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취급받는 폴란드·헝가리 좌파경제학 '임금주도' 소득주도로 포장
親노동정책 단시간에 줄줄이 시행…허약해진 경제체력 버틸 재간 없다
정부·여당, 소득주도 실패로 정책 패러다임 '포용국가'로 일제히 전환
포용국가는 '시장경제'…文정부, 이름만 '포용' 수탈·착취 경제 이어간다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정통경제학에서는 이단으로 취급받고 있는 폴란드 항가리의 좌파경제학자를 중심으로 주장되어 온 임금주도성장을 소득주도성장이라고 애매모호한 용어로 포장해 들고 나와 정책으로 시행한지 1년 여 만에 사상 최악의 고용참사를 기록하며 실패로 판명 났다. 임금주도성장이라고 하면 너무 좌파냄새가 나서인지 이를 소득주도성장이라고 두리뭉실 호도한 것 부터가 좌파답다. 소득은 1차적으로 근로자의 임금과 기업가의 이윤으로 나누어지므로 소득주도성장이라고 하면 임금 몫을 더 늘리자는 주장인지 이윤 몫을 더 늘리자는 주장인지 부터가 애매모호하다. 

혼란스럽게 해 놓고는 사실상 사상최고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단축, 비정규직 정규직화, 임금피크제 없는 정년연장 등 친노동정책을 단시간에 줄줄이 시행하니 허약해진 경제체력이 버틸 재간이 없는 것은 당연지사다. 자영업자들은 하루에만 3500여개가 문을 닫고 금년 중 100만 여개가 폐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을 정도다. 이 타격은 주로 임시직 일용직 등 저소득층에 집중되어 소득분배구조도 위기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자 담당 통계청장을 경질하는 소동까지 벌였다.

실패했으면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고 정책입안자를 바꾸는 것이 정도다. 그러나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가 안 좋아서인지 거창하게 대통령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현판을 거는 모습이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나앉고 있는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이 보인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포용국가'라는 새로운 선언을 했다. 문재인대통령은 7월 23일 청와대수석보좌관회의에서 새로운 정책패러다임으로 '포용성장'을 제시하며 '사람중심경제'로 정의하고 소득주도성장의 상위개념이라고 강조했다.  9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20년 집권플랜'을 제시하며 소득주도 성장을 포함한 포용적 성장을 통해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9월 6일에는 청와대에서 대통령주재로 '포용국가 전략회의'를 열고 포용을 정부의 핵심가치로 강조하고 포용국가를 재차 강조하며 고등학교 무상교육과 기초연금 인상 등 각종 복지와 일자리 방안을 내놓았다. 10월 3일 개천절 기념식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도 포용국가의 길을 착실히 걸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 여당 모두 정책 패러다임을 '포용국가' 건설로 일제히 전환하고 있다. 

포용국가란 무엇인가. 아마도 이 개념을 근년에 가장 명쾌하게 제시한 학자는 "왜 국가는 실패하는가"(2012)라는 명저를 저술한 대런 에이스모글루 MIT대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하바드대 교수다. 그들은 이 저서에서 포용적(inclusive) 경제제도를 가지고 있는 국가를 포용국가로 정의하고 있다. 포용적 경제제도란 '많은 국민대중들이 그들의 재능과 기술을 최대한 발휘하고 그들이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경제활동 참여를 이끌어내는 경제제도'라고 정의했다. 아울러 경제제도가 포용적이 되기 위해서는 '사유재산, 불편부당한 법제, 기울어지지 않은 운동장을 제공하는 공공서비스, 새로운 기업의 진입 허용, 직업선택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사유재산 보장, 법치주의, 기업과 직업선택의 자유 등은 바로 시장경제가 지향하는 바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기업하면 잘살게 되고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기업하면 자손들은 더욱 잘 살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되어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기업해서 경제가 번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한국과 미국을 예로 들었다. 한국에서는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이 사유재산제도가 인정되는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특히 박정희 대통령은 성공적인 기업에 신용과 보조금이 제공되도록 하는 정책을 통해 투자와 산업화를 이루고 무역, 교육투자, 기술이전을 통해 ‘동아시아의 기적’을 이루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잘 되지 않은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과는 완전히 다른 정책이다.

에이스모글루와 로빈슨교수는 포용적 경제제도에 반대되는 경제제도를 수탈적 또는 착취적(extractive) 경제제도라고 명명하고 이러한 경제제도는 한 집단의 소득과 부를 착취해서 다른 집단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경제제도로 정의했다. 예를 들어 한 그룹에서 과도하게 세금을 많이 거두어 다른 그룹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 세금을 많이 내야하는 그룹은 열심히 일하거나 기업할 동기가 약화되고 세금을 이전 받는 그룹에서도 이전소득으로 소득이 일정 수준 보장 되므로 열심히 일하거나 기업하려고 하지 않게 되어 결과적으로 모두 가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를 수탈국가 또는 착취국가라고 명명했다. 

모두가 공부도 열심히 하고 일과 기업도 열심히 하는 동기를 부여하기 보다는 '국민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해 준다'는 그리스 파판드레우식의 포퓰리즘이 팽배한 국가는 수탈국가에 해당될 것이다. 극단적으로 모두가 평등하게 사는 국가를 지향한 나머지 재산까지도 공유하는 공산주의 국가였던 구소련과 구동유럽이 붕괴될 수 밖에 없었고 수많은 국민들을 굶주려 죽게까지 할 수 밖에 없었던 개혁개방이전의 중국이 이런 연유로 빈곤의 질곡으로 추락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에이스모글루와 로빈슨교수는 부국은 더욱 부국이 되고 빈국은 더욱 빈국이 되는 이유에 대해 지리적 차이, 문화적 차이, 지도자의 무지를 이유로 강조하는 지리가설 문화가설 무지가설이 있지만 이런 가설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한국과 북한 그리고 미국과 멕시코를 예로 들었다. 분단이전 까지는 한 나라로 지리 문화는 물론 지도자도 같이 공유한 한 나라였으나 남북으로 분단 후 한국은 동아시아의 기적을 이룬 반면 북한은 세계 최빈국으로 추락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전에는 노갈레스라는 하나의 도시였으나 미국 멕시코 전쟁 후 북쪽은 미국의 아리조나주 노갈레스시로, 남쪽은 멕시코의 소노라주 노갈레스시로 나눠어 진 노갈레스시의 경우 미국 아리조나주 노갈레스시는 부유하게 잘 사는 반면 멕시코 소노라주 노갈레스시는 빈곤 저학력 범죄로 신음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그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한 쪽은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기업하려는 동기를 부여하고 있는 포용적 경제제도를 채택하고 있고 다른 한 쪽은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기업하려는 동기를 약화시키는 수탈적 경제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다른 경제제도를 채택하게 하는 배경이 정치제도라는 것이다. 잘 못된 정치제도를 가지고 있는 국가에서는 권력자들이 결국은 빈곤을 초래하는 제도를 선택하기 때문에 더욱 가난해 진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포용국가가 퍼주기 복지국가를 바탕으로 해서 빈곤을 초래하는 수탈국가가 아니라 시장경제 기반 경제제도를 토대로 해서 더욱 잘 살게 되는 포용국가이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