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화이트리스트' 1심 실형선고 후 가족 통해 입장문 공개
"檢 창작한 스토리에 맞춘 거짓자백으로 선처 바랄 생각 없었다"
"난 '적대계급 파멸' 목표한 자들이 짠 '적폐청산 게임판'에 던져진 졸"
"자유 만개하는 열린사회는 공짜가 아니다…지금의 고난 이겨내야"

허현준 전 박근혜 정부 청와대 행정관이 10월5일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재판 1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은 뒤 가족을 통해 자신의 입장문을 공개했다.
허현준 전 박근혜 정부 청와대 행정관이 10월5일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재판 1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은 뒤, 가족의 손을 빌려 페이스북으로 자신의 입장문을 공개했다.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사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이 '열린 사회'를 갈망하며 "내 방식으로 감옥에서 싸울 것"이라고 다짐을 밝혔다.

허현준 전 행정관이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병철 부장판사) 1심 선고공판에서 강요죄 등으로 법정 구속된 이후, 당일 저녁 그의 페이스북에는 '가족이 대신 올려 준' 글이 올라왔다. 서울구치소 입감 전 남겨둔 입장문으로 보인다.

허 전 행정관은 "원하지 않았으나 피할 수도 없었던 길이다. 결국 발길이 다시 서울구치소를 향하고 있다"고 운을 뗀 뒤, "(그동안 검찰에 의해) 창작된 스토리에 맞춘 거짓자백으로 구속을 피하거나 형량을 줄이는 등의 선처를 바랄 생각도 없었다"고 꿋꿋한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궁예의 관심법'의 망령이 살아나, 명확한 증거가 없는데도 '묵시적 청탁'이라며 (박근혜 전)대통령을 구속하는 상황에서 힘도 없는 나를 구속하는 것이 뭐 그리 어렵겠는가"라며 자신을 "짜놓은 '적폐청산 게임판'에 던져진 졸(卒)"이라고 비유했다.

뒤이어 '좌파 일색'의 현 집권세력과 사법당국을 겨냥한 듯한 비판을 쏟아냈다.

허 전 행정관은 "지금의 이 폭정은 급진적 좌익들이 오랫동안 준비하고 예정하던 것"이라며 "그들 정신세계의 근본은 '계급투쟁'에 잇닿아, 그들이 설정한 '적대계급의 파멸'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급진적 좌익의 독존(獨存)은 우리 사회의 근본을 흔든다"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도 잘못이 아니라는 교만과 독선적 행위가 윤리적 질서를 해체하고 있다. 민주공화국 내부의 경쟁자는 '적'으로 간주하고, 주민을 노예로 지배하는 독재자(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는 '친구'가 되는 도덕적 파괴가 거침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패륜적 범죄자 김정은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는 '불굴의 지도자'라고 부추기고 김정은과의 포옹에 열광하는 저들의 모습에서, 절정에 이른 급진적 좌익세력의 사악한 정신세계가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현 좌파 집권세력이 국내 정적(政敵)에 대해선 '숙청'에 다름없는 행태로 일관하고, 오히려 '이념 코드'를 같이하는 북한 정권과 우호를 다지는 행태가 무관치 않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허 전 행정관은 "지금은 소의 등에 말안장을 얹는 것만큼 힘든 상황"이라면서도 "툭툭 털고 일어나 지금의 고난을 이겨내야 한다. 자유가 만개하는 '열린 사회'는 저절로,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나도 내 방식으로 감옥에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시 정신을 가다듬어 본다"며 "다시 시작하자!"라고 자신을 독려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다음은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이 5일 서울구치소에 입감되기 전 남긴 글 전문(全文).

원하지 않았으나 피할 수도 없었던 길이다.
결국 발길이 다시 서울구치소를 향하고 있다. 
차가운 바람이 스쳐간다.

나는 검찰이 쳐놓은 그물과 짜놓은 거짓 프레임에 순응할 생각이 없었다. 사실과 어긋나는 창작된 story에 맞춘 거짓 자백으로 구속을 피하거나 형량을 줄이는 등의 선처를 바랄 생각도 없었다. 검찰은 그런 나의 정당한 불복에 "반성의 기미가 없다"며 재판부에 엄벌해 달라고 요청했다.

‘궁예의 관심법’의 망령이 살아나 명확한 증거가 없는데도 "묵시적 청탁"이라며 대통령을 구속하는 상황에서, 힘도 없는 나를 또 구속하는 것이 뭐 그리 어렵겠는가. 짜놓은 적폐청산 게임판에 던져진 졸인데 말이다.

지금의 이 폭정은 급진적 좌익들이 오랫동안 준비하고 예정하던 것이다. 겉으로는 인권과 민주주의, 차이의 존중, 다양성 등의 미사여구로 위장하지만 그들의 정신세계의 근본은 ‘계급투쟁’에 잇닿아 그들이 설정한 ‘적대계급의 파멸’을 목표로 한다.

급진적 좌익의 독존(獨存)은 우리 사회의 근본을 흔든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도 잘못이 아니다’라는 교만과 독선적 행위가 윤리적 질서를 해체하고 있다. 민주공화국 내부의 경쟁자는 ‘적’으로 간주하고, 주민을 노예로 지배하는 독재자는 ‘친구’가 되는 도덕적 파괴가 거침이 없다.

고모부와 그 가족을 고사포로 총살하고, 이복 형을 독극물로 피살하고, 리설주 성추문이 알려졌다 하여 은하수악단 단원들을 화염방사기로 태우고, 체제를 비난했다거나 간첩으로 몰아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고, 폭력을 동원한 극한의 훈련으로 어린 아이들의 집단체조를 연출하여 수령체제를 선전하는 패륜적 범죄자 김정은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는 불굴의 지도자라고 부추기고 김정은과의 포옹에 열광하는 저들의 모습에서 절정에 이른 급진적 좌익세력의 사악한 정신세계가 드러난다.

지금은 소의 등에 말안장을 얹는 것만큼 힘든 상황이지만 만물은 흐르고 모든 것은 변한다. 툭툭 털고 일어나 지금의 고난을 이겨내야 한다. 자유가 만개하는 ‘열린 사회’는 저절로,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나도 내 방식으로 감옥에서 싸울 것이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어 본다. 
내 마음에 새겨진 투지와 희망을 어루만진다.
다시 시작하자!

2018. 10. 5. 
서울구치소를 향하며, 허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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