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 칼럼] 위법, 불법, 탈법을 저지른 자,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겠다는 것인가.
[김규나 칼럼] 위법, 불법, 탈법을 저지른 자,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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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M. 몽고메리 ‘빨강머리 앤’...앤을 키운 건, 엄격한 마릴라와 자상한 매튜, 그리고 모범이 된 많은 어른들
교육은 아이들의 장래만을 위한 것이 아닌 한 나라와 전 세계의 미래를 키우는 일
남 탓하고 공짜 바라고 책임질 줄 모르는 교육의 수장, 우리의 미래를 맡을 자격 있는가
김규나 작가
김규나 작가

태어난 지 석 달 만에 부모를 여의고 이집 저집 떠돌다 고아원살이를 했던 앤이 초록색지붕집으로 와서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 <빨강머리 앤>. 밭일을 도와줄 사내아이를 원했던 매튜와 마릴라는 사소한 착오로 앤이 오게 되자 당황한다. 그러나 앤이 마음에 들었던 매튜는 자신들이 '이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마릴라 또한 고단하기만 했던 앤의 사연을 듣고는 고아원으로 차마 돌려보내지 못한다. 그렇게 해서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를 키워본 적도 없는 매튜와 마릴라 남매는 평화롭지만 적막하기만 했던 자신들의 삶에 앤을 받아들인다. 단호하고 엄격하게 가르쳐야 쓸모 있는 사람이 된다고 믿는 마릴라와 넉넉한 아버지의 품 같은 사랑을 주는 매튜 사이에서 앤은 건강하고 밝게 자란다.

앤이 학교에서 만난 첫 담임은 학생들에 대한 열정이 크지 않은 필립스 선생이었다. 그의 관심과 애정은 오직 얼굴이 예쁘고 성숙한 여학생, 프리시에게로만 향해 있다. 소설 원작에는 없지만 처음 학교에 온 앤에게 "네가 고아원에서 온 앤 셜리냐?" 하고 묻는 장면이 TV애니메이션에 나온다. 낯선 학급친구들 앞에서 어린 학생이 받을 상처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무신경한 캐릭터를 잘 살린 에피소드였다. 자질로 봐서는 잘렸어도 진작 잘렸을 필립스가 교사직을 유지할 수 있던 이유는 그의 삼촌이 학교 이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온 동네 소문에 정통한 린드 부인의 의견이다. 하지만 앤이 필립스 선생에 대한 불만을 쏟아놓기라도 하면 그가 좋은 교사가 아닌 걸 알면서도 마릴라는 단호히 말을 자르고 훈계한다.

"앤 셜리. 선생님을 그런 식으로 말하면 못쓴다. 너는 선생님을 흉보려고 학교에 다니는 게 아니야. 너는 무언가를 배우러 학교에 다니는 거야."

그러면 앤도 불평을 멈추고 학교생활의 즐거움에 대해 조잘거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똑같이 잘못을 했는데도 필립스 선생이 앤에게만 벌을 주었을 때, 수치심과 모욕감에 화가 나서 더 이상 학교에 가지 않겠다는 앤의 고집을 마릴라는 꺾지 않는다. 대신 스스로 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갖게 하고 집안일을 차근차근 가르치는 기회로 삼는다.

아무리 훌륭한 교육제도나 학교교육이라 해도 완전할 수는 없다. 공교육이 지식의 터전은 되겠지만 배움의 전부가 될 수도 없다. 교육의 절반 이상은 가정교육과 사회 전반에 깊이 뿌리내린 상식과 전통과 문화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사회와 학교와 가정이 하나로 맞물려 원만하게 돌아가는 흐름 속에서 아이들은 어른들을 롤 모델 삼아, 보고 듣고 배우며 한 몫의 사람으로, 당당한 개인으로 성장해가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한 사람 몫을 당당히 해내는 성인으로 키워낼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해야 저마다 타고난 재능을 살려 이 세상에서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까. 그렇게 되기 위해 교사는 어떠한 지침을 갖고 가르쳐야 하며 학교의 책임자는 그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가. 이 모든 목표를 설계하고 최종 책임져야 할 교육의 수장은 누구보다 멀리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전체를 헤아릴 수 있는 전문지식을 갖춰야 한다. 교사나 아이들이 존경할 수 있는 덕목과 학생들의 꿈을 건강하게 이끌어낼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할 만한 윤리적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만한 자격을 갖추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청문회를 하는 것이고, 엄격한 검증 과정을 거쳐 그런 자가 임명되었다고 믿기에 국가는 적지 않은 보수를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 어떤 교육 환경에 처해 있을까. 책상 위에는 '자유'가 사라진 교과서가 펼쳐져 있고, 수많은 선배세대를 학살했고 지금도 우리나라의 존립과 국민의 안전을 시시각각 무너뜨리고 있는 주적을 '착하고 귀여운 친구'라고 잘못 가르치는 다수의 전교조 교사들이 교단 위에 서 있다. 그들 맨 위에는 얼마 전 새로 취임한 교육부장관이 앉아 있다. 위장전입, 음주운전, 병역면제, 체납 또는 탈세, 논문표절, 성범죄, 부정취업, 이중국적, 경력위조, 신고재산 축소 등등, 헤아리기도 힘든 범법 의혹이 현 정부 고위 관료들의 필수 자격 조건인 것을 증명이나 하듯, 지난 10월 2일 임명된 그 또한 예외는 아니다. 숱한 논란에도 본인은 물러설 의지가 없었고, 임명권자 쪽에서도 '결정적 결격 사유'가 없다며 임명을 강행했다.

"청문회 때 많이 '시달린' 분들이 일을 더 잘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업무에서 '유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바란다."

임명권자가 불법 관련 의혹이란 책임지거나 조사 받고 처벌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청문회 기간 잠시 시달리는 것으로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이라고 축사를 통해 공언한 셈이다. 도덕적 결함을 주렁주렁 매단 사람도 취임사에서 '사람 중심의 미래 인재 양성'을 선언했다. 위장전입을 해도, 논문표절을 해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람 중심, 성관련 범죄가 밝혀지고 교통법규를 위반해도 수치스러워할 줄 모르는 인재 양성, 탈세를 하고 경력을 위조하면서도 떳떳한 척 고개 쳐들 수 있는 미래 사회를 구상하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교육계 최고 수장 자신이 학부모와 학생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불법, 위법, 탈법 의혹 말고는 없는 것 같으므로, 그가 이루겠다는 교육개혁을 달리 상상할 수가 없다.

- 새로 오신 선생님은 밝고 이해심 많은 성품으로 정신적인 면에서나 도덕적인 면에서 학생들의 잠재력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앤은 이 같은 스테이시 선생님의 유익한 영향 아래 꽃처럼 피어났다. (빨강머리 앤. 중에서)

졸업한 프리시를 따라 다른 도시로 간 필립스의 후임, 뮤리엘 스테이시는 앤에게 축복과도 같은 선생님이었다. 학생들에게 품고 있는 스테이시 선생님의 열정 덕분에 앤은 학교생활에 다시 재미를 붙이고, 교사가 될 꿈을 꾸게 되는 것은 물론, 실제로 교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퀸스 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그러나 탄탄대로와 같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던 앤에게 먹구름이 닥친다. 매튜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파산, 마릴라에게 닥친 실명위기 앞에서 앤은 4년 장학금이 보장된 대학을 포기하고 초록색지붕집에 남기로 결정한다. 불행 속에서도 운명을 원망하지 않고 희망을 놓지 않을 수 있었던 힘은, 앤을 맡아 키워준 매튜와 마릴라의 사랑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떤 역경 속에서도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준 스테이시 선생님, 힘든 일이 있을 때면 언제든 다가와 이야기 나눌 수 있게 마음의 창을 열어주었던 앨런 목사 부부, 아이 앞에서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알았던 정직한 린드 부인과 베리 부인, 조세핀 할머니 같은 성숙한 이웃들, 그리고 깊은 우정을 나누어준 친구 다이애나와 홍당무라고 놀려댔던 길버트, 사사건건 미운 소리만 골라 했던 조시까지도 앤을 성장시킨 좋은 친구들이었다. 그들과 함께 앤은 보고 듣고 배우면서 세상이란 믿을만한 곳이라고, 구불구불한 인생길에서도 아름다운 것들을 들꽃처럼 만나는 기쁨이 준비되어 있으리라 확신할 수 있었다.

오래 전 교단에 있을 때, 교무실 청소를 담당한 아이의 아버지에게서 거센 항의 전화를 받은 적 있다. 귀가 따가워서 수화기를 멀찍이 떼어 놓은 채 저쪽의 분풀이가 끝나길 한동안 참아내야 했는데 요점은 이랬다. "당신이 뭔데 내 아이한테 청소를 시키느냐? 선생들이 어질러 놓은 건 선생들이 치워라. 남의 집 귀한 애 시키지 말고." 그때는 젊을 때라 수화기 내려놓은 직후부터 그 집 ‘귀한’ 아이는 쳐다보기도 싫었다. 동시에 그 아이가 사회에 나와서도 아버지의 과잉보호 없이 잘 살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인격이 성숙하지 못한 교사들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한 학부모는 얼마든지 있었고 그래서인지 문제아들은 해마다 늘어갔다.

우리 사회의 혼란은 단지 정치 경제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교육 문제조차 입시제도, 학군 배정, 전교조 교사들을 해결한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사람이 문제다. 나만 최고인 줄 아는 사람. 나는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고 믿는 사람.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 나와 내 사람만 먼저라고 외치는 사람. 사람이 먼저? 아니다. 사람이 문제다!

아이들은 부모나 교사, 한두 사람만 우러르며 자라지 않는다. 훌륭하다고 정해진 위인이나 영웅만을 마음에 담고 크는 것도 아니다. 멀리 있다고 해서 아이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고, 꼭꼭 감추어둔다고 아이들이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아이들, 청렴한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죄 없는 사람들이 처벌받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온갖 불법을 자행한 사람들이 성공이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그 눈부신 빛 속에서 수치심조차 느끼지 않는 사회에서 커가고 있다.

세상의 모든 어른들은 매일 매순간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바라보는 거울이다. 모든 아이들이 모든 어른을 비추는 거울이다. 지금 이대로 교육을 방치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만들어갈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깨어나라, 개인이여! 일어나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여!
TMTU. Trust Me. Trust You.

*‘TMTU. Trust Me. Trust You’는 김규나 작가가 ‘개인의 각성’을 위해 TMTU문화운동을 전개하며 ‘개인이여, 깨어나라!’는 의미를 담아 외치는 캐치프레이즈입니다.

김규나 객원 칼럼니스트(소설가, 소설 <트러스트미>, 산문집 <대한민국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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