비핵화는 모든 핵 폐기 포함" 대변
北인권탄압 질문에 "국제적 압박으로 北 인권증진 효과 안 생겨, 남북협력해야" 주장
BBC 기자 "트럼프와 김정은 중 누구와 더 일하기 편한가" 묻자 文 "두분 결단 덕에…"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북한 정권과의 종전(終戰)선언에 대해 "시기의 문제일 뿐, 반드시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유럽순방을 앞두고 실시한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은 사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측과 충분한 논의를 한 것이다. 북한이 일정한 조치를 취할 경우 오랜 북미(미북)간의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겠다는 하나의 '정치적 선언'으로 종전선언이 조기에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한미간의 공감대가 있었다"고 주장한 뒤 이같이 말했다.

당초 BBC 로라 비커 기자는 "종전선언에 대해 남북 모두 연내 서명하는 것을 희망하는 것으로 안다. 만약에 미국이 그런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어떻게 하시겠나"라고 물었지만, 문 대통령은 최근 한미간 균열상을 뒤로 하고 '동문서답'에 가까운 답변을 한 셈이다.

그러자 비커 기자는 "대통령께서 언급한 '한미 공감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주 인터뷰를 통해 '한국같은 경우 제재를 완화하는 데 있어서 미국의 승인 없이는 어떤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며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어떻게 느끼시는가"라고 직접적으로 질문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즉답하지 않고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적인 제재 공조는 유지될 필요가 있다"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들도 국제적인 제재의 틀 속에서,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부터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이야기는 일정한 단계까지 우리가 국제적인 제재에 대해 한미간에 긴밀하게 협력하고, 보조를 맞춰나가야 한다는 원론적인 말씀이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11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언론의 논평 요청에 "모든 사안은 한미간 공감과 협의가 있는 가운데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답변한 것과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작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24 조치 관계부처와 해제 검토' 실언(失言)을 한 것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은 내놓지 않은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가진 영국의 공영방송 BBC와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가진 영국의 공영방송 BBC와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방안에 대해서는 집권 이후 세번 개최한 남북수뇌회담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시기나 프로세스에 대해 제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논의한 적은 없다"고 스스로 밝혔다. "구체적인 프로세스는 북미(미북)간에 협의해야 될 내용"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이 말하는 '완전한 비핵화'는 추가적인 핵실험과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해 핵을 생산하고 미사일을 발전시키는 시설들을 폐기한다는 것, 그리고 현존하는 핵무기와 핵물질들을 전부 없애겠단 것 전부가 포함된 것"이라며 "완전한 비핵화의 개념 속에 그 모든 것이 포함된다는 건 서로 분명히 의견이 일치할 수 있었다"고 김정은 '대신' 설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북제재에 관해 기자는 '대통령께선 지금 북한에 1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하려고 준비 중이신데, 제재 국면이 유지되는 동안 어떻게 풀어나가시겠나', '유엔 차원의 제재나 미국의 독자제재 해제를 추진하실 건가' 등 질문을 던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우리는 본격적인 경제협력은 그 제재의 완화에 따르되, 그때까지 경제협력을 위한 사전 준비들을 미리 해두자는 것"이라고 우선 답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부의 대북사업이)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라는 옳은 선택을 할 경우 북한의 경제적인 번영이나 아주 밝은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자평한 것은 '아전인수 식'이라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또 "유엔의 제재는 알다시피 북한의 계속된 도발에 따라 점점 강화돼 왔다"고 북핵 자체를 문제 삼지 않는 논리를 취하면서,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계속 실천해 나가고 '이젠 되돌릴 수 없는 상태까지 왔다'고 판단되면 그땐 유엔 제재들이 완화돼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재완화 시도의 여지를 남겼다.

기자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일전에 '인권변호사'로서 그렇게 활동하셨는데, 세계적인 인권탄압 국가의 지도자와 손잡고 포옹하시는 것에 대해 좀 불편한 마음이 들지는 않으셨는가"라고 '돌직구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대해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북한도 보편적인 인권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그 인권은 국제적으로 압박한다고 해서 인권증진의 효과가 바로 생기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가장 실질적으로 개선해주는 방법은 남북간 협력, 국제사회와 북한 간 협력, 그리고 북한이 개방의 길로 나와서 정상적인 국가가 돼가는 것,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빠르게 개선하는 실효성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엔 사무총장도 지금 이뤄지고 있는 남북간 대화나 북미간 대화가 북한 주민들의 인권증진에 실제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뜻을 밝힌 바가 있다"면서 "저도 그 말씀에 공감하는 바"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는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 중 누가 더 일하기 편하신가'라고도 물었는데, 문 대통령은 "두분의 결단이 없었다면 비핵화 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풀어낸다는 걸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얼버무렸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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