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6개 부처-지자체 동원해 최저임금 반대 소상공인 단체 61곳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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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용수 한국당 의원 "법적 근거가 없는 불법적인 행정감찰"
소상공인연합회 이근재 부회장 "비판적 행동을 못하게 막기 위한 행정부의 횡포"
최승재 회장, 한국당 비대위와 정책간담회서 "反정부 아닌 反정부단체 돼버려 안타깝다"

정부가 '지도·감독'을 명목으로 소상공인연합회와 그에 소속된 61개 단체를 조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보이지 않는 권력의 힘으로 소상공인들을 억압하는 행정부의 횡포"라며 반박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엄용수 의원은 9일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단체에 대해 불법적인 행정감찰을 했다고 밝혔다.

엄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연합회가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시위 등에 나선 이후인 지난 5월 31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연합회 소속 단체가 등록된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16곳에 장관 명의의 공문을 발송했다. 

경찰청·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농림축산식품부·문화체육관광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국토교통부·식품의약품안전처와 서울시·고양시·부산 동래구·서울 동대문구·동작구·성동구에 발송된 이 공문에는 연합회 소속 단체가 정상적으로 활동·운영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등록 상태, 활동 상황, 결산보고 여부 등을 회신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중기부는 공문에서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26조를 근거로 "연합회에 대한 지도·감독에 활용하고자 하니 소속 단체의 정상적인 활동·운영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했다.

중기부는 공문에 단체의 소관 부처 및 담당 부서를 명시해, 16개 기관이 공문·전화 등으로 연합회 소속 단체들의 설립 신고 및 인가 관련 사항, 사업계획서, 예·결산서, 재산 목록 등을 조사했다.

한국열쇠협회의 경우 경찰청 범죄예방정책과 협력방범계에, 한국인쇄판촉생산자온라인협동조합의 경우 경기 고양시 일자리창출과에, 대한제과협회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정책과에 공문을 보내는 식이었다. 중기부는 이 단체들의 정상 등록·취소 처분 여부와 최근 2년간 총회 개최 실적, 특이 사항 등을 파악해 회신해 달라고 요구했다.

중기부는 이같은 조치가 "관련법에 따른 정상적인 지도·감독"이라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4년 설립된 단체로 정부의 예산 지원에 따른 지도·감독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엄 의원은 "법률에 명시된 중기부의 권한은 연합회에 대한 지도·감독이고, 필요한 경우 연합회에 대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라며 "다른 정부 부처와 지자체를 통해 소속 단체의 결산 공개 여부, 정상 등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는 불법적인 행정감찰"이라고 말했다.

또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한 것인데 이런 절박한 목소리는 외면하고 오히려 연합회에 대해 전방위적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며 "중기부는 월권행위를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정치적 탄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공안정국'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유신 시대도 아니고 공안정국 비슷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며 "소상공인 활동을 제약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이 벌어지고 있고 유튜브를 규제한다는 기상천외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세상이 이렇게 거꾸로 가도 되나"라고 비판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대한 정부의 압박은 최승재 현 회장이 취임한 직후인 지난 4월부터 이뤄진 바 있다.

중기부는 당시 회계사·노무사 등을 동원하여 지난해 정부 보조금 및 사업비(27억원), 집행 내역 등을 조사했다. 이에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인상 반대에 대해 목소리를 내자 중기부가 연합회 본부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며 반발했다.

정부는 이후로도 최승재 회장에 대한 수사를 하기 시작했다. 올해 4월 말 연합회 내 최 회장 반대 단체인 '정상화추진위원회'가 최 회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발했기 때문이다. 경찰이 7월 최 회장에게 '무혐의' 판단을 내렸지만, 지난달 검찰이 나서 최 회장에 대한 조사를 다시 시작했다.

이같은 배경 속에서 한국당 윤영석 수석 대변인은 "최 회장에 대한 '표적 수사'를 진행하더니 이제는 700만 소상공인에게 칼날을 휘두른다"며 "중기부의 단독 행동인지,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는지 밝히라"고 했다.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수사기관까지 동원해 상대방의 입을 막으려 한 것은 부적절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근재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하고 있는 수사는 이 정부가 문제 삼았던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와 다를 바 없다"며 "결국 소상공인연합회를 흔드는 것 밖에 더 되냐"고 비판했다. 또 "현 정부에 비판적인 행동을 못하게 막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권력의 힘으로 소상공인들을 억압하는 행정부의 횡포"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최 회장을 비롯한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들을 초청해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어쩌다 보니까 소상공인들의 권익을 대변한다고 열심히 하는 과정에서 반(反)정부 단체 아닌 반정부 단체가 됐다"며 "자유시장경제라는 큰 축에서 소상공인도 살고, 노동자도 살고 그다음에 기본적으로 사업자들의 지불능력을 향상시키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목소리를 냈던 것인데 이것이 정부에 반하는 쪽으로 지금 목소리가 몰리고, 여러 가지 어려운 경제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함진규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최 회장님이 요즘 시련을 많이 겪고 있는 것 같다. 이 자리를 빌려 회장단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정부가 소상공인연합회에 지원하는 25억에서 20억으로 5억원을 깎아 지원하지 않나, 그 다음에 또 16개 기관을 동원해 소상공인 관련 61개 단체를 '지도·감독'이란 명분하에 사실상 입막음하는 일련의 조치들이 과연 정상적인 건지 묻고 싶다. 소상공인들이 그런 문제제기를 할 때 왜 그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지,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고칠 건 고쳐야 된다"고 정부에 각성을 촉구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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