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견제 잣대로 자성하라"…"책무 다하라"며 판문점선언·헌법재판관후보 추천 거론
野 "대통령이 '발목잡기' 프레임 씌워 거수기 노릇 강요…재판관 추천 지연 與때문"
'양질 일자리 늘고 있다' 강변해 각계 비판…"아이고 대통령님! 그걸 양극화라 하는 겁니다"
시민들 "직업에 귀천 만드나" "정책 평가는 당신이 아니라 피부로 느낀 국민들이 하는 것"
野 "알바생 고용보험 가입증가가 성과? 상용직 증가폭 하락중 뭘 보고 고용의 질 높아졌다 하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도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된 첫날(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회를 향해 "정부를 견제하는 잣대로 스스로 돌아보며 국회가 해야 할 기본적 책무도 다해야 한다"면서 "헌법이 부여한 책무를 다해 주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대통령이 '국회가 책무를 다 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발언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국회의 책무로 거론한 것은 4.27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 및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2가지로, 여야간 이견이 극명한 현안들이다.

우선 문 대통령은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 3명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아직도 채택하지 않아 9월19일 이후 헌법기관 마비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제2차 북미(北美) 정상회담을 앞두는 등 한반도 상황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국회는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상임위에 상정조차 하지 않은 채 제자리에 멈춰 있다"고 국회를 책망했다.

이에 대해 이양수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문 대통령이야말로 야당을 설득하려는 노력 없이 야당에 '발목 잡기' 프레임을 씌워 거수기 노릇만 강요하고 있다"며 "불통과 오만으로 인한 국정 마비 책임을 야당에 전가하지 말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감을 받고 있는 정부에 대해서는 "타당한 지적과 합리적 대안은 적극 수용해서 정책에 반영하는 한편, 잘못된 지적과 오해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나 정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 달라"고 주문했다.

일자리 문제를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했는데, "양질의 일자리는 늘어나고 있다"고 강변해 '고용쇼크' 책임 회피 논란이 일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월17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자격으로 자체 명명한 '일자리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면서 "일자리가 성장이고 일자리가 복지다. 저는 일자리 정부의,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 일자리로 국민의 삶을 바꾸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수보회의에서 "고용의 양적지표가 좋지 않다는 점과 영세 자영업자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수용할 부분은 수용하면서 원인 분석과 함께 장단기 대책을 마련하는데 국회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면서도 "최근 고용보험 가입자 수 통계에서 확인되듯 양질의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고용의 질 개선 등 정부 정책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는 국회와 국민께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의 '양질의 일자리' 발언을 둘러싸고 소셜미디어에서 한 언론인은 "양극화 심화를 이런 식으로 절묘하게 숨기는 가짜 설명이다. '내가 양극화를 악화시켰다'는 자백"이라며 "뭐가 좋은 일자리인가? 일자리도 차별하나"라고 지적했다. 한 경제전문가도 "이것이야말로 가짜뉴스다. 총리는 뭐 하시나 가짜뉴스 단속 안 하고?"라고 촌평했다. 한국당 내 한 관계자는 "일자리는 줄었지만 있는 사람들 월급은 늘어났다니…아이고 대통령님! 그걸 바로 '양극화'라고 하는 겁니다. 자랑할 일이 아닙니다"라고 공박했다.

시민들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체 그놈의 '좋은 일자리'와 '양질의 일자리'는 뭔지 모르겠다. 공무원만 주구장창 늘리고 자영업 다 죽인 걸 보고 좋은 일자리가 늘었다고 하는 건가", "다 평등하다더니 직업에 귀천을 만드는 거냐", "국가가 평생 자르지 않고 일을 하든 말든 봉급이 나오는 '철밥통'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인 거냐", "당신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평가는 당신 입으로 스스로 하는 게 아니라 그걸 피부로 직접 느끼는 국민들이 하는 거다", "그래서 공공기관에 단기일자리를 만들라고 그랬냐", "(고용쇼크) 원인 분석을 아직도 못했다니 대단하다" 등 비판을 쏟아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당 비대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야당 지도부들도 이튿날 당내 공식 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양질의 일자리' 발언을 성토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개최한 비대위 회의에서 "고용의 양뿐 아니라 질까지 계속 악화되는 추세에 있는데 정말 이렇게 느낀다면 이것이야말로 국가의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르바이트생이 고용보험 가입을 많이 했다 것으로 얘기할 수 있다. 또 실제 통계를 보면 상용직 근로자수 증가폭이 작년보다 오히려 낮아지고 특히 7~8월은 증가율이 급격히 떨어졌다"며 "어디를 보고 고용의 질이 높아졌다고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제1차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제1차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최악의 고용쇼크를 대하는 문재인 정부 전반의 안이안 인식과 대처방안에 개탄한다"며 "특히 일자리 문제에 있어 어제 문 대통령께서 고용의 질이 개선됐고 이 점을 적극 홍보하라고 말씀했지만 도대체 이런 근거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의아할 뿐이다. 우리 경제는 빨간색 경고등이 계속되다 못해 경고등에 불이 날 지경"이라고 쏘아붙였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또 "지난 4일 기획재정부는 모든 공공기관에게 두달 동안 채용할 단기 일자리를 만들라는 긴급 지침을 내렸고 이에 대한 예산심의 배정까지 마쳤다고 한다"며 "오는 12일이 9월 고용동향이 발표되는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의도가 충분히 의심된다"고 질타했다.

한편 그는 문 대통령이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미합의를 질책한 데 대해 "현재 국회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의 절반 이상이 여당인 민주당 책임"이라며 "대통령께서 비난을 할 것이라면 대통령의 소속정당인 민주당에게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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