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 각계층' 빌려 견강부회…"자유망국당 없애버리자" "反통일역적 쓸어버려야"
최근 9월28일~10월4일 우리민족끼리, 려명, 류경, 조선의오늘 등 선전매체 총동원
10.4 선언 11주년 방북단, 5일 文대통령에 이어 '노예들의 군무' 大집단체조 관람

북한 정권 선전매체들이 지난달 말부터 이달 4일까지 "남북평화를 반대하는 적폐세력들을 총살하자"는 주장을 담은 논평을 7건이나 낸 것으로 확인됐다. 남북 정권간 이른바 '평화 무드'를 선전하는 이면에서 북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고모부 장성택 및 이복 형 김정남, 관련 인사들의 목숨을 빼앗아 권력을 다졌을 때와 마찬가지로 노골적인 자유민주진영에 대한 '숙청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5일 현재까지 '총살 논평'이 마지막으로 나온 것으로 확인된 4일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故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10.4 공동선언 1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노무현 재단과 정부·여당 요인들이 방북(訪北)해 진행 중인 남북 공동행사 첫날이다. 평화 무드 자체를 무색케 하는 행동을 북측이 이면에서 보이고 있는 셈이다.

사진=대북동향사이트 캡처
사진=대북동향사이트 캡처

북한 선전매체들은 최근 ▲9월28일자 <민족의 수치>(려명)과 <대결미치광이들의 히스테리적인 발작증>(우리민족끼리) ▲9월29일자 <산송장들이 갈 곳은(려명) ▲9월30일자 <산송장들의 최후발악>(조선의 오늘) ▲10월1일자 <악마의 본산은 제때에 들어내야 후환이 없다>(려명) <현실은 무엇을 말해주는가>(우리민족끼리) ▲10월4일자 <평화와 통일의 거세찬 흐름에서 밀려난 자들의 히스테리적발작증>(류경) 등 제목의 논평에서 모두 이같은 '반대세력 총살' 주장을 폈다.

북한 정권식 숙청 논리를 "오죽하면 남조선 각계층속에서"라는 전제를 달며 한국 국민들의 여론이라고 '견강부회'하는 방식을 취했다. 

"'남북평화를 반대하는 적폐세력들을 총살하자', '자유한국당은 전쟁을 원하지만 국민은 평화를 원한다. 자유망국당을 없애버리자'는 저주와 규탄이 장마철 소낙비처럼 쏟아지고 있다"는 게 선전매체들의 공통된 문구다.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 등 지도부 인사는 물론 나경원 의원 등도 직접 거명하며, '북핵 폐기론'에 입각한 이들의 9월 평양공동선언 및 부속 남북 군사분야 합의 비판을 "게거품을 물고 망발질을 해대고 있다"고 비방했다.

한국당 등에서 평양선언에 대해 "구체적인 핵폐기 약속이 없는 회담" "진정성이 없는 문구만 들어간 공허한 선언" "뻔히 보이는 말장난이자 단어장난" "북한의 이익만 반영된 일방적인 선언"이라는 비판, 남북군사합의에 대해 "(서해) 북방한계선을 확실하게 포기한 것" "북의 핵, 전략자산이 그대로 존재하는 상태에서 북에 손을 들고 투항한 자살행위" "국가안보 차원에서 절대 수용불가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총살'을 운운하며 연일 겁박하는 것이다.

매체들은 한국당을 겨냥 "대결당, 전쟁당, 반통일당" "악마의 본산" "죄악에 죄악만을 덧쌓는 정치간상배" "가증스러운 매국역적들"이라고 욕설에 가까운 비난도 덧붙이며 "역사의 오물통에 처넣기 위한 정의로운 실천행에 적극 떨쳐나설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국당을 겨냥한 비난은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진영 전체에게도 해당된다. 가장 최근인 4일 선전매체 '류경'은 "남조선 각계층은 민족의 화합과 번영의 암적존재이고 통일의 장애물인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반통일역적무리들을 가차없이 쓸어버려야 할 것"이라고 사주했다.

(왼쪽부터) 10월4일~6일 북한 평양에서 열리는 10.4 공동선언 11주년 남북 공동 기념행사에 참석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명균 통일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10월4일~6일 북한 평양에서 열리는 10.4 공동선언 11주년 남북 공동 기념행사에 참석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명균 통일부 장관.(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날 노무현 재단 이사장 출신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을 단장으로 하는 민관방북단 160여명은 이날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10.4선언 발표 11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에 참석했다.

통일부 당국자에 따르면 방북단은 북한 만수대창작사와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을 참관했으며, 저녁엔 대(大)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을 관람하고 합동 만찬을 갖는다.

대집단체조는 수만명의 어린이·청소년을 대거 동원해 대규모 카드섹션과 체조 등을 선보이는 행사로 북한 정권의 주민에 대한 '인권유린'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이 '노예들의 군무'를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지난달 18~20일 방북 과정에서 밤10시가 넘은 심야에 관람하고 "우리 민족은 우수하다"고 호응 연설을 한 바 있는데, 10.4선언 방북단도 이를 관람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북한 체제선전 요소를 일부 덜어냈으니 문제 없다'는 식의 논리를 취한다.

그러나 '빛나는 조국'이라는 제목의 이 대집단체조 자체가 북한 정권이 '건국 70년을 자축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대한민국 국가원수와 정부·여당 핵심 인사들이 이를 관람하는 건 헌법 정신과 어긋나게 북한을 국가로 인정한다는 논란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정부 관계자와 국회, 지자체, 각종 단체 관계자 등이 포함된 민관방북단은 어제 오전 항공편으로 서해 직항로를 통해 평양을 방문했으며, 오는 6일 귀환할 예정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