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천 의원 "국정농단 때와 다르다...이런 갑질이라면 10배라도 하겠다"
김재정 의원은 "도식적으로 기업에게 돈 내라고 하면 국정농단 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이 국정감사장에 삼성전자, 현대차, SK, LG전자, 롯데 등 5개 대기업 임원들을 증인으로 불러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出捐)을 압박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자유무역협정(FTA) 수혜 기업이 타격을 입는 농촌을 돕자는 차원에서 지난해 조성됐으며, 지금까지 378억원이 모였다. 1년에 1천억원씩 10년간 1조원 조성이라는 목표치에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사실상 공공기관에서만 돈이 걷혀 목표액 달성에 한참 모자라자 민간 기업에 대놓고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을 요구한 것이다.

농해수위는 10일 국정감사에 주은기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장(부사장), 서경석 현대자동차그룹 전무, 정현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회공헌위원회 전무, 이시용 LG전자 구매경영센터장(전무), 이종현 롯데지주 전무 등 5대 그룹 핵심 임원을 기금출연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증인으로 불렀다. 

의원들은 삼성전자 주 부사장에게 “삼성이 대·중소기업협력기금은 내고 있는데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냐”며 “삼성이 조금만 나눠 내면 농업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요구했다. 또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정 전무에게는 “300만 농민이 어려우니 여러분이 좀 (상생기금을) 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롯데지주 이 전무에게는 “롯데가 상생을 많이 하는데 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은 하지 않느냐”는 질의했다. 

또한 질의 과정에서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것은 국정농단 때와 다르다"며 "저는 이런 갑질이라면 10배라도 하겠다"고 발언을 하기도 했다.

잇따른 기금 출연 요구에 대기업 임원들은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은기 삼성전자 부사장은 "FTA 수혜 기업이 피해가 예상되는 농어촌 지원을 위해 기금을 조성한다는 부분에 대한 이해가 덜됐던 것 같다"며 "기금 취지에는 깊이 공감하며 돌아가서 기금 출연에 대해서 좀 더 전향적인 자세로 깊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경석 현대차 전무는 "내부 절차에 따라 출연을 적극 검토하고, 사회공헌 사업 비중을 농촌 쪽으로 많이 늘리도록 노력하겠다"고 했고, 정현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회공헌담당 전무는 "농어촌을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시용 LG전자 구매경영센터장은 "현재 하는 사회공헌활동이 있지만 오늘 말씀하신 방향에 따라 적극적으로 하도록 검토하겠다"고 답했고, 이종현 롯데지주 전무는 "롯데GRS에서 매년 2억원씩 농어촌상생기금을 조성하고 있는데, 다른 계열사에서도 어떻게 하면 참여할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한편, 한국당 김재정 의원은 "도식적으로 기업에게 돈 내라고 하면 국정농단이 된다"고 지적했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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