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방송사 시청자위원 선정위원회, 노사 합의로 구성하라' 권고
시청자위원회는 방송사 편성이나 프로그램과 관련해 시정요구할 수 있는 법적기구
언론노조 출신 경영진-언론노조 합의가 시청자위원 선정에 반영될 경우 편향성 우려돼
일방적으로 특정 구미에 맞는 의견들이 반영될 경우 '시청자'란 명칭 무색해질 우려도
방통위측 "권고일 뿐 강제성 없어...방송사별 반영여부 아직 파악안돼"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청자위원회 관련 권고 개정안을 지상파, 종편, 홈쇼핑 채널 등 55개 방송사에 보냈다.

 방통위는 지난 8월 ‘시청자위원회 구성 및 절차에 관한 권고 개정안’을 통해 방송사 시청자위원 선정위원회를 노사 합의로 구성하고, 시청자위원회가 방송사 경영진에게 추진 현황, 조치 결과를 보고받도록 한 조항을 권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가 사실상 방송사 여러 분야에서 노영방송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려고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도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는 현재 시청자위원회가 방통위 규칙에 따라 각 단체별 추천을 받아 회사에서 위촉하고 있는데 이를 굳이 노사합의를 거쳐 구성하는 취지와 관련해서 사실상 노영방송화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표출했다.

김 이사는 "각 방송사의 시청자위원들은 (대표성을 지닌 여러 사회 단체들의) 추천을 받아 회사에서 위촉하고 있다"며 "이걸 굳이 노사합의를 거쳐 시청자위원 선정위원회를 구성하라고 권고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최근에 방송사와 언론노조의 산별협약 체결에서 보여지듯이 노영방송에 제도적인 보장을 하는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시청자위원회는 각 방송사마다 시청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설치하는 법적기구이다. 방송편성이나 방송프로그램과 관련된 의견을 제시하거나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방송법에 따르면, 방송사업자는 시청자위원회의 의견제시나 시정요구를 받은 경우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수용하여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만약 방송사업자가 시청자위원회의 의견제시 또는 시정요구의 수용을 부당하게 거부하는 경우에는 시청자위원회가 방통위에 시청자불만처리를 요청할 수 있다. 즉, 시청자위원회는 시청자의 이름으로 해당 방송사의 편성이나 프로그램에 개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구가 언론노조의 입김이 강한 각 방송사의 경영진과 노동자측의 합의를 거쳐 구성되면 시청자위원 구성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상 KBS·MBC 등 공영방송사의 경영진은 다수 언론노조 출신 인원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외부 목소리를 듣기 위한 시청자위원회가 만약 방송사의 내부구성원들인 노사합의를 거쳐 선정될 경우에는 시청자의 이름을 빌려 노영방송을 가속화시키고 노영방송을 견제하기 힘들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최대한 다양한 시청자의 의견이 반영되어 시청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시청자위원회의 기존 취지는 무색해지고, 시청자위원회의 역할이 사실상 이해관계에 따른 특정 구미에 맞는 방송검열 기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방통위측은 이같은 우려에 ‘시청자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던 것을 활성화하려고 권고한 것이며, 방송사 자체적으로 판단할 권고안일 뿐 강제성은 없다’고 말했다. 또한 각 방송사에 권고안이 반영됐는지 여부는 아직 파악이 완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방통위가 방송사 심의·징계권뿐 아니라 종편 등의 재승인 권한까지 갖고 있는만큼 이같은 방통위 권고안에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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