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금융제재를 총괄하는 재무부 핵심 관계자가 지난달 남북 정상의 평양공동선언 발표 직후 국내 은행들에게 북한 관련 사업을 문의하는 등 대북제재 이행 상황을 집중적으로 파악했다는 국회 국정감사 자료가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이 11일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20일과 21일에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등 국내 국책·시중은행 6곳 이상에 이메일 또는 전화를 통해 북한 관련 사업에 대해 문의했고 "북한 관련 문제로 회의를 열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회의에는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정보국(TFI) 소속 부차관보급 핵심 간부와 직원들이 나섰고 국내 국책·시중은행에서는 부행장급 간부 등 4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자리에서 미국 재무부 관계자들은 국내 은행들에게 진행 중인 대북 관련 사업 현황을 물어봤고 유엔(UN)과 미국의 대북 제재 사항을 설명했다고 한다. 

미국 재무부는 농협이 검토 중인 '금강산 지점' 재개 추진 상황과 개성공단 관련 이슈를 집중 문의했고 국내 국책·시중은행들에게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가 완화되기 전에 너무 앞서가면 안 된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국내 은행 관계자들은 "진행 중인 사업은 모두 북한에 대한 미국 독자제재나 유엔 대북제재 틀 안에서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준수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미국 행정부가 테러 및 대북 금융제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TFI가 움직인 시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20일 산업은행과 농헙, 국민은행을 접촉했고 21일에 기업은행에 연락했다. 산업은행과 농협은 미국 측 연락을 함께 받고 공동회의를 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불만을 표시한 군사합의서(19일)를 내놓은 바로 다음 날부터 미국이 국내 은행들과 접촉한 것이다.

국내 국책·시중은행들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대북 연구 및 사업 조직을 강화해왔다. 산업은행은 최근 통일사업부를 한반도신경제센터로 확대 개편하고 남북경협연구단을 신설했다. 기업은행은 북한경제연구센터를 운영하며 '중소기업 지원센터' 설립을 논의 중이었다.

국민은행은 KB금융경영연구소 산하에 북한연구센터를 꾸리고 최근 외부 자문위원들을 위촉했다. 개성공단에 지점을 운영했던 우리은행은 개성공단 재개 시 지점 운영방안을 검토 중이었고 농협은 2009년까지 운영했던 금강산 지점 재개를 대비 중이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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