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對北정책에 대한 美 인내 한계에 왔나...韓美 불협화음 표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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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호 정치사회부 기자(경력직)

  • 최초승인 2018.10.11 20:01:22
  • 최종수정 2018.10.1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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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강경화 힐난' 밝혀지고 美국무부도 "先비핵화원칙 매우 분명" 공언
美 중도좌파 매체마저 "한국이 곧 대북 경제제재 관뚜껑 못박을 듯" 냉소
康 "北 핵 신고 미루자"보다 더 나간 文특보 "제재 부분완화도 제시하라" 對美 파열음 키울듯
美정상 불신 직면한 靑 "트럼프, 모든 사안 한미간 협의하 진행하잔 뜻" 일단 수습
지난 2017년 6월30일(미국 현지시간) 백악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중 첫 한미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 때만 해도 문 대통령 입으로 "한미 양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도전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라며 굳건한 대북공조를 약속할 정도였으나, 2018년 10월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 조치 해제 관계부처와 검토' 발언을 한 데 대해 이례적으로 표출하는 등 균열상이 확대됐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017년 6월30일(미국 현지시간) 백악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중 첫 한미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 때만 해도 문 대통령 입으로 "한미 양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도전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라며 굳건한 대북공조를 약속할 정도였으나, 2018년 10월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 조치 해제 관계부처와 검토' 발언을 한 데 대해 이례적으로 표출하는 등 균열상이 확대됐다.(사진=연합뉴스)

한미 양국 정부의 대북(對北)공조가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 조치 해제 검토' 발언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통상적인 외교적 관례를 벗어나는 수준의 발언으로 제동을 거는 등 '레드라인'을 넘어선 듯한 분위기마저 풍긴다.

지난해 6월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땅에서 처음 만나 '한미 공동선언'을 채택하고, 문 대통령 입으로 "한미 양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도전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라며 굳건한 대북공조를 약속했지만 지금은 '너무나 멀리 와버렸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미국 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가운데 강경화 장관의 발언을 계기로 '한국 정부가 대북제재 해제를 검토하려 한다'는 질문이 나오자 "그들은 우리의 '승인(approval)' 없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우리 승인 없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고 연신 못박았다.

이어 한국과 관련해 대화를 나눴는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하며 "한국은 우리 승인 없이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같은 언급을 내놨다. 사실상 '우리(미국) 승인 없이 한국은 아무 것도 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다. 

한국에선 11일(한국시간) 강 장관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까지 나서 "5.24 해제 조치를 범정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거듭 해명하고 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올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5.24 조치 해제 가능성을 먼저 거론했다가 물의를 빚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에 이어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까지 '정부는 현재 5.24 조치 해제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사후 해명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공개적으로, 외교적 결례일 수도 있는 '승인'이라는 말까지 써 가며 한국의 대북 방침에 제동을 건 것은 미 행정부 차원에서도 이례적이다.

지금까지는 문재인 정부가 대북 유화책으로 기울더라도 미 행정부가 대부분 용인하고, 거부반응을 직접 표출한 사례가 없었다. 북한 선 비핵화, 한미간 '일치된 대응'을 촉구하는 외교적 수사로 일관해 왔다. 

국무부가 대북제재 주의보를 사상 처음 한국어 번역해 배포하는 등 간접적인 경고 메시지도 있었지만, 외교라인 또는 정상간 직접적인 파열음은 표출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5.24 조치 해제를 공개 부정한 뒤, 미 국무부도 로버트 팔라디노 부대변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완화는 비핵화를 뒤따르게 될 것이라는 걸 처음부터 매우 분명히 해 왔다"고 확인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7월23일 발표한 대북제재 주의보를 이례적으로 동맹국인 한국을 포함한 5개국어로 번역해 8월초 배포했다.(자료사진=미 국무부)
(왼쪽부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사진=연합뉴스)

비슷한 시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9.19 남북 군사분야 합의 내용을 접한 뒤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고 강 장관을 힐난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미 공조 파열음은 기정사실이 됐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논설위원이 10일 칼럼으로 이런 뒷이야기를 밝혔고, 강 장관 스스로도 국정감사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자신에게 "강한 불만"을 제기해왔음을 시인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내 중도좌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유력 인터넷언론사 Vox는 10일(미 현지시간) 보도에서 "한국이 실제로 그렇게(5.24 조치 해제를) 할지는 분명치 않지만 만약 그렇게 한다면 한미관계는 두가지 측면에서 손상된다"며 "한미가 지금까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시도한 방식에 '막대한 파열'을 야기한다"고, "폭넓게는 한국정부와 미국정부간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각각 지적했다.

한미 관계 단절은 북측이 가장 바라는 사항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특히 Vox는 미국이 '선(先)비핵화-후(後) 제재완화'를 고수하고 있지만 '경제제재'는 이미 사멸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며 "한국이 곧 관(棺)뚜껑에 못을 박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앞서 강 장관은 이달 초 미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를 통해 북한에 대한 핵무기·핵시설 리스트 신고 요구를 미루고 북한 영변 핵시설에 국한한 검증작업을 수용하고 종전선언에 나서자고 미국에 제안했지만, 긍정적인 반응은 더욱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10일 한 행사에서 강 장관의 주장에 한술 더 떠 "북한 입장에선 미국이 종전선언만 제안하면 이를 안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대북제재의 부분적 완화라도 들고 나와야 거래가 될 것"이라고 북측을 거듭 대변했다.

문정인 특보는 그동안 '학자로서의 견해'라는 명분을 세우며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고, "한미동맹이 깨져도 전쟁은 안 된다"거나 주한미군 철수를 유도하는 듯한 발언을 반복해온 바 있다. 그동안 겉으로라도 미국과 대북 공조를 약속해 온 청와대와 정부 이면에서 그가 '진짜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의심이 뒤따랐다.

문 특보의 주장 중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은 한국 정부 입장으로 관철되기도 했지만, 더 이상 미국 측이 끌려다니는 듯한 모양새는 연출되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 정부가 지금까지처럼 남북 정권간 '과속 유착'으로 일관하며 반미(反美) 성향을 드러낼지, '속도 조절'을 택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완화 거부에 관해, 일단 청와대는 일단 "모든 사안은 한미간 공감과 협의가 있는 가운데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원론적인 언급을 내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기자들의 논평 요청에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한미 사이에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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