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 칼럼]'평화협정'으로 평화를 이룩할 순 없다
[이춘근 칼럼]'평화협정'으로 평화를 이룩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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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가 좋아요 전쟁이 좋아요'는 그 자체가 잘못된 질문
우리 국민이 서명해서 김정은에게 내민다고 남북 평화 온다는 것은 착각
한반도 통일을 반대할 이유가 없는 유일한 나라는 미국
이춘근 객원 칼럼니스트
이춘근 객원 칼럼니스트

현 정부는 북한과의 평화협정을 추진하기 위한 국민서명 운동을 벌인다고 한다. 평화협정 서명을 받는 일꾼들은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평화가 좋아요 전쟁이 좋아요’ 라고 묻고 ‘평화가 좋다’ 고 대답하는 사람들에게 그러면 평화협정을 추진하는데 서명해 달라고 하는 모양이다. 서명을 요구하는 사람에게 ‘당신 이게 뭔지 알아?! 미군 나라가는 소리 아니야!’ 라며 버럭 소리치는 어떤 중년 남성의 동영상을 본 적도 있다. 참 어이없는 일이 진행 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같은 행동이 어이없는 행동임을 국제정치학의 입장에서 설명해 보려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첫째, 평화가 좋아요 전쟁이 좋아요 라는 질문은 ‘잘못된 질문’이라는 사실을 지적해야 하겠다. 전쟁과 평화는 반대 개념이 아니다. 전쟁은 수단이고 평화는 목적이다. 평화를 위해 때로는 전쟁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아무리 나쁜 평화라도 전쟁 보다 낫다’ 고 믿는 사람들은 앞으로 이완용을 비롯, 전쟁도하지 않은 채 조선을 평화적으로 일본에 넘긴 사람들을 평화주의자라 불러야 할 것이다. 평화가 좋아요 전쟁이 좋아요 라는 질문에 전쟁이 좋다고 말할 인간이 어디 있겠나? 김정은 밑에서 사는 게 좋아요 그렇지 않으면 전쟁이라도 해서 그걸 막는 게 좋아요 라고 다시 물어 보라.

둘째, 평화협정을 맺는다고 평화가 오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국제정치의 역사 속에는 평화협정이 너무도 많았다. 평화협정보다 더 확실한 상호 불가침 협정도 많았다. 놀라운 역사적 진실은 불가침 협정을 맺은 나라들이 그렇지 않는 나라들보다 전쟁을 벌일 확률이 더 높았다는 사실이다. 영국의 유화주의자 체임벌레인 수상은 히틀러와 서명한 평화 협정 종이 한 장을 들고 흔들며 ‘이것이 이 시대의 평화올시다’라며 으쓱거렸지만 영국과 독일이 세계 최악의 대 전쟁을 시작하는데 까지는 불과 몇 년도 걸리지 않았다. 히틀러와 스탈린도 유명한 독소불가침 조약을 맺은 바 있었다. 평화가 올 줄 안 멍청이들도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히틀러와 스탈인은 지금 당장이 아니라 조금 있다가 전쟁하자는 의미에서 이름도 대단한 독소불가침 조약을 맺었던 것이다.

셋째, 평화 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서명 받으러 다니시는 분들 혹은 그 일을 지시하시는 분들이 알아야 할 것은 이미 남북한 사이에는 국제정치 역사에 나타났던 어떤 평화 조약 혹은 불가침 조약 못지않은 양호한 평화 조약, 불가침 조약이 이미 여러 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겠다. 이미 있는데, 그리고 그보다 더 좋은 평화 협정을 맺을 방법이 있을 것 같지도 않은 데 왜 수고들을 하는지 알 수 없다. 1992년 2월 19일 발효하기 시작했으니 25년도 넘은 일이지만 당시 남북한은 “남과 북은 상대방의 내부문제에 간섭하지 아니한다.” “남과 북은 상대방에 대한 비방·중상을 하지 아니한다.” “남과 북은 상대방을 파괴·전복하려는 일체 행위를 하지 아니한다.” “남과 북은 현 정전상태를 남북 사이의 공고한 평화상태로 전환시키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며 이러한 평화상태가 이룩될 때까지 현군사정전협정을 준수한다.” 특히 “남과 북은 상대방에 대하여 무력을 사용하지 않으며 상대방을 무력으로 침략하지 아니한다.” 그리고 “남과 북은 의견대립과 분쟁문제들을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평화적으로 해결한다.” 고 약속했었다. 더 나아가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 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 까지 약속했다. 이것보다 더 좋은 평화협정이 어디 있으며 이것보다 더 좋은 불가침 협정이 앞으로 어떻게 가능하다는 말인가?

넷째, 우리 국민 수천만이 서명을 해서 김정은에게 내밀면 김정은 정권이 한국 국민의 호소에 감읍하여 흔쾌히 평화 협정을 체결해 주리라고 믿는가?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을 것이다. 아마도 김정은은 주한미군이 존재하고 있고 한미동맹이 있는데 무슨 쓸데없는 짓거리냐 하면서 한미동맹을 철폐하고 주한미군을 몰아낸 후 다시 찾아오라고 하지 않겠나? 북한의 목표는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는 일이지 저들이 미국의 주구라고 생각하는 한국과는 평화협정을 맺어봐야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다섯 번째, 북한과의 평화 협정에 목매고 있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은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고 군사력을 대폭 감축시킬 것이며 한국과 평화롭게 지낼 것이라고 ‘진짜’ 믿느냐 는 것이다.

국제정치의 영역은 전쟁과 갈등의 영역이다. 평화협정이 없어서 국가들이 다투는 것이 아니다. 다투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국가들은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못하는 것이다. 1939년 영국과 독일 사이의 평화협정이 실패한 것은 다투어야 할 일이 많은 나라들이 ‘거짓’으로 평화협정을 맺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미리 싸우는 것 보다 못했다. 독일과 소련이 맺은 불가침 조약도 양국의 실제를 반영하지 못하는 거짓이었다. 그래서 실패했다. 싸울 이유가 없는 나라들은 평화조약이 없어도 전쟁을 하지 않는다. 한국이 필리핀, 멕시코 같은 나라들과 평화협정을 맺지 않아도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혹시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목적이 남북한 간 평화협정을 통해 미군을 몰아내고 한미방위조약을 폐기시키려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 역시 허무한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남북한 동포가 분단을 원해서 분단 된 것도 아니고, 남북한 동포들이 반대해서 통일을 이룩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국제정치의 역학구도 때문에 이렇고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통일과 평화를 원한다면 에너지를 헛되이 사용하기 보다는 언제라도 북한을 싸고돌며 조국의 통일을 제일 방해하고 있는 외세인 중국을 향해 그 에너지를 분출시키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 미국이 통일을 반대하는 외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지 모르는데 지정학적으로 전략적으로 한반도의 통일을 사실상 반대할 이유가 없는 유일한 나라가 미국이라는 사실도 잊으면 안 된다.

이춘근 객원 칼럼니스트(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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