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사(不祥事) 초래한 과도한 정권 홍보
-정부와 정치권·언론·국민 간 양방향 소통 부재
-국민과 지키지도 못할 약속...'5대 인사 원칙 ' 대선 공약 셀프파기

전임 박근혜 정부를 '불통(不通) 정부'로 비판하고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초기부터 '쇼통'(Show + 소통)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어왔다. 쇼통은 '정부가 정책 성과보다는 소통 연출에 골몰한다'는 취지의 언어유희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 처음 거론한 말이지만 단순히 '반대를 위한 반대' 정치논리로 치부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정부와 정치권·언론·국민 간 양방향 소통이 사실상 부재하다는 한계도 역력하다. 야권과는 대화·협상으로 온전히 타결을 이뤄 낸 사례가 드물고, 언론과의 접촉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정권에 '불편한' 현안에 관한 실질적인 질문과 답변이 이뤄진 적도 없다. 출범 195일 만에야 1기 조각을 끝낸 인사 참사, 외교안보 문제의 잇단 혼선, 대북 문제 청사진, 탈원전과 공론화위원회 운영 자체에 대한 국민적 의혹 제기에도 모르쇠나 논점일탈로 일관했다.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옮기고 퇴근길에 소주 한잔 같이 할 수 있는 대통령' 공약은 실종됐고, 문 대통령은 특히 부담스런 사안에 대해 전면에 나선 적이 별로 없다.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한다며 활성화한 '국민 청원' 게시판이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계기로 한 '대통령의 24시간 공개'는 본래 취지에서 엇나갔다. 청와대가 국민 여론과의 간극을 해소하기 보다는, 매사 인기 몰이의 중심에 서고자 무리수를 연발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면서도 작년 말부터 불거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몰래 특사'와 '대통령-대기업 총수 면담' 의혹과 같은 중요 현안에는 어김없이 입을 닫거나 말바꾸기·언론 압박으로 대응했다. 전임 정부들을 뺨치는 '불통 행보'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문재인 정부 출범 하루 만인 2017년 5월11일 청와대가 공개한 이른바 '커피 산책' 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경내를 거닐며 참모진과 커피를 한 잔씩 들고 자연스레 대화하는 모습으로, 청와대가 열린 소통의 주체라는 이미지 피력에 기여했다. 사진 왼쪽부터 조국 민정수석,권혁기 춘추관장,문 대통령,이정도 총무비서관,조현옥 인사수석,송인배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일정총괄팀장,윤영찬 홍보수석,임종석 비서실장.
문재인 정부 출범 다음날인 2017년 5월11일 청와대가 공개한 이른바 '커피 산책' 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오후 청와대 경내를 거닐며 참모진과 커피를 한 잔씩 들고 자연스레 대화하는 모습으로, 청와대가 열린 소통의 주체라는 이미지를 풍기려 했다. 사진 왼쪽부터 조국 민정수석,권혁기 춘추관장,문 대통령,이정도 총무비서관,조현옥 인사수석,송인배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일정총괄팀장,윤영찬 홍보수석,임종석 비서실장.

 

●文정부 쇼통 논란, 5대 인사 원칙 '셀프 파기'서 촉발

문 대통령은 지난해 3월22일 대선 후보로서 "병역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의 5대 비리 행위자는 고위공직 임용에서 철저히 배제하겠다"며 '고위공직자 인사추천실명제' 도입 등도 약속했다. 그러나 전임 정부와 차별화하겠다며 내놓은 '5대 인사 원칙'을 내각 인선 첫발부터 '셀프 파기'했다. 

그가 작년 5월 취임 첫날 지명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른바 '5대 비리' 중 논문표절을 제외한 4가지 의혹에 휩싸인 채 국회의 인사청문심사경과보고서 채택 난항을 겪다가 자유한국당이 빠진 채 채택과 임명을 거쳤다. 같은달 외교·안보 라인(21일)보다 먼저 지명(17일)한 '재벌 저격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첫 여성 외무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병역 면탈 외 4가지 비리에 해당돼 청문보고서 채택 자체가 불발됐지만 임명을 강행했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임종석 비서실장이 5월26일 브리핑을 통해 "선거 캠페인과 국정 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 없다"고 해명했지만 자신들이 야권 시절 고위공직자 인선 때마다 목소리를 높인 혹독한 비난을 떠올리면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행태였다.

다른 장관급 인사에서도 김은경 환경부·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정현백 여성가족부·조명균 통일부 장관 및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인사가 5대 원칙 파기와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안경환 법무부장관·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박성진 중소기업벤처부장관 후보자 등은 낙마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런 진통을 겪고도 정부는 11월21일 마지막 공석인 중기부 장관에 '중소기업인 비하 언급', '부의 대물림 이중잣대'로 물의를 빚은 홍종학 전 의원 임명을 강행, 1기 조각을 겨우 마쳤다.

청와대 참모진의 경우도 그리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 비서진에 '전대협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대거 입성했고  '왜곡된 성(性) 인식' 발언 전력이 있는 탁현민 씨는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 임명됐다. 청와대 비서실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념적 정체성을 묻는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의 추궁에 임종석 비서실장이 "그게 질의냐"고 목소리를 높여 반발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연출 치중·자화자찬·선별적 국정홍보'로 논란 확산…"任의 침묵" 빈축

쇼통 논란은 인사 논란으로 표면화했지만, 정치권과의 소통 부재로 인한 뿌리가 더 깊다. 집권 첫날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당사를 잇따라 방문해 야당과의 '협치(協治) 시동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으나, 이내 김이 빠졌다.

청와대는 수차례 여야 지도부를 초청 회담을 가졌지만 단 한 번(5월19일 원내대표 초청 회담)을 제외하고 모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채 강행해 '반쪽짜리 회담'이라는 한계를 드러냈다. 여·야·정 협의체를 종종 화두에 올렸지만 "대통령과 정부 주재의 일방적 국정설명회식 성격"이라는 한국당의 반론 이상의 논의가 진전된 바 없다. 

회담을 거듭할 수록 '한국당 패싱'만 고착화됐다. 7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1대 1' 회담 제안을 거듭했지만, 청와대가 기존 '1대 다'를 고집하면서였다. 9월 정기국회 초기, 11월1일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 즈음해 문 대통령은 '여야정 국정 상설 협의체'를 거듭 공개 제안했으나 야권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국정 자체도 내실보다 홍보에 치중했다는 비판의 소지가 적지 않다. 중앙직 등 공무원 1만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한 이른바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6월9일)되기도 전인 6월7일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했고, 닷새 뒤 문 대통령이 국회에서 PPT를 활용한 최초의 '추경안 시정연설'에 나서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소통 노력이 돋보인다고 여권은 '자화자찬' 무드였지만, 야권은 문 대통령이 당시 5대 인사 원칙 파기 등 논란에 침묵한데다 추경안에 "무턱대고 찬성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며 냉소를 보냈다. 추경 협상 중에도 여권은 "추경은 타이밍"이라며 "인사 문제와 연계하지 말라"고 공무원 증원에 반대하는 야권과 대립했다. 결국 추경안은 국회 제출 45일이나 지난 7월22일, 그마저도 한국당이 표결을 거부한 가운데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정부는 8월 들어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17일)와 방송 3사 생중계 국민 보고대회(20일)를 불과 사흘 간격으로 열었다. 각각 '각본 없는 기자간담회', '토크쇼 형식 보고대회'라며 소통 이미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정작 탈원전·북핵대응·한미FTA·부동산 정책 등 '불편한' 현안에 관한 질문과 답변이 오가지 않았다. 야권은 "국회와의 소통은 없었다", "'어떻게'가 빠진 청사진", "그들만의 잔치" 등으로 혹평했다.

12월 하순, 충북 제천 화재 참사와 관련 문 대통령 현장 방문을 홈쇼핑 식으로 방송해 논란이 된 KTV '이니특별전'은 쇼통이 도를 넘은 사례로 거론된다. 코너명에 사용된 '이니'부터가 문 대통령 이름의 마지막 글자를 이용한 극성 지지층의 애칭이다. 방송 중 화면에는 참사 보도와 어울리지 않는 각종 밝은 색상으로 "제천 화재 '눈물의 영결식'", "문 대통령, 제천 합동분향소에 조화", "정책홈쇼핑.kr", "한(恨) 남지 않게 사고 조사 철저 지시" 문구가 떠다녔다.

SNS를 중심으로 파문이 일다가 수일 지나 언론계에서 문제삼은 뒤에야 KTV는 해당 코너 폐지와 책임자 징계를 결정했다. 일각에서 이를 '친정부 보도 논란'에 국한시켰지만 "참사 수습도 홍보 대상이냐"는 공분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니특별전' 사건보다 파문은 작았지만,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SNS를 통해 문 대통령의 참사 유족 장례식장 방문 직후 "OOO는 대통령!"을 연발하며 대통령 책임론 불식시키기에 나선 것도 참사 계기 홍보가 지나쳤다는 일각의 빈축을 샀다. 

 

사진=한국정책방송원(KTV 국민방송) '이니특별전' 화면 캡처
사진=한국정책방송원(KTV 국민방송) '이니특별전' 화면 캡처

 

시작부터 '보고 누락' 파문으로 요란했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논란도 청와대가 현안에 따라 소통과 불통을 넘나든다는 지적 대상이다. 청와대는 5월30일 "문 대통령이 격노했다"며 사드 포대를 구성하는 '발사대' 6기 중 4기 반입을 대대적으로 문제삼았다.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에 대한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6월 초부터는 경북 성주 사드 부지에 대해 국방부가 실시하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백지화하고 새 방식으로 하라고 지시해 논란을 키웠다. 그러나 7월 북한이 '화성-14형' 탄도미사일 도발을 하자 사드 '임시 배치'로 태도를 바꿨고, 9월6일 국방부가 배치를 완료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8일 밤중에 문 대통령의 '서면 입장문' 배포로 조용히 무마했다. 청와대가 스스로 강조했던 '절차적 정당성'이나 소통의 흔적은 찾기 어려운 과정이었다. 한국당은 "그동안 보여왔던 '쇼통'은 왜 사드 배치에만 적용되지 않는 것인가"라고 직격했다.

10월21일 복어잡이 어선 '391흥진호'가 대화퇴어장 한일 공동어로 수역에서 북측에 나포된 사실이 엿새나 지난 27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로 알려진 사건도 도마 위에 올랐다. 흥진호 나포 기간 동안 문 대통령은 25일 광주로 내려가 프로야구 시구 행사를 하고 있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해경이 선박 실종을 파악한 지 이틀 뒤인 24일에야 보고받았고 문 대통령에 대한 보고마저 누락했기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 해명이지만 석연찮다. '야당 시절 정부에 요구한 것과 달리 국민 안전에 무관심했다'거나 '내부 소통조차 잘 안 된다'는 빈축을 샀다. 복어잡이철이 아니었다는 속설, 납북사건 치고 이례적으로 송환자 신원이 불투명한 것 등을 둘러싸고 온갖 의혹이 제기됐으나 청와대는 침묵했다.

11월22일에는 닷새 전인 17일 목포신항 세월호 선체수색작업 현장에서 사람 손목뼈 1점이 발견됐지만, 해양수산부 현장수습본부는 물론 김영춘 장관도 이를 인지하고도 미수습자 유가족에게 통보하지 않았다는 보도로 파문이 일었다. 세월호 관련 윗선 책임 추궁이 '전매 특허'였던 여권이기에 더욱 빈축을 샀지만, 결국 '공직기강' 문제로 이를 치부했다.

12월에는 청와대가 직접 언론계와 마찰을 빚고, 대통령 비서실장이 정치권의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 요구도 '기습 휴가'로 회피하는 등 불통의 연속이었다. 문 대통령의 13일~16일 중국 국빈 방문 도중 중국 측 경호인력이 청와대 출입 사진기자 두 명을 집단 폭행한 사건은 '자국 언론인조차 지키지 못한다'는 불만을 낳았다. 청와대는 중국 측에 항의조차도, 한국인터넷기자협회·한국신문협회 등이 요구한 진상규명도 제대로 못 했다. 국내에서는 방중 성과 저해를 우려한 듯한 피해 기자들을 향한 일명 '문빠(문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의 비난, 청와대 출입기자단 해체 국민청원 등을 수수방관했다.

문 대통령 방중에 앞서, 임종석 비서실장은 9일 출국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아랍에미리트(UAE)와 레바논을 방문한 뒤 12일 새벽 귀국했다. 출국, 입국 모두 비공개였고 특사 파견 사실 자체도 출국 다음 날인 10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해 알려졌다. 사후 브리핑은 정권 홍보성 일정이라면 빠지지 않고 기자단에 사전 브리핑을 하던 기존 청와대의 평소 태도로 미루어 보면 굉장히 이례적이었다.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간 청와대에서 비서실장이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음에도, 청와대는 임 실장이 현지 UAE 아크부대와 레바논 동명부대를 찾아 대통령 기념 시계인 '이니 벽시계'를 전달한 장면 등을 적극 홍보할 뿐이었다.

반면 야권에서 끊임없이 제기한 UAE 특사 방문 사유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임 실장에 대한 19일 국회 운영위 출석 요구는 집권여당이 나서서 "정치공세"로 치부했다. 그것도 모자라 임 실장은 운영위 하루 전(18일) 돌연 '3.5일간 휴가'를 내고 출석을 회피, 그러면서도 당일 저녁 재외공관장 만찬에 나타나는 등 소통과 거리가 먼 행보로 일관했다. UAE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MB)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를 만난 사실이 알려지고 'MB 비리 관련설' 보도가 잇따른 것에도, 일체 해명 없이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기행(奇行)을 보였다.

나아가 임 실장의 특사를 수행했던 국가정보원·외교부 측마저 모르쇠로 일관하는 등 여권 전체가 전임·전전임 정권을 향해 전가의 보도처럼 입에 올리던 국민의 '알 권리'를 내팽개쳤다. 그러나 임 실장 특사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은 와중임에도, 정권에 유리한 현안으로 옮겨가자 이율배반적 행보를 보였다. 외교부는 27일 장관 직속 한·일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가 검토 보고서 발표를 통해, 적어도 30년 지켜져야 할 대외비 외교 문서 내용을 자신있게 공개하면서 "국민의 알 권리"를 들먹였다. 국가의 외교 신뢰를 실추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애써 무시했다.

●만사를 청와대가 직접…입맛대로·좌충우돌·언론소외

청와대는 '직접민주주의 실현'을 내걸고 홈페이지와 SNS 등을 통해 국민과의 직접소통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지난해 8월19일부터 직접 운영해온 '국민청원' 게시판은 일평균 500건의 청원이 쇄도한 가운데 '여성 징병제 추진' '낙태죄 폐지' '조두순 출소 반대' '권역외상센터 지원 강화' '주취감형 폐지' 등이 다수의 추천을 얻어 논쟁과 함께 여론 형성의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명박 전 대통령 출국금지·한국당 해산 등 특정 정파의 정당과 인사를 겨냥한 청원, 청와대에 문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청원, 히딩크 감독의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재등판·군내 위안부 설치·제사 폐지·특정 법안의 폐지 등 상식과 대통령 권한 밖의 청원이 빗발쳐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국민청원이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고민을 겪었다고 한다.

권 한국당 의원은 국민청원 도입 당시 청와대가 '일정 수준 이상의 추천을 받고 국정현안으로 분류된 청원에 대해, 가장 책임있는 정부 및 청와대 당국자(장관, 대통령 수석비서관 등)의 답변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답변 기준을 제시했지만, '여성 징병제' 청원이 2주 만에 12만명 이상의 추천을 얻어낸 도중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으로 답변 기준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백악관 청원 사례와 비교해 "인구가 (6배인) 3억이 넘는 미국은 (절반에 불과한) '30일간 10만명'이라는 기준에 비해 12배나 높게 기준을 마련해 곤란한 답변을 피한 것"이라며 "여성 징병제에 찬성하면 여성 지지율이 떨어지고 반대하면 남성의 지지율이 떨어지니 이를 의식한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홈페이지 국민청원은 애초 여론수렴 창구에 불과하며, '청원법에 의한 청원에서 벗어났다'는 본질 비판도 적지 않다. 1961년부터 적용 중인 청원법에 따르면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와 그 소속기관, 법령에 의하여 행정권한을 가지고 있거나 행정권한을 위임 또는 위탁받은 법인·단체 또는 그 기관이나 개인'으로 청원 대상이 규정돼 있음에도, 청와대가 '만인의 해결사'를 자처하는 듯한 청원 운영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취지다.

이외에도, 앞서 인사 참사 등 중요 현안마다 두문불출하던 조국 민정수석이 돌연 낙태죄 폐지 등 현안에 '동영상 답변'을 하고자 얼굴을 비친 것도 쇼통 아니냐는 정치권의 비판을 받았다. 아울러 낙태 관련 '교황의 발언을 왜곡 전달했다'는 천주교의 반발까지 샀음에도 조 수석의 직접 해명이 없어 양방향 소통의 진정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을 초래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서는 야권 시절 박근혜 정부를 겨누는 데 이용한 '세월호 7시간' 의혹을 구실로 대선 때 공약한 '대통령의 24시간' 일정 공개도 이행 중이다. 그러나 이는 첫 거론됐을 때 대통령 경호·보안상 문제가 있다는 우려를 낳은 데다, 막상 뚜껑을 여니 사후 공개에다 24시간 공개와는 거리가 멀다는 실망을 자아냈다. 언론 보도로 공개된 내용을 벗어나지도 않으며 틀린 내용이 게재되기도 해 '용두사미' 격이라는 빈축을 샀다.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이 주도하는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 등은 일방적인 홍보 성격이 강한데다 청와대 기자단의 취재영역과 역할을 제한한다는 언론계의 불만을 샀다. 일부 친여(親與)성향 언론에서조차 "취재원을 영상으로 접해야 하는 현실"을 지적하거나, "인사 발표 이후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전까지) 문 대통령과 취재진이 대화를 나눈 건 한미 정상회담 차 미국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간담회가 유일"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백악관의 눈브리핑(noon briefing)처럼 현안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을 기회를 정례화하는 방식도 고려해 봄직하다"는 건의도 있었으나 연말까지도 청와대는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그나마 각본 없이 진행된 올해 1월10일 내·외신 신년 기자회견에서 비슷한 요구가 나왔지만, 문 대통령은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영상 중계는 더욱 강화했다. 청와대는 작년 11월3일부터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 페이스북 방송을 고민정 부대변인이 맡아 진행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한을 앞둔 11월6일 청와대 경내 공식 환영행사 연습 장면을 촬영해 선보였다. 방한 첫날인 7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방문 사전에 박수현 대변인이 페이스북 생중계를 시도하는 '무리수'를 뒀다가 미국측 경호관계자에게 "우리 대통령이 오면 그만두라"는 경고를 받고 6분여만에 중단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캠프 험프리스 취재는 주한미대사관이 문화체육관광부에 요청해 선정된 매체에만 허락된 것이었기 때문에, 사전 협의 없는 청와대의 생중계는 출입기자들의 항의를 받았다고도 한다.

청와대는 연말 들어 직접 홍보에 열을 올리다가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을 스스로 조롱하는 '대참사'를 낳기까지 했다. 청와대는 12월27일 문 대통령이 더 디플로맷(The Diplomat)이라는 이름의 외교안보 전문지로부터 '올해의 균형자 상'(The balancing act award: Moon Jae-in)을 받았다고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 방송을 통해 발표하고 28일 페이스북 글로도 소개했으나, 하루 만에 '정반대'인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샀다. 29일 네티즌과 언론 보도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문제의 더 디플로맷 칼럼은 해마다 아시아·태평양 10개국 지도자를 선정해 조롱에 가까운 풍자를 가하는 내용이었다.

최근 사실상 절대권력을 구축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는 '레닌 파워 상', 이율배반적 인권 행보로 논란 대상인 미얀마의 수치 여사에게는 '지킬 앤 하이드 상', 도를 넘는 마약사범 총살로 비난받아온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 대해서는 '일단 쏘고 나중에 묻는다 상'을 수여했다. 인도의 모디 총리를 겨냥해선 인기몰이에 치중한다는 의미로 '비틀즈 상'을 준 가운데, 문 대통령에 대해서는 '적이 필요없을 정도로 미국과 중국을 적대적인 친구로 두게 됐다'는 취지로 외교 실패를 비꼰 것이었다. 관련 보도가 잇따르자 청와대는 뒤늦게 인용된 칼럼이 "풍자적 요소를 담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상황을 냉정하게 전달하면서 The balancing act award라 표현하고 있어서 소개했다"고 실수 논란을 애써 외면했다.

성기웅 기자 skw24@pennmike.com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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