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경기 고양경찰서는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에 대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전날 경찰은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과 관련해 중실화 혐의로 스리랑카인 A씨(27)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경기 고양경찰서에서 장종익 형사과장(왼쪽)이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과 관련된 풍등과 동일한 제품을 공개하며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모습이다.(연합뉴스 제공)

지난 7일 발생한 경기 고양시 저유소 대형 폭발화재 사건과 관련해 저유소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가 저유소 탱크 내부에 불이 붙기 전 최초 18분간 화재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강신걸 고양경찰서장은 9일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저유소 탱크 바깥 잔디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하고 저유소 탱크가 폭발하기까지 18분이 걸렸는데 이때까지 대한송유관공사가 화재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이는 휘발유 탱크 외부에 화재 감지센서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경찰이 관제실 폐쇄회로(CC)TV나 순찰을 통해 화재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던 대한송유관공사가 폭발이 일어나기 전까지 인지하지 못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고양경찰서는 지난 8일 저유소 탱크 바깥 잔디에 불을 붙여 화재사고의 빌미를 제공한 혐의로 외국인 노동자인 A(27·스리랑카)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강 서장은 "피의자 A씨는 화재사고가 일어난 당일 저유소에서 1㎞ 이내에 있는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중 쉬는 시간에 산 위로 올라가 풍등을 날렸고 풍등이 저유소 방향으로 날아가자 이를 쫓아가다 저유소 잔디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되돌아왔다"며 "피의자가 저유소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점 등을 감안해 '중실화죄'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7일 오전 10시 32분께 고양시 덕양구 강매터널 공사현장에서 풍등을 날려 저유소 시설에 풍등이 떨어지게 해 불이 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풍등은 등 안에 고체 연료로 불을 붙여 뜨거운 공기르 이용해 하늘로 날리는 소형 열기구다. 

A씨는 지난 6일 오후 8∼9시 사이에 인근 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아버지 캠프' 행사에서 날아온 풍등을 주워 날린 것으로 조사됐다. 행사 주최 측은 풍등 80개를 인터넷으로 구입했으며, 초등학교 아버지회의 아버지들이 풍등을 날린 것으로 조사됐다.

그 중에서 풍등 2개가 공사현장까지 날아왔고, 다음날인 7일 오전 출근한 A씨가 풍등 1개를 주워 쉬는 시간에 자신의 라이터로 불을 붙여 풍등을 날린 것이다. 이때 풍등이 저유소 방향으로 날아가자, A씨가 풍등을 쫓아갔으나 잡지 못했고 날아간 풍등이 떨어지는 것을 목격한 뒤 되돌아갔다.

9일 오전 경기 고양경찰서는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에 대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전날 경찰은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과 관련해 중실화 혐의로 스리랑카인 A씨(27)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사진(시계방향)은 경찰이 공개한 CCTV에서 A씨가 날린 풍등을 향해 뛰어가는 모습, 풍등이 저유소 쪽으로 떨어지는 모습, 저유소에 폭발이 일어나는 모습, 저유소에 풍등이 떨어진 뒤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연합뉴스 제공)

한편, 경찰은 이날 브리핑에서 풍등이 휘발유 탱크 바로 옆 잔디밭에 추락하는 장면과 A씨가 뛰어가는 장면 등이 녹화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풍등과 저유소 화재 간 인과관계를 정밀 확인하고 재차 합동감식을 진행하는 등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7일 오전 10시 56분께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옥외탱크 14기 중 하나인 휘발유 탱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휘발유 440만ℓ에 붙은 불은 17시간 만인 8일 오전 3시 58분께 완전히 꺼졌고 인명 피해는 없었다. 총 180만ℓ의 기름이 다른 탱크로 옮겨졌고, 260만ℓ는 연소됐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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