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N 수첩/윤희성] 가상화폐, 블록체인 빼면 ‘도토리-별풍선’
[PenN 수첩/윤희성] 가상화폐, 블록체인 빼면 ‘도토리-별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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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앤드마이크 윤희성 기자.

과거 싸이월드에서는 도토리 5개로 구매한 음원으로 미니홈피를 꾸미기도 했다. 요즘에는 마음에 드는 아프리카TV 진행자에게 별풍선을 선물한다.

도토리와 별풍선은 모두 돈을 주고 구매해 온라인 공간에서 화폐 대신 사용한다. 도토리와 별풍선의 다른 말이 가상화폐다.

최근 뜨거운 이슈인 가상화폐는 사실 블록체인이라는 보안기술로 해킹의 위험을 줄였다는 것 외에는 도토리나 별풍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상화폐는 달러나 원, 엔 등 각국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가 아닌 특정 개인이 발행하는 ‘도전자 화폐’다.

언젠가는 화폐로써 그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가상화폐를 투자 상품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가상화폐에 투자한 사람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직장을 다니는 평범하지만 야심이 큰 수많은 사람들이 가상화폐를 투자 상품으로 인식하고 돈을 과감히 쏟아 붓고 있다.

싸이월드와 아프리카TV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도토리와 별풍선을 발행해도 우리는 도토리와 별풍선으로 지하철을 타거나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화폐는 권위다. 신뢰를 바탕으로 나오는 권위다. 개인은 국가와 계약한다. 개인은 국가를 믿고 자유 일부를 양도하며 국가의 권위를 만들어준다. 국가는 신뢰를 바탕으로 확보한 권위로 화폐를 발행한다.

중앙은행은 화폐 발행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시뇨리지를 개인을 대신해 취득한다. 개인들은 국가의 시뇨리지 독점에 대해 불만이 있지만 한 개인이 이 막대한 시뇨리지를 독점하는 것 보다는 분노하지 않는다.  

가상화폐가 도전자가 아닌 달러나 원, 엔을 대체하는 진짜 화폐로 세상에 통용되기 위해서는 가상화폐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한 개인의 시뇨리지 독점을 묵인해야 한다.  

도토리와 별풍선으로 월급을 받고 월세를 내고 휴대폰 월정액을 지불한다면 싸이월드와 아프리카TV는 엄청난 시뇨리지를 획득한다. 

생산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도토리와 별풍선이 300만원의 월급을 60만원의 월세를 6만9천원의 월정액을 대체한다면 싸이월드와 아프리카TV는 369만6천원의 시뇨리지를 취득한다.

시뇨리지를 한국은행이 아닌 싸이월드와 아프리카TV에 줘도 된다는 사람은 가상화폐에 투자한다. 중앙은행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지만 싸이월드와 아프리카TV보다는 한국은행을 신뢰하면 가상화폐에 투자하지 않는다.

가상화폐를 무조건 블록체인으로 덮어씌워 4차 산업혁명으로 포장하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현실에서 화폐의 조건인 신뢰와 권위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이 지금 필요한 투자 전략이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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