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민주를 따로 떼어 놓으면, '방종'과 '폭도정치'가 된다”
“자유가 민주에 녹아들고, 민주가 자유를 모실 때 비로소 고귀해져”
”'민주'(다수결)의 한계를 아는 '민주'가 바로 자유민주”
"무엇을 다수결로 정할 수 있고, 무엇을 다수결로 정할 수 없는가?...고민해야“

박성현 자유시민연대 대표
박성현 자유시민연대 대표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소위원회가 8일 당의 새로운 가치로 ‘자유와 민주, 공정과 포용’을 4대 가치로 규정하며 활동을 마무리한 가운데 박성현 자유시민연대 대표 겸 이런선한교육문화운동본부 대표는 ‘자유+민주’와 ‘자유민주’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한국당의 용어 선정에 대해 비판했다.

'뱅모'라는 별명을 지닌 박 대표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유+민주'와 '자유민주'는 완전히 다르다”며 “비유적으로 말하면 '인간'과 '(인간의 몸을 이루는)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인 등 원소집합'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유와 민주를 따로 떼어 놓으면, '방종'과 '폭도정치'가 된다”며 “자유가 민주에 녹아들고, 민주가 자유를 모실 때 비로소 고귀한 것이 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자유’와 ‘민주’에 대한 개념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한국당의 핵심 가치에 대해 “[자유+민주]가 아니라 [자유민주]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자유민주 안에서 비로소 '개인존엄성에 바탕한, oo을 위한 자유'가 꽃피울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한국당의 가벼운 용어 선정을 지적하며 '진실에 대한 고민, 공정에 대한 고민, 생명번영에 대한 철저한 고민'을 촉구했다. 

 

- 다음은 박성현 대표의 페이스북 글 전문(全文)

[자유+민주]와 [자유민주]는 완전히 다르다.

한국당이 핵심가치로 '자유+민주+공정+포용'을 규정했다. 정치사상의 A, B, C도 모르는 무식한 짓이다.

'자유+민주'와 '자유민주'는 완전히 다르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인간'과 '(인간의 몸을 이루는)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인 등 원소집합'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만약 인간과 원소집합이 동일하다면 인간을 잡아죽이는 것은 아무런 범죄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자유와 민주를 따로 떼어 놓으면, '방종'과 '폭도정치'가 된다. 자유가 민주에 녹아들고, 민주가 자유를 모실 때 비로소 고귀한 것이 된다. 두개의 매우 위험한 폭약--자유와 민주--이 결합해서 영원을 기념하는 황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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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자유부터 살펴 보자.

자유가 무엇인가?에 대해 선택해야 한다. 자유에는 두 종류가 있다.

(1) 하나는 '무엇으로부터의' 자유다. 전통으로부터의 자유, 속박으로부터의 자유, 기아로부터의 자유, ... 요즘엔 일체의 도덕, 가치, 판단기준으로부터의 자유를 주장하는 풍조가 유행 중이다. 한마디로 무도덕(amoral)이 자유가 됐다. '무엇으로부터의 자유'를 추구하는 자들의 자유는 결국 방종으로 귀결된다. 무도덕으로 귀결된다. 포스트모더니즘으로 귀결되며 PC(political correctness)로 귀결된다.

(2) 다른 하나는 '무엇을 위한' 자유이다. 자유 안에는 '목숨을 건 도덕선택, 가치판단'이 깃들어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이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자유 안에 [도덕, 가치관, 의미에 대한 실존적 탐색]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중시한다. 인간 하나 하나가 [존엄한 개인실존]으로서 [도덕, 의미, 가치기준에 관한 엄혹한 선택] 속에 살아가는 존재라고 보는 관점이다.

예를 들어 보자. 내가 만약 '진실존중'을 제1도덕률로 받아들인다면, 나의 '자유'는 오직 '진실을 존중/추구할 자유' 뿐이다. 나머지는 그냥 악세사리 자유다. 덤으로 오가는 자유다.

사람이 자신의 도덕과 가치기준을 '목숨을 걸고' 선택하면, 자유가 '운명' 혹은 '필연'의 이면이 된다. 그 선택은 '자유의지'에서 나왔지만, 그 선택에 자신의 전체 존재를 걸었기 때문에, 그의 삶은 운명 혹은 필연이 된다.

"사람 한 명 한 명이 도덕, 가치기준, 의미를 탐색하고 선택하는 존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자유로운 존재가 돼야 한다" =

이게 참된 자유다. 이게 마키아벨리의 자유이며, 갈릴레오의 자유이며, 다빈치의 자유이며, 미켈란젤로의 자유--르네상스의 자유다. 동시에 이게 후스, 위클리프, 틴데일, 루터의 자유--프로테스탄티즘의 자유다. 하나님 앞에 홀로 설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는 자유다.

르네상스는 헬레니즘의 자유이고, 프로테스탄티즘은 유대-기독교의 자유다. 둘다 '무엇을 위한' 자유다. 둘다 결코 '무도덕의 자유'가 아니다. 'oo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다. ...

헬레니즘의 자유를 새롭게 해석해서 주장했던 니체의 속살은 프로테스탄티즘을 지향하고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수줍게, 그러나 발칙하게, 고백한다.

"어느 날 교회 지붕이 무너지고 빨간 양귀비 꽃들이 내려앉은 돌 무더기 사이사이에서 자랄 때, 그 위로 햇살이 내려 쪼일 때, 나는 이곳으로 다시 돌아 온다" (이때 교회는, 위선에 가득찬 19세기말 유럽 국가교회체제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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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 만으로는 추악한 폭도 정치--떼/다수결의 전횡--에 다름 아니다. 떼/다수결을 조작할 수 있는 세력의 독재가 될 수 밖에 없다.

"무엇을 다수결로 정할 수 있고 무엇을 다수결로 정할 수 없는가?"--이 고민을 가질 때에만 민주가 고귀해지는 진다. 이 고민이 '다원주의'(pluralism) 이다. 다원주의는 "사회가 다원적 질서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다원주의는, "지금 세대에서, 지금 순간의 다수결로 정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사회는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정신과 영혼의 공동체]이다. 까마득한 선배세대에서 까마득한 미래세대까지 이어지는 면면한 흐름이 존재한다"라는 의식이다. 여기에서, "한 사람의 천부적 자연권을 훼손하는 것"은 다수결로 정할 수 없다라는 원칙이 나온다.

'민주'(다수결)의 한계를 아는 '민주'가 바로 자유민주다.

예를 들어 보자. 엊그제 누가 나에게 "NLL 양보에 관해 문재인의 대통령 직을 걸은 국민투표로 정하자~"라는 캠페인을 하자고 제안했다. 내가 그에게 말했다.

"나나, 당신이나 NLL 지켜내는 데 피 한 방울 흘린 적 없잖아.. 그건 선배세대의 공덕이잖아. 그런데 그걸 어떻게 우리 세대의 다수결로 뒤바꿔? 물론 문재인 집단이 그런 국민투표를 받을리도 없고, 또한 실행된다면 우리가 반드시 이기겠지만, [선배세대의 공덕을 후배들이 다수결로 문지를 수 있다]라는 사고방식 자체는 치명적 독이야... 전술이 하나 뿐이겠어? 문재인에게 타격을 가할 방법이 하나 뿐이겠어? 오늘 전술적으로 유리하다고 해서, 우리의 가장 근본적인 가치를 내다 팔아 먹으면, 우린 개생양아치가 되는 거 잖아? 다른 전술을 찾아 봐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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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 안에서 비로소 '개인존엄성에 바탕한, oo을 위한 자유'가 꽃피울 수 있다. 그래서 자유와 민주는 [자유+민주]가 아니라 [자유민주]가 돼야 한다.

한국당이 핵심 가치로서 [자유+민주]를 이야기한 것은 우리나라 지식인들이 얼마나 천박한 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케이스다. 무늬는 지식인이지만, 뇌수는 폭도일 뿐이다. 금수저 폭도... 온통 지 한 몸 커리어만 아는 존재..... 진실에 대한 고민, 공정에 대한 고민, 생명번영에 대한 고민은 정말로 천박한, 너무나 천박한 먹물들...

우울한 날이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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