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1974년부터 미군 주둔 이유 없애는 '평화협정' 주장

왼쪽부터 한반도평화통일 조직위원회의 박순좌 위원장, 세계여성평화그룹(IWPG) 윤현숙 한국본부장. 이들은 지난해 11월7일 '한반도 전쟁종식 평화협정 체결 촉구' 성명서를 발표하고 3개월간 천만인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유튜브 캡처)

 

일부 여성단체가 '정전협정을 파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천만인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어 논란이다. 비핵화와 정전협정에 대한 북한의 적극적인 이행이 담보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는 것은 1974년부터 북한이 꾸준히 주장해온 내용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한반도평화통일 여성조직위원회(박순좌 위원장)와 신천지 이만희 교주의 후계자로 알려진 김남희 씨가 대표로 있는 세계여성평화그룹(IWPG)은 지난해 11월7일부터 3개월간 '유엔과 중국, 북한이 맺은 정전협정을 파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국민들을 대상으로 천만인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일부 국민들은 PenN으로 박순좌 위원장과 윤현숙 본부장이 앞장서 추진하고 있는 ‘정전협정 파기-평화협정 체결’ 천만인 서명운동이 무조건적인 평화를 내세우면서 정전협정과 평화협정의 명백한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실제 비핵화를 강조하지 않고 전쟁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정전협정이 아닌 평화협정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박순좌 위원장과 윤현숙 본부장은 하고 있다.

이들의 이러한 평화협정 체결 주장은 북한이 1974년부터 주장해온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주장에 일부 동조하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실제 각종 소셜미디어에서는 일반 국민들이 서명을 받는 여성단체 소속 회원들과 언쟁을 벌이는 등 갈등을 빚고 있는 영상이 돌아다닌다.

평화협정은 평화를 담보하지 않는다는 사례는 역사에서 충분히 살펴볼 수 있다. 중동과 베트남에서 있었던 두 번의 평화협정은 완벽한 실패로 종결됐다.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간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평화협정을 체결했지만 이는 결국 영토를 둘러싼 끊임없는 전쟁을 야기했고 남베트남과 북베트남의 평화협정 역시 북베트남의 남침으로 베트남이 공산화의 길로 가는 결과를 야기해 처절한 실패 사례로 역사에 기록됐다.

전쟁이 일시적으로 중지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정전협정과 달리 평화협정은 전쟁을 완전히 종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정전협정을 파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주장은 1974년부터 북한이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것이다. 최근에는 중국이 이런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김열수 성신여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정전협정을 파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주장은 북한에서 시작됐고 중국이 동조하고 있다"며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협정의 핵심은 미군 주둔의 명분을 없애 미군 철수를 달성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현재 체결된 정전협정을 파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정전협정을 체결했던 당사자 유엔군 사령부가 해체된다"며 "유엔군 사령부의 핵심인 미군이 주둔할 이유 역시 사라지면서 결국 한미동맹을 약화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1973년 북베트남과 남베트남이 평화협정을 체결하면서 베트남에 주둔한 미군이 주둔 명분이 사라지면서 철수했고 결국 베트남이 공산화되는 결과를 지켜본 북한은 1974년부터 지속적으로 평화협정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05년 9.19 공동성명, 2007년 2.13합의 등 북한의 평화협정 주장에 일부 동조하는 행보를 보인 적이 있었다.

박순좌 위원장이나 윤현숙 본부장은 "한반도에 전쟁이 사라져야 하고 여성들은 전쟁이 아닌 평화를 요구한다"고 말하며 여성운동을 표방하고는 있다.

실제 이들이 평화협정을 주장하는 북한의 속내를 모르고 순수한 의도로 '전쟁 보다는 평화'라는 다소 순수한 믿음으로 이러한 활동을 펼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평화를 강조하면서 정전협정과 평화협정의 명백한 차이를 설명하지 않고 우리에게 현재 필요한 것은 정전협정을 북한이 강력히 이행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일에는 소극적인 것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