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투자한 기업들은 재산권과 경영의 자유가 보장되지않아 모두 실패로 돌아가
북한에 대한 투자는 통치자금을 보태주는 일로 변질될 가능성 높아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

북한에서 돈 좀 벌어볼까 하며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다. 삼성증권 대북투자전략팀이 만들어졌고, 로펌들은 저마다 대북 투자 지원팀을 만들어 활동에 들어갔다. 

중국과 베트남에 투자해서 돈 번 사람들이 많았으니 북한 투자 기회를 엿보는 것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나는 섣부르다고 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대북 투자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분명 누군가는 돈을 벌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경제는 큰 상처를 받을 것이다. 건설회사들, 철도차량 공급업체들, 공기업 직원들은 신이 나겠지만 대다수의 대한민국 국민은 주머니를 털릴 것이다. 돈 버는 기업의 돈벌이는 나머지 국민들의 주머니를 터는 격이 될 것이다. 북한에 만들어 놓는 것은 투자자 소유가 아니라 김정은의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마저도 시장의 원리에 따라 운영하지 못해 고철 덩어리, 유령공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에 투자한 기업들은 대부분 망했다. 1980년대 재일교포들이 북한에 많은 합영기업을 세웠지만 모두 망했다. 체코, 이집트, 중국 기업들이 투자한 사례가 있지만 성공했다는 소식은 없다. 남한 기업들 중에서도 대우그룹과 현대그룹이 투자했는데 망했다. 김정일과 김정은의 통치자금 마련에 직접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홍콩기업 퀸즈웨이 정도만 돈을 좀 번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북 투자가 망하는 이유는 재산권과 경영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첫째 북한에 투자해서 돈을 벌더라도 가져나올 수 없다. 고려링크의 사례를 보면 안다. 이집트 기업이 북한에 투자해서 만든 이동통신 기업인데 이윤을 본국으로 송금하지 못했다. 규정상으로는 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안된다. 현금으로 몰래 들고 나오지 않는한 이윤이 나도 소용이 없다. 둘째는 기업이 노동자에 대한 인사권을 가질 수 없다. 마음대로 노동자를 고용할 수도, 해고할 수도, 급여를 결정할 수도 없다. 그런 곳에서 무슨 비즈니스를 제대로 하겠는가. 북한에서는 극도로 저렴한 인건비 ‘따먹기’ 정도의 비즈니스 정도만이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지금까지는 그랬더라도 곧 바뀌지 않을까? 나는 어렵다고 본다. 그러자면 경제에 대한 근본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데 기대하기 어렵다. 과실 송금 문제를 생각해 보자. 남한 기업이 자기 나라에 투자해서 그 수익을 가져나가면 그들에게는 당연히 착취로 보인다. 한국인들조차도 롯데가 한국에서 돈 벌어 일본으로 가져갔느니 않았느니 하며 시비를 붙는 판이다. 자본주의 원리를 이해 못하는 북한인들이 한국 기업이 자기 나라에서 돈 벌어 남한으로 송금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기업가가 노동자를 직접 통제하는 문제도 그렇다. 그것이 바로 자본에 의한 노동의 착취 아닌가. 한국인들도 아직 그런 생각을 버리지 못했는데 북한인들이 자본가의 노동자 착취를 허용할리 없다. 남한 기업에게 이익의 본국 송금과 인사권을 준다는 것은 사회주의를 포기함을 뜻한다. 김정은 정권이 무너질 때에만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물론 북한에 투자해서 돈 벌기 어렵다는 사실을 기업들도 알 것이다. 그래서 그 위험을 온전히 혼자서 책임지라고 하면 발길을 돌릴 것이라고 본다. 그 공백을 대한민국 정부가 메우려고 할 것이다. 대북경협기금을 늘려서 저리자금을 대출해줄 가능성이 크다. 공기업이나 국민연금이 앞장서서 책임지겠다고 할 수도 있다. 그렇게 투자된 돈은 십중팔구 떼이겠지만 국가의 돈이니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대동강의 기적에만 사로잡혀서 남한 경제야 망하든 말든 상관 않는 정치인들이 이들의 등을 떠밀면서 나아 갈 것이다. 삼성이나 SK 등 대기업들의 등을 떠밀 수도 있다. 재벌개혁과 스튜어드쉽 코드 같은 정책들이 재벌들의 옆구리를 아프게 찔러댈 것이다. 그러면서 그마나 멀쩡한 기업들까지도 치명적 타격을 가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서둘러서 들어가지 않으면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 기업에 시장을 선점 당하는 것 아닐까? 그런 걱정하지 마시라. 그들이 먼저 들어가서 길을 닦도록 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 대북 투자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 북한 지배층이 남한 사람을 얕잡아 본다는 사실이다. 국가로서의 남한은 그들에게 우스운 존재다. 대통령. 장관들, 여당 대표, 기업의 총수들이 모두 찾아와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중국이나 미국 기업이라면 손을 대지 않을 것도 남한 기업이라면 우습게 알고 빼앗고 간섭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기업, 러시아 기업 들이 먼저 들어가 북한인에게 자본주의 연습을 시킨 후에 한국 기업들이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그래도 늦지 않다. 세계 경제의 역사에서 한국은 한참 뒤쳐진 후발주자였다. 한국 기업들이 물건을 팔아야 하는 그 시장들은 모두 일본 기업, 미국 기업, 독일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장악된 시장들을 뚫고 들어가서 물건을 팔았고, 성공했다. 돈을 벌 수 있다는 가능성이 한국인들을 뛰게 만들었다. 북한의 현 체제 하에서 특히 남한 기업들은 대북투자로 돈을 벌 수 없고 벌어도 가지고 나올 수 없다. 다른 나라의 기업들이 먼저 들어가서 자본주의의 기반을 다지게 하라.    

북한이 아니라도 투자기회는 많다. 카자흐스탄, 방글라데시, 아프리카의 오지에서도 어서 와서 투자해 달라고 손을 내민다.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는 남는 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데 투자하는 것은 죄악이다. 당사자에게 손해일 뿐만 아니라 인류에게도 해롭다. 다른 곳에 쓰일 수 있었던 귀중한 자본을 낭비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에 대한 투자가 그럴 가능성이 높다. 단순한 자본의 낭비를 넘어서 착취적 범죄 집단의 통치자금을 보태주는 일이기도 하다. 대북 투자를 서두르지 말자. 투자자들뿐 아니라 북한 사람들 모두에게 인권과 재산권이 보장된 후, 즉 정상국가가 된 후에 투자해도 늦지 않다.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前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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