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관계 부족...스리랑카인보다 부실한 관리체계 드러난 대한송유관공사 책임 더 크다"
송유관공사, 2001년 민영화돼 SK그룹에 편입…SK이노베이션 지분 41%

고양 저유소 폭발화재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공개한 CCTV에 등장한 A씨.(연합뉴스 제공)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가 운영하는 경기도 고양 저유소 폭발화재 사고의 피의자 A씨(27·스리랑카)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경찰에게 수사 보강 지시를 내리면서 구속영장을 반려했다.

강신걸 경기 고양경찰서장은 10일 "지난 9일 중실화(重失火)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인과 관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해 보완수사가 필요다고 판단한 검찰이 영장을 반려했다"고 밝혔다. 

강 서장은 "오늘 오전 중으로 수사 내용을 보강해 검찰에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보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저유소 인근 공사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A씨가 날린 풍등(風燈) 불씨가 저유소 잔디밭에 떨어졌고 이것이 지난 7일 발생한 기름 탱크 화재의 원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번 화재로 총 266만ℓ의 휘발유가 연소했고 휘발유 주인인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의 피해액은 18억6200만 원, 휘발유 판매로 ℓ당 900원의 세금을 벌어들이는 정부의 세수 손실은 23억9400만 원으로 총 42억5600만 원대로 추정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스리랑카인 옹호 청원.(연합뉴스 제공)

경찰이 A씨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고 있지만 여론은 대한송유관공사의 허술한 관리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A씨가 날린 풍등이 저유소 인근 잔디에 떨어져 불이 붙고 폭발이 일어나기 전까지 18분간 대한송유관공사 측에서 아무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사실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더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폐쇄회로(CC)TV가 45대나 설치돼 있는데도 모니터링 전담 인력이 없었다는 점과 탱크 외부에 화재를 감지할 장치나 불씨가 탱크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줄 장치가 전혀 없었다는 데서 '총체적 부실' 논란까지 일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리랑카인 노동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지 마세요', '스리랑카 노동자 구속하지 말아 주세요'라는 등의 게시물이 10건 이상 올라와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5년 5월 비전문 취업(E-9) 비자로 입국해 월 300만 원 정도를 버는 현장직 노동자다. 여러 공사현장을 거쳐온 A씨는 사고 당일에 저유소 바로 뒤편의 경기도 고양시 강매터널 공사현장에 투입돼 일하고 있었다.

대한송유관공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주주구성.(대한송유관공사 홈페이지 캡처)

한편, 대한송유관공사는 1990년 설립돼 2001년 SK그룹에 편입되면서 민영화를 완료했다. 송유관·저유소를 건설 및 관리·운영하면서 정유공장에서 나온 석유제품을 수요처까지 수송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지분은 SK이노베이션이 41%, GS칼텍스가 28.62%, 산업통상자원부가 9.76%, 에쓰오일(S-OIL)이 8.87%, 현대중공업이 6.39%, 대한항공이 3.10%, 한화토탈이 2.26% 보유하고 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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