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결과에 비판적 사설 게재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북한의 비핵화 행보가 아직 ‘걸음마(baby step)’에 불과하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결과와 관련해 비판적인 사설(社說)을 실었다.

WSJ은 이날 사설에서 “북한은 아직 핵 연구개발과 우라늄 농축, 핵탄두 제조 및 저장 등을 포함한 모든 핵시설의 위치를 명시한 리스트를 여전히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미북 정상회담으로 북한이 얻게 될 것은 남북 간 ‘평화선언’이 될 것”이라며 “이는 주한미군의 정당성을 약화시키고 남한이 북한에 대규모 투자를 하도록 만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에서 돌아온 후 ‘중대한 진보’를 이루었다고 자평했지만 이는 ‘중대한’이란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 같다”며 “외교적 분위기는 좋아 보이고 친밀감도 좋지만 그러나 여전히 비핵화를 향한 진보는 많지 않다”고 꼬집었다.

WSJ는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 조사관들을 초청하는데 동의했다고 말했지만 북한이 이미 풍계리를 폐기했다고 밝힌 마당에 그것은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만약 북한이 조사관들을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에 초대했다면 훨씬 더 중요한 일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WSJ는 “북한이 아직 제출하지 않은 것에는 핵 연구개발과 우라늄 농축, 탄두 제조 및 무기 저장소를 포함한 모든 핵시설의 장소를 명시한 리스트”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이미 보유한 정보와 비교하고 김정은 체제의 진정성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리스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또 미북 정상회담에 있어 진전을 이루었다고 폼페이오 장관이 밝힌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미북 정상회담은 아마 평양에서 열릴 것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정상회담이 진보를 보여줄 것을 원하지만 ‘대중을 위한 쇼’에 대해 북한이 얻게 될 것은 아마도 남북 간 ‘평화 선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은 “(평화선언의) 위험은 주한미군의 정당성을 약화시키고 북한이 비핵화를 하기도 전에 남한이 북한에 투자를 쏟아 붓도록 해 전 세계의 대북제재를 허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의 낙관주의는 이 모든 것들이 북한이 핵무기 해체에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신뢰를 구축하는데 이르도록 만든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사실은 (비핵화 협상이) 북한의 ‘느린 시간표’에 따라 진행되고 있고 미국이 먼저 양보한다면 이는 북한이 외교적 우위를 선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WSJ은 “김정은은 몇 달 동안 흥정을 벌인 뒤한미동맹과 대북 공조 체제가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에 핵무기를 포기할 필요가 없다고 결정할 수 있다”며 “만약 중국이 제재 집행을 거부하면서 김정은을 도와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개인적 외교’에 극도의 확신을 갖고 있고 아마도 그는 김정은과의 면대면 만남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며 “그러나 북한이 핵 시설 리스트를 제출하고 사찰단이 그것을 해체할 장소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믿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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