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백승주 "작년 5월10일 기무사 '온나라시스템'에 2급비밀문건 등록 제안서 올려"
"등록된 문서 빼놓고 보안심의 후 '비밀 아니다' 해…정작 野엔 '비밀'이라며 자료 안 내놔"
김성태 "시스템 문서등록 절차 5개 법령 근거…軍이 쿠데타 기획하면서 올렸겠냐"
황영철 "시스템서 올 5월12일 계엄 관련 2개 문건 삭제 확인…무슨 근거로 비밀 아니라 했나"
한국당, 7월23일 국방부 보안심의위 비밀해제 전까지 靑김의겸 등 폭로 '불법' 추정
국방부측 "비밀 아니다" 일관…"'온나라' 등록여부 몰랐다" "기무사 '보안나라' 미사용 몰랐다"

국방부 차관 출신으로 국회 국방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를 맡고 있는 백승주 의원.(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권의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촛불집회 진압용' '친위 쿠데타 실행 문건'으로 프레임을 씌웠던 옛 국군기무사령부(現 국군안보지원사령부)의 위수령·계엄령 절차 검토 문건 2건이 문재인 대통령이 선출된 지난해 5월10일 정부 문서를 공식 등록하는 온라인 시스템에 등재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친위 쿠데타'를 위한 문건이었다면 정부 공식문건으로 등재됐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국회 국방위 자유한국당 간사 백승주 의원(경북 구미시갑·초선)은 10일 국방부에서 진행된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기무사가 정부업무 처리 전산화 시스템인 '온나라 시스템'에 등재한 문건 목록을 공개했다.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온나라 시스템은 정부 문서 결재업무를 온라인 처리할 수 있고 의사결정 과정도 기록·보관된다. 기무사는 지난해 5월10일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 생산(건의)'과 계엄 관련 '대비 계획 세부 자료 생산(건의)' 문건을 온나라 시스템에 올렸다. 두 문건을 '비밀문서로 생산(등록)해야 한다'는 제안서였다.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방안' 문건 내 '현상 진단' 부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7월20일 춘추관에서 국군기무사령부의 위수령·계엄령 검토 관련 문건 일부를 공개하며 브리핑한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친여(親與)성향 민간단체 '군인권센터'는 올해 7월 5~6일 8쪽짜리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 문건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같은달 20일 브리핑에서 총 67쪽짜리 '대비 계획 세부 자료' 문건 내용 중 일부만 공개했다.

여권에선 박근혜 정부의 군(軍) 수뇌부가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무차별 무력 진압'하고 '친위 쿠데타'를 벌이려 했다는 여론을 조성하던 중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철희 의원 등의 폭로 후 수일 만인 7월10일 '청와대 참모진의 보고'를 근거로 인도 순방 중 국방부에 기무사 특별수사단 구성을 지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 따라 기무사 해체를 압박하는 분위기가 고조됐다. 그러나 이미 이철희 의원의 폭로 전부터, 문 대통령이 임명한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은 해당 기무사 문건 내용을 보고받고 크게 문제삼지 않았던 것은 물론 청와대 참모진도 문건의 존재 사실을 공유했다는 정황이 보도되는 등 '쿠데타 획책 문건을 보고 화들짝 놀란 정부'라고 간주하기에 무색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특별수사단도 기무사의 해당 문건들 작성을 위한 별도의 태스크포스(TF)가 있었다는 정황 등은 규명했지만, 구체적으로 쿠데타 획책으로 볼 정황이 있는지는 밝혀내지 못한 가운데 수사기간이 수차례 연장되고 있다. 문 대통령 역시 문건 작성 자체를 "구시대적이고 불법적 일탈 행위"라고 규정(7월27일 청와대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했다가, "범죄성립 여부를 떠나 기무사가 결코 해선 안 될 국민 배신행위였다"(8월15일 청와대 국무회의)고 뉘앙스를 바꿔 '친위 쿠데타설'의 신빙성이 약해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기무사 해체와 안보지원사로의 개편을 강행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은 "기무사나 당시 군부가 쿠데타를 모의했다면 문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문건을 정부 문서로 등록했겠느냐"면서 "당시 기무사가 쿠데타를 모의한 게 아니라는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기무사 관계자들은 해당 문건들에 대해 "탄핵 판결 후 극단적인 치안 불안 상황을 가정해 작성됐다"면서 "쿠데타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하는 한편 "계엄 관련 훈련에 참고하기 위해 '훈련 비밀'(2급)로 보관해 왔던 것"이라고 했다. 

국감에서 백승주 의원은 "정부가 조직적으로 '온나라 시스템'에 등록된 문서를 (시스템에서) 빼놓고 보안심의를 해서 '비밀이 아니'라고 이야기한 의혹이 있다"면서 "그런데도 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온나라 시스템에서 계엄 논란이 일기 전인 지난 5월12일 두 문건이 생략된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그런데도 국방부는 등록이 안된 상태에서 보안심의를 진행했다"며 "논란이 일어 자료를 요구했을 당시 국방부가 '(의원실에) 비밀이어서 못 준다'고 했다. 정부가 속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 의원의 입장은 ▲당초 문재인 정부 출범일(5월10일) 두 기무사 문건을 비밀문서로 생산해야 한다는 제안서가 온나라 시스템에 등재된 뒤 ▲현 정권이 올해 5월12일 시스템에서 두 문건을 배제해 정부 공식문건으로 확인할 수 없도록 했고 ▲국방부는 7월 들어 여당 의원(5일)과 청와대(20일)의 문건 폭로 이후 야당 국방위원의 자료 요구를 '비밀이어서 못 준다'고 거부했으며 ▲정작 야권이 '기밀 유출 의혹'을 제기하자 국방부가 보안심의위원회(7월23일)에서 비밀 해제 조치를 해 청와대와 군인권센터를 비호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국방위 소속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두 문건이) 온나라 시스템에 등재된 부분이 확인됐다"며 "(여권은) 기무사 계엄 문건을 군의 내란 예비음모로 몰고 갔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군이 내란음모를 하겠나. (시스템에) 문서를 등록할 때 5가지 법령에 근거한다. 군이 내란 및 쿠데타 음모를 기획하면서 문서를 등재했겠느냐"고 가세했다.

황영철 한국당 의원 역시 "온나라 시스템에서 삭제된 2개의 문건이 있다. 작성자가 누구이고 비밀이었는지 이런 부분이 신속히 확인되지 않으면 국방부 장·차관과 간부들의 답변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없다"며 "당시 비밀 해제 문건회의에 참석한 차관 이하 간부들이 무슨 근거로 비밀이 아니었다고 했는지 답변이 있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한국당 측은 "기밀이었던 계엄 문건이 청와대 대변인과 군인권센터에 전달돼 기자회견이 이뤄진 과정에 불법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의겸 대변인이 7월20일 브리핑에서 '대비계획 세부자료' 문건 내용을 공개했고, 사흘 뒤 국방부 보안심의위원회는 이 문건이 '비밀문서가 아니'라고 했는데 한국당은 보안심의위 심의기간 동안 김 대변인이 군사기밀 보호법을 어겼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사안을 키울 목적으로 해당 내용을 공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밀을 노출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부 국정감사가 10일 서울 국방부에서 진행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부 국정감사가 10일 서울 국방부에서 진행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처음부터 비밀 문건으로 보기 어려웠다' 식의 대응으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백 의원은 국방부 정경두 장관, 서주석 차관, 김정섭 국방부 기획조정실장, 남영신 군사안보지원사령관 등에게 해당문서의 기밀여부를 물었는데, 국방부 측은 "비밀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방부는 "해당 문건이 온나라에 등록돼 있는지 여부를 몰랐다"며 "다만 비밀 문건을 등록하는 '보안나라' 시스템에 등재가 안 돼 있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등록된 비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백 의원이 "기무사는 보안나라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반박하자 국방부는 다시 "몰랐다"고 했다. 정경두 장관은 "이 문제는 합동수사단에서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서주석 국방차관은 "군사훈련 2급 비밀문건으로 등록을 상신한 문서다. 그런데 등록이 돼있지 않다"며 "비밀 대장에 없기 때문에 (보안심의위에서) 비밀 절차상 형식상 특성을 유지하지 않다고 해서 비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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