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법' 출신 재판장 "다스는 MB것…비자금 혐의 '넉넉히' 인정돼"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국정원 특활비 등 '뇌물' 혐의 상당 부분 유죄
"우리 사회 전반에 큰 실망과 불신을 안겨주었다...그래도 반성 없어"
MB,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 하나도 인정할 수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를 받은 정계선 부장판사(왼쪽)와 MB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전 대통령(77)이라는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다스 비자금횡령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 82억 7070만원을 선고했다. 지난 4월 9일 이 전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진 지 180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5일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자이고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7년 검찰 특수수사팀이 ‘전면 무혐의’를 선언했던 다스 실소유주 의혹은 지난해 12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가 다스 횡령 의혹 사건을 고발을 계기로 완전히 뒤집혔다.

검찰이 주장하는 이 전 대통령의 혐의는 ▲다스 세금포탈 및 비자금 횡령(349억원) ▲다스 소송비 68억원 삼성에 대납 요구(뇌물) ▲다스 법인세 포탈(31억원) ▲국정원 특활비 7억원 수수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공직임명 등 대가로 6억원 수수 ▲대통령 기록물 유출 등 16개다. 이 중 7개는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는 다스와 관련된다.

이 중 이 전 대통령이 형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혐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와 횡령 혐의다. 이 전 대통령의 관련 혐의액은 총 횡령 349억원, 뇌물 111억원이다.

재판부는 ‘다스의 실소유주는 MB것’이라며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 온 김성우 전 다스 사장 등의 진술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법원은 김성우 전 사장과 권승호 전 전무, 이상은 회장의 아들인 동형씨 등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구체적 횡령 금액으로는 240억원을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다스 법인세 31억원을 포탈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뇌물 관련 혐의는 상당부분이 유죄로 인정됐다.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 68억여원을 삼성으로부터 받았다는 혐의 중에서는, 2008년 4월 이전 지원받은 부분은 무죄, 이후 지원받은 520만달러에 대해서는 유죄라고 판단했다. 이 전 대통령이 2008년 3~4월경 김석한 변호사를 통해 전해 들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특별사면, 금산분리 완화 입법 등을 보면 대가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했다.

법원은 그러나 삼성의 다스 소송비용 대납 관련 ‘직권남용’ 혐의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헌법과 법률상 대통령이 공무원에게 미국 소송을 검토하게 하고, 소송 경과 보고하게 지시할 수 있는 직무상 권한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백준이 이후에도 이 전 대통령의 사적 업무를 그대로 해왔다는 점에서 이 전 대통령이 직권 행사로 의무없는 일을 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네 차례에 걸쳐 특수활동비 7억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사실별로 다른 판결이 나왔다. 2008년과 2010년 김백준 전 기획관을 통해 받은 4억원은 국고손실죄에 대해 유죄, 노물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이 나왔고, 2011년 원세훈 전 원장이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실장에게 보낸 10만달러에 대해서는 뇌물죄 유죄 판단이 나왔다. 2008년 김성호 전 원장으로부터 수수한 2억원에 대해서는 재판부는 무죄로 봤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22억원대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현금 16억원과 의류 1230만원어치가 유죄 판단이 내려졌다. 법원은 이 전 회장이 남긴 메모와 비망록의 신빙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김소남 전 의원에게 뇌물과 정치자금 4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도 재판부는 유죄로 봤다. 다만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 손병문 ABC상사 회장, 지광스님으로부터 받은 10억원은 모두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마지막으로 대통령 기록물을 유출한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의혹만 가득했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피고인이 대통령 재임 시절 저질렀던 다른 범행들이 함께 드러남으로써, 당시 피고인을 믿고 지지하였던 국민들은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큰 실망과 불신을 안겨주었다”며 “그럼에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공판은 TV로 생중계됐다. 이 전 대통령은 건강 문제와 국격의 문제 등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뒤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구치소 교도관을 통한 신병 확보가 어렵고, 구속기간 만료가 다가오는 점을 이유로 들어 이 전 대통령 없이 선고 공판을 진행했다.

한편, 이날 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를 맡은 정 부장판사는 좌파 성향의 판사 모임으로 알려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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