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연합뉴스 제공)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기업의 경영권을 보호하는 차등의결권을 일부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기업은 제외하고 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 방안이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차등의결권이 도입되면 벤처 창업자가 자금 유치를 위해 기업공개(IPO)를 할 때 경영권이 불안정해지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차등의결권은 자유한국당이 수년 전부터 꾸준히 도입을 추진해 왔지만 대기업에게 유리하다는 이유로 민주당이 반대하며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이번에 민주당이 들고나온 차등의결권 도입안 역시 대기업을 제외하고 벤처기업의 경영권만을 보호해 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여당이 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야당 역시 완전하지는 않지만 벤처기업에라도 차등의결권이 도입되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결실을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차등의결권이란 주식 1주당 2개 이상 의결권을 갖는 것을 뜻하며 현행 상법에는 '1주 1의결권' 원칙이 명기돼 있다. 

벤처업계에서는 차등의결권 도입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벤처기업협회 박태근 커뮤니케이션실 실장은 "기업공개 과정에서 창업자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차등의결권은 꾸준히 요구했던 것이고 차등의결권 도입은 환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벤처기업에게 차등의결권을 준다고 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벤처기업들은 대기업의 인수·합병(M&A)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 가장 모범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 실장은 "대기업이 벤처기업의 기술력을 인수하거나 벤처기업과 합병하는 것을 착취로 보는 경향이 강해 대기업들이 벤처기업의 M&A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가 대기업이 벤처기업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벤처기업에 국한하겠다는 차등의결권 제도를 더 많은 기업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식 1주에 10개, 100개, 심지어 100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나라는 OECD 국가 중 미국 영국 프랑스 스위스 스웨덴 등 17개국이다. 스웨덴은 특히 전체 상장기업의 62%가 차등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다. 

선진국은 차등의결권 외에도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초다수의결제, 황금주 등 경영권 방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의 구글과 페이스북 등과 같은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성장하는데 차등의결권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상황에서 마땅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어 글로벌 투기자본의 표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2003년 SK와 소버린, 2006년 KT&G와 칼 아이칸, 2015년 삼성물산과 엘리엇 사태가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어 발생했던 대표적 사건이다. 지난 5월에는 현대자동차도 공격을 받은 바 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