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권, 관계기관 총동원 '가짜뉴스 대책' 발표하려다 돌연 연기...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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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호 정치사회부 기자(경력직)

  • 최초승인 2018.10.08 18:32:12
  • 최종수정 2018.10.1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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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예정된 브리핑이 갑자기 취소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예정된 브리핑이 갑자기 취소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여권(與圈)에서 현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과 소셜미디어·1인 유튜브 방송 등을 '가짜뉴스'로 몰아세운다는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가 8일 범(汎)정부적으로 이른바 '가짜뉴스 근절 대책'을 발표하려다 갑자기 미뤘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범정부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발표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국무회의에 이 방안을 보고 안건으로 올린 다음,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관련 내용을 직접 브리핑하기로 했다.

방통위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경찰청 등 유관 기관 합동 브리핑이었다. 그러나 발표는 예정 시각인 오전 11시30분에서 계속 늦춰졌다. 그러다가 정오를 넘긴 시점 정부는 돌연 '연기' 결정을 고지했다.

이에 대해 진성철 방통위 대변인은 "국무회의에서 '조금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차후 자료 보강을 통해 다시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 내용 자체가 백지화된 것은 아니지만, 일부 미진한 부분을 좀 더 보강해 다시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2일 "악의적 의도로 가짜뉴스를 만든 사람, 계획적·조직적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사람은 의법처리해야 마땅하다"며 검·경 공동대응체계 구축을 통한 신속 수사 및 엄중 처벌은 물론 '유통 매체 조치'까지 지시한 바 있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도 박광온 최고위원이 '유튜브 제재' 입법을 예고하고, 그를 단장으로 하는 가짜뉴스대책단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 사이에서는 '가짜뉴스'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원칙론에는 공감하면서도, 입법을 통한 규제에 대해선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한 미디어 관련 학과 교수는 가짜뉴스 범정부 대책 발표가 돌연 연기된 데 대해 "위헌 시비를 우려해 재검토하기로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일각에선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1인 방송 등을 정부가 통제하려면 현행 방송법상 방송사업 분야에 '통신'을 추가해야 하는데, 통신 분야에는 인터넷은 물론 카카오톡 등 메신저까지 정부의 통제 대상에 포함돼 '민간인 사찰'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민간인 사찰 논란이 불거진 대표적 사례는 민주당이 야당 시절인 2016년 초 국회에서 '릴레이 필리버스터'까지 해 가면서 막으려 했던 테러방지법 제정 전후를 꼽을 수 있다. '국가정보원이 영장 없이 카카오톡 등을 무분별하게 사찰할 수 있다'는 식의 가짜뉴스가 확산됐다.

그러나 지난해 5월 현 정권이 출범한 뒤 임명된 서훈 국정원장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정원 입장에서 현존하는 법(테러방지법)은 이행하는 게 맞다"고 발언해 정권 차원의 '입장 변화'를 자인했다. 현 여권에선 테러방지법을 둘러싼 추가 논란 제기가 사라지기도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사진=연합뉴스)

야권에서도 일찍이 정부의 가짜뉴스 규제 방침에 대해 '우파성향 유튜브 규제를 노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졸속입법 저지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경남 진주시갑·재선)은 이날도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대책 발표 연기를 계기로 비판 논평을 내 "(가짜뉴스 대책 발표는) 비판세력 탄압용이라는 의구심을 완전히 해소하기 전에는 안될 일"이라며 "연기가 아니라 취소가 마땅하다"고 밝혔다.

박대출 의원은 "좌파 언론이 대대적인 (우파 유튜브 등 가짜뉴스 몰이) 보도로 분위기를 띄우고, 권력이 발을 맞추는 모양새는 사납다"며 "무슨 엄청난 대책을 만드는 것인가. 발표 내용을 재검토할 만큼 무리한 선택임을 자각하고 있다는 얘기인가"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탄핵 때 난무하던 가짜뉴스를 잊었나. 정권 우호세력에는 관대하더니 정권 비판세력에겐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려 하는가. 정권에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입에 재갈을 물리는 독재적 발상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반문을 거듭했다.

나아가 "정부가 권력기관을 동원해 가짜뉴스를 판단하겠다는 초법적인 발상을 접으라"며 "가짜뉴스를 핑계로 사상통일을 하려 하나. '21세기 분서갱유'는 꿈도 꾸지 마라. '진시황의 부활'을 노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허위사실을 담은 가짜뉴스는 당연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현행법에 따라 처리하면 될 일"이라며 "가짜뉴스의 잣대는 하나여야 한다"고 원칙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허위사실 생산과 유포를 차단하는 법, 좌파 우파 예외없이 동일한 기준의 법이라면 못할 것도 없다"며 "그러나 반대 목소리를 차단하는 입법, 비판세력 탄압용 입법은 반드시 막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발표가 갑자기 연기된 데 대해 조선일보는 9일 "국무회의에선 이낙연 총리가 직접 발표 연기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는 '각 부처의 대책이 구체적이지 않은데,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다시 강구하라'고 말했다고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그 정도로 대책이 되겠느냐'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종전 대책이 미흡하니 보다 정교하게 보완하라는 뜻"이라는 정부 관계자 발언도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이에 따라 향후 더욱 강경한 대책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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