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미수 의혹 폭로, 인준 연기에도…상원 찬성 50 : 반대 48로 최종통과
연방대법관은 종신職, 우파성향 5 : 좌파성향 4로 우파 장기간 우위구도 확립
11.6 중간선거 앞두고 공화당 결집세 확인, 민주당은 여성·젊은층 표심 기대

브렛 캐버노 미 연방대법관 후보자의 인준안이 10월6일(미 현지시간) 상원에서 찬성 50표, 반대 48표로 가결됐다.(사진=연합뉴스)
브렛 캐버노 미 연방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이 10월6일(미 현지시간) 상원에서 찬성 50표, 반대 48표로 가결됐다.(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후보자(53)에 대한 인준안이 6일(미국 현지시간) 상원을 최종 통과했다. 오는 11월6일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 측에 한층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미 상원은 이날 오후 의회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캐버노 대법관 후보자 인준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50표, 반대 48표로 가결 처리했다.

여교수 크리스틴 블래시 포드(51)가 캐버노 후보자로부터 36년 전 15세 때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폭로한 뒤 미 의회 여야간 치열한 공방이 일었지만, 결국 뚜렷한 물증 부재와 공화당의 단결로 인준안이 가결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표결에서 공화당 의원 51명 중 1명(스티브 데인스 몬태나주 상원의원)은 딸 결혼식 참석으로 불참했고, 당초 캐버노 후보자를 반대하던 리사 머코스키 공화당 의원은 데인스 의원의 불참을 고려해 기권표를 던졌다. 민주당은 보수성향이 강한 선거구(웨스트버지니아주) 출신 상원의원인 조 맨친이 자당 대오에서 막판 이탈해 찬성표를 던져 50 : 48 구도가 형성됐다.
  
이번 표결은 상원 기록에 따르면 1881년 스탠리 매튜스가 24대 23으로 인준된 이래 연방대법관 인선 중 가장 '박빙'으로 기록됐다.

'젊은 보수우파 법관' 캐버노 후보자의 인준 통과로 미 연방대법원은 앞으로 상당 기간 우파 우위 구도를 지속하게 됐다. 인준안 가결의 여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11·6 중간선거에 어떠한 파장을 낳을지 주목된다.

앞서 상원 표결은 호명 투표, 즉 자신의 이름이 불리면 기립해 찬성 또는 반대를 외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결이 진행되는 중 방청석에선 종종 캐버노 대법관 인준에 반대하는 고성이 쏟아졌으며, 사회를 맡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여러 차례 '질서 유지'를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준안 가결 직후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당일 늦게 캐버노 후보자를 공식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후보자 인준안 가결을 계기로 트위터에 축하글과 함께 올린 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후보자 인준안 가결을 계기로 트위터에 축하글과 함께 올린 이미지.

연방대법원은 대통령이 서명하는 대로 취임식을 열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캐버노는 훌륭한 대법관이 될 것"이라며 "그는 특출한 사람이며, 우리 모두를 자랑스럽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버노 후보자는 지난 7월말 은퇴한 앤서니 케네디 전 대법관의 자리를 잇게 된다. 그가 취임하면 미 연방대법원은 우파성향 대법관 5명, 좌파성향 대법관 4명으로 무게추가 우파로 기울게 된다.

전임자 케네디 전 대법관이 빠지면서 연방대법원은 존 로버트 대법원장과 새뮤얼 앨리토, 클래런스 토머스, 닐 고서치 대법관 등 우파 4명과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스티븐 브라이어,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 등 좌파 4명으로 재편된 상태였다.

1988년 지명된 케네디 전 대법관은 '중도' 성향이지만, 찬반 의견이 팽팽히 갈렸던 주요 사안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며 대법원의 균형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캐버노 후보자는 성 소수자, 낙태, 총기 문제 등에 한결 보수주의에 입각한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고서치 대법관(50)에 이어 50대의 '젊은 보수' 대법관을 잇달아 임명함으로써, 연방대법원의 우파 우위 구도를 장기간 유지하는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미 대법관은 스스로 퇴임하지 않은 한 종신직이다.

1980년대 고교 시절 성폭행 미수 의혹으로 미국 사회를 뒤흔든 캐버노 파문은 인준안 가결로 일단 막을 내리게 됐다. 

한달 뒤 중간선거에 앞서 공화당은 '캐버노 흔들기'에 위기를 느낀 보수층이 결집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으며, 민주당은 캐버노 청문회를 계기로 여성과 젊은층이 투표장으로 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공화당원들을 이만큼 단결시키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상원 역사상 가장 슬픈 순간 중 하나"라며 "이번 장(章)은 피해야 할 것에 대한 붉은 경고등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원의 캐버노 인준안 표결이 예고된 이날 워싱턴DC 의사당과 연방대법원 주변에는 오전부터 반대파들이 속속 모여들며 온종일 항의 시위를 펼쳤다.

캐버노에 대한 '36년 전 성폭행 미수 의혹' 논란은 고교 시절 술에 취한 캐버노 지명자가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피해여성 포드 교수의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를 계기로 불거졌으며, 지난달 27일 상원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에 포드와 캐버노가 시차를 두고 증인으로 등장해 진실공방을 벌이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 과정에서 친(親)트럼프 강성우파로 꼽히는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법사위 청문회에서 민주당을 겨냥 "당신들은 캐버노 인생을 망쳐놓기를 원하고 있다"며 "2020년 (대선 때) 이기려고 기대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여,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지원사격했다.

이후 연방수사국(FBI)이 이 사건을 다시 조사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인준 절차가 일주일 연기되기도 했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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