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군사합의 내용 본 폼페이오, 강경화에 '대체 무슨 생각?' 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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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호 정치사회부 기자(경력직)

  • 최초승인 2018.10.10 19:32:01
  • 최종수정 2018.10.11 17:28
  •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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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신문 10일자 논설위원 칼럼 "共演하는 남북, 핵위기 극한으로"
"남북 先타협, 트럼프 외교성과 재촉으로 '北 핵무장' 최악 시나리오 벼랑끝 닥쳤다"
"폼페이오 격노 9.19 남북 군사합의 때문…對北정찰 눈감아 미군 도저히 수용 불가"
"美 의회서도 '韓 더이상 미군 필요없나' 목소리…北 강경태도도 포위망 해이 때문"
"文, 강경파 폼페이오·볼튼 저항해도 트럼프만 잡으면 종전선언 가능하다 보는듯"
"외교가에선 '김정은 서울 방문때 트럼프 합류→남북·미 종전 서명' 시나리오 거론돼"
아베에 "서두르는 트럼프에 50번 전화해서라도 北비핵화 건너뛴 종전선언 막아야"
폼페이오 격노 통화 외교부 부인했는데 장관은 인정
(왼쪽부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사진=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하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격노'를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외교안보분야 코멘테이터(논설위원) 아키타 히로유키는 10일 이 신문의 'Deep Insight' 코너에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을 계기로 게재한 <남북 공연, 극한으로 가는 핵위기(南北共演、極まる核危機)>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얼핏 보면 (미북간) 대화가 지속되고 핵 위기는 최악의 고비를 넘긴 것처럼 보이나,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보면 현실은 거꾸로라고 생각한다. 북한의 핵무장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벼랑 끝에 닥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아키타는 이런 분석의 두가지 원인으로 "남한이 '남북 융화(타협)'를 단숨에 선행시켜 북한에 대한 포위망이 풍전등화가 돼 있다"며 "두번째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공(功)을 재촉해 교섭이 더욱 앞서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외교 압력이 크게 약해져 김정은은 핵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결론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중 전자에 대해 지난주 귀를 의심할 만한 발언이 강경화 장관으로부터 나왔다"며 지난 3일 미 워싱턴포스트(WP)가 공개한 '핵시설 및 핵무기 리스트 제시를 당분간 요구하지 않는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등을 해체하면 그 대가로 종전선언에 응할 것이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이는 모든 핵 시설과 무기를 먼저 신고하도록 하는 미·일의 기본 노선에 역행한다"며 "20~60개의 핵폭탄과 40~100곳에 이르는 핵폭탄, 북한은 이들 리스트의 제시를 거부하며 일부 시설 해체로 달아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넷 판 보도 캡처
사진=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넷 판 보도 캡처

아키타는 "한국도 그런 건 백번도 더 잘 알고 있을 것인데, WP에 제시한 타협안을 몰래 미국에 타진해 수용을 종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무대 뒤에선 최근 '남북 융화'를 달리는 한국에 폼페이오 장관이 격노하는 소동도 있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하순 전화로 "도대체 무얼 생각하고 있는 것이냐"며 강 장관을 힐난했다고 한다.

아키타는 "원인은 지난달 18~19일 남북정상회담에서 체결된 군사분야 합의 문서에 있었다. 미군으로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일뿐 아니라 한국측으로부터 사전에 상세한 설명이나 협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미국 측이 분노하는 것이 남북 경계선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해버린 것"이라며 "한미 양군이 이 상공에 수시로 정찰기 등을 띄워 북한군을 감시하고 있는데, 그것이 봉쇄되면 눈을 감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게다가 군사분야 합의문은 한미 군사훈련을 크게 제한하는 항목도 포함돼 있다"며 "미 의회 관계자들로부터도 '한국은 더 이상 주한미군은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고 밝혔다.

아키타는 "미국과의 대립을 심화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제재 완화 요구 등으로) 북한을 감싸는 태도를 뚜렷이 하고 있다"며 "그러다가 한국마저도 미일 측에서 이탈하면 핵 위기를 둘러싼 구도는 '미·일 VS 중·한·북·러'가 되고 만다. 북한이 강경해지고 제재 완화를 압박하는 등 요구 수위를 높이는 것도 포위망 해이에 따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렇다면 한국은 왜 북한과 '공연'하는 듯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는가. 한국 전문가들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단순한 인기몰이가 아니라 정말 바른 길이라고 확신하며 남북의 선행융화 노선을 달리고 있다"며 "한국에게 있어 최우선은 비핵화보다 한반도 전쟁을 막는 데 있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이는 북한 비핵화에서 눈을 돌리고 '무조건 전쟁 반대' 명분을 강조해 온 문 대통령의 논리를 한국 전체의 입장으로 해석한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 김정은은 핵신고를 거부하고 종전선언과 제재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대북제재 완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핵 신고를 미루는 것을 용인하고 조기 종전선언에 의욕을 보인다는 입장이라고 적시됐다.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 단계적인 북한 비핵화와 제재완화를 주장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사진=니혼게이자이신문)

그는 "본래라면 미일이 한국의 유화노선에 제동을 걸어 결속을 다시 짤 때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며 "이미 언급했듯이 손에 잡히는 외교 성과에 목마른 트럼프 대통령도 종전선언에 앞지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비핵화를 소홀히 할 생각은 없지만 '미 외교 브레인'에 따르면 가시적인 성과를 빨리 내도록 측근을 서두르고 있다"며 "비핵화 진전이 불충분한 채 종전 선언에 넘어갈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

문 대통령의 외교 전략에 대해선 "폼페이오 장관이나 강경파인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아무리 저항해도, (외교 성과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잡기만 하면 종전선언으로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비치는 모양"이라며 "그렇게 되면 구도는 미·일 VS 중·한·북·러 보다도 어려워진다"고 추정했다.

아키타는 "외교 관계자 사이에서 이런 줄거리가 나오고 있다"며 '김정은이 올해 안에 서울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이 합류한다, 북한으로부터 핵 리스트가 제시되지 않은 채 미국과 남북이 종전선언에 서명한다'는 전망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에 핵이 남으면 일본도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며 "그렇게 되지 않도록 아베 신조 총리는 전화도 포함하면, 30여회에 걸쳐 트럼프씨와 대화를 하며 비핵화를 주장해 왔다. 심상치 않은 빈도"라고 우려를 내비쳤다.

그러면서 "그래도 (30여회 만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제어할 수 없다면 40회나 50회라도 할 가치가 있다.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대가가 크기 때문"이라고 글을 맺었다.

한편 이날 외교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힐난, 격분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남북군사회담 등 군사분야 합의서 체결을 위한 모든 과정에서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해 왔다"며 "앞으로 이행과정에서도 미국 측과 다층적, 다각적 협의와 협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덧붙였다.

그런데 정작 강 장관은 당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9월) 남북정상회담 후 폼페이오 장관이 통화로 남북군사합의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했느냐'는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 질의에 "예,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강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이 (군사합의 내용에 대한) 충분한 브리핑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여러 질의가 있었다"며 "본인이 충분히 브리핑을 받지 못한데 대해서 제가 아는 한도 안에서 질문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강 장관이 폼페이오 장관의 강한 불만을 들었다고 답변하면서, 그 전에 외교부가 밝힌 입장은 '거짓'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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