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로 소개되는 시장경제의 독과점, 공공재부족, 외부효과, 경제적 불평등
록펠러의 ‘독과점’이 기여한 미국의 경제 성장은 가르치지 않아
공공재 부족은 가르쳐도 공유지의 비극은 안 가르쳐
경제적 격차가 반드시 위화감 부르나

조윤희 부산 금성고 교사

자본주의의 발달과정을 학습하고 신자유주의의 오해도 조금씩 풀며 시장경제의 이해 장면에 이르렀다. 학생들에게 시장경제의 강점과 장점을 일러주어야 했지만 교과서는 유감스럽게도 필자의 생각과 전혀 다르게 전개되고 있었다. 강점과 장점보다는 시장경제의 한계가 더욱 장황한 교과서! ‘시장실패’라는 허무맹랑한 용어를 걸러주었다고 선택한 교과서였지만 시장경제의 한계에 비해 거의 찾을 수 없는 시장경제의 장점. 이 교과서만의 문제는 아닐듯하다.

● ‘장점’은 두 줄, ‘한계’는 두 쪽

“시장경제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엥? 선생님. 없어요!”
“잘 찾아보세요. 거기...”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장경제의 장점은 ‘시장가격을 통한 자유로운 거래와 효율적 자원배분’. 그뿐이었다.

그림 . V-2.시장경제와 경제주체의 역할 137 쪽
그림 . V-2.시장경제와 경제주체의 역할 137 쪽

그리고 이어지는 시장경제의 한계.

두 쪽에 걸쳐 친절(?)하게 기술하고 있었다. <역사 속의 사회> 코너와 <생각을 키우는 활동>까지 추가해서.

학생들에게 시장경제의 한계를 교과서에서 어떻게 설명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 부정적 측면을 제시하는데 0.1초도 걸리지 않았다. 독과점의 폐해부터 경제적 불평등까지. 교과서의 ‘독’이 대체로 그렇다.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것. 답정너! 라는 것.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독점기업은 나쁜가요?”

“예!”
한 목소리였다. 독점은 나쁜 것! 왜 독점이 나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학생들은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갑질’을 할 수 있고, 멋대로 가격으로 장난을 칠 수 있다고 했다. 기업들끼리 서로 경쟁을 해야만 눈치를 보고 일방적인 갑질을 할 수 없는데 독점을 하면 자기들이 멋대로 해버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틈을 놓칠새라 질문을 이어갔다.
“그럼, 기업끼리 치열하게 경쟁 하는 것은 좋은 것인가요? 치열한 경쟁이 좋다는 것은 인정?”
“음...”
잠시 눈치를 보더니 그것은 인정한다고 했다. 학생들은 늘 자신들이 치열한 입시 경쟁의 ‘피해자’란 선입견 때문인지 경쟁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 없이 늘 부정적으로 인지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래, 경쟁은 나쁜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그 다음으로 넘어갔다.

● 독과점에 순기능도 있어, 록펠러가 밀어붙인 ‘갤런 당 6센트’!

독점이 늘 나쁘다고? 그러나 독과점으로 인해 기술개발에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 짐도 설명했다. 교과서에서는 독과점의 폐해를 설명하기 위해 ‘담합’을 언급했고, 독과점의 긍정적 측면도 부정적 측면도 설명 가능한 사례인 ‘록펠러’를 제시하고 있었다.

그림 2. V-2.시장경제와 경제주체의 역할 137 쪽 하단
그림 2. V-2.시장경제와 경제주체의 역할 137 쪽 하단

이렇게 교과서에서는 독과점의 부정적 측면만을 언급하여 시장경제의 한계를 설명하는 것으로 끝을 내고 있었다. 그러나 실상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니만큼 설명은 추가되어야 옳았다.

“자, 그럼 생각해 봅시다. 록펠러가 석유 사업을 시작하기 이전 미국의 밤은 어두웠어요. 전기가 없던 시절, 밤에 어둠을 밝히려면 호롱불을 켜야 했는데 기름이 필요 했지요. 당시 등유 가격은 갤런 당 30센트로 너무 비쌌으니 미국에서도 부자가 아니면 감당할 수 없었구요.

록펠러가 기여한 점은 바로 그 등유 가격을 짧은 기간에 파격적으로 낮춘 데에 있어요. 그는 갤런 당 30센트였던 등유의 가격을 7년 만에 반의 반 값인 6센트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무자비’ 하다고 비난받을 정도로 사업을 확장하고 생산량을 늘렸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록펠러는 그렇게 ‘독점’을 한 것이지요. 그 결과 대부분의 가난했던 미국인들조차도 록펠러의 기름으로 호롱불을 켤 수 있었고 어둠을 밝힐 수 있게 되었어요. 록펠러 덕분이고 그의 독점 덕분이에요. 록펠러는 미국인들에게 싸고 좋은 등유와 휘발유를 공급한 대가로 역사상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것 이구요.”

그러나 책에서는 독점의 긍정적 측면은 결코 말해주지 않았다. 비로소 학생들은 독과점의 양면을 알았고 또 들을 수 있었다.

● ‘공공재 부족’만큼 중요한 ‘공유지의 비극’

공공재의 비배재성과 비경합성을 설명하고 나자 학생들은 기업에만 맡겨서는 공공재가 부족할 수도 있겠다는 교과서의 이야기에 공감했다. 그러나 공공재와 유사한 공유자원(공유지)의 한계도 지적해야 했다.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 공공재도 공유자원(공유지)도 모두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비경합성이 있는 공공재는 정부의 힘으로 계속 공급이 가능하다고 믿게 기술되어있다. 그와 유사한 공유자원(공유지)은 공공재와 달리 경합성이 있어서 ‘공짜’인 듯 착각을 하는 순간 황폐해지고 비극이 찾아온다는 점도 알려야 했다. 공공재든 공유자원이든 실은 ‘공짜’가 아니므로 누군가는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무임승차가 만연할 수도 있다. 교과서에서는 다루고 있지 않지만 ‘공유지의 비극’을 방지하려면 정부의 규제보다 사적 경계를 지어주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공공재나 공유지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지 않는 순간, 이 모든 것을 ‘시장의 실패’라는 어설픈 논리의 근거로 만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공짜란 없음을 학생들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 경제적 불평등 아닌 경제적 격차, 공정한 경쟁으로 인한 경제적 격차는 자연스러운 것

가장 불편한 이야기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경제적 불평등’. 교과서에서 다루는 ‘경제적 불평등’을 보자.

그림 3. V-2.시장경제와 경제주체의 역할 138 쪽

어느 정도의 경제적 불평등은 개인이 노력하도록 하는 유인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심할 경우 사회 계층 간에 ‘위화감을 조성’하여 ‘사회 불안’이 생기고, 경제 활동의 원활한 순환을 막아 ‘경제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기술되어 있다.
질문했다.
“경제적 불평등은 나쁜가요?”“당연하죠!”
“왜요? 왜 경제적 불평등은 나쁘죠?”“위화감을 조성하고 또 재벌회장 같은 사람들이 아랫사람을 무시해요. 땅콩사건 보세요, 샘!”“위화감? 나보다 돈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다 위화감을 느껴야 하나요? 그리고 그렇게 위화감이 느껴지는 것은 꼭 나쁜 것인가요?”갑자기 교실에선 정적이 흘렀다. 왜 당연한 것을 묻느냐는 듯한 얼굴표정이었다.

열심히 일을 해서 나보다 많은 돈을 번 사람은 그 노력의 대가로 번 돈이 자기 것이 될 것이란 확신 때문에 열심히 일했고 그래서 부자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열심히 일해서 그들이 번 많은 돈은 그 사람 것인데, 왜 여러분이 위화감을 느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냥 ‘배 아픈 질투’는 아니냐고 물었다. 대답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거퍼 질문을 했다. ‘땅콩 사장’이 부하 직원에게 못되게 굴어 그 회사 직원이 모욕감을 느끼고 명예가 훼손되었다면, 그렇게 한 사람이 재판을 받고 벌을 받으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최선을 다해 돈을 번 사람들은 그 돈으로 사회에 세금을 냈고, 일자리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돈 벌 기회를 제공했는데 왜 우리가 그들에게 우리가 위화감을 느껴야 하느냐고 거듭 질문했다. 그러자 부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고 탈세도 하지 않느냐는 볼 멘 소리가 또 들려왔다.모든 부자들이 다 세금을 내지 않겠느냐고 되물었고, 정말 그렇게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호되게 혼이 나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부자라서 세금을 안 내는 것이 아니고 나쁜 사람이어서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일 뿐이라고. 이번엔 필자의 차례였다.

그림 4. V-2.시장경제와 경제주체의 역할
138 쪽 하단 <생각을 키우는 활동>

“여러분은 부자들이 세금을 잘 내지 않는다고 생각했지요? 우리나라에서 세금을 내지 않는 근로소득자들이 얼마나 될까요?”

“음, 10% 요?”

“우리나라에 세금(근로소득세)을 내지 않는 면제자가 46.5%나 되서 미국(32.5%) 캐나다(17.8%) 일본(15.5%) 영국(2.3%)보다 훨씬 높아요. 그럼 지금 열심히 세금을 내주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화감 운운하는 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일 수도 있어요.”

학생들은 그렇게나 많을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열심히 벌어 세금 내는 사람들이 단지 부자라는 이유로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편견일수도 있다고 말해 주었다.

공정한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그 시장에서 선택받아 부를 쌓아간 사람들. 그러한 소득의 격차는 사람들마다의 재능과 능력에 의한 것이며, 그로 인한 격차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무턱대고 나쁜 것이고,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이고, 없애야만 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치 시험공부를 위해 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성적이 다 다르며, 실상은 공부시간도 서로 다르니 성적이 다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을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듯이.

교과서의 <생각을 키우는 활동>의 예시답안을 함께 보았다.

시장경제의 한계 중 경제적 불평등을 극복하는 방안이 ‘고소득층에게 세금을 더 거두어 복지정책을 해주면 된다’는 것으로 적시되어 있었다. ‘부자를 압박해 세금을 더 뜯어내자’가 교과서가 가르치는 답이라니!

시장의 장점을 자유로운 거래와 효율적 자원배분이라는 달랑 두 구절로 표시하는 철학에서 어떻게 경제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제대로 나올 수 있을 것인가.
기업가 정신과 일자리 창출로 경제적 성장을 하고 부를 증대시켜야만 조세도 증가되고 복지가 확대될 수 있음이 어떻게 논의될 수 있겠는가. <생각을 키우는 활동>을 보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이 교과서대로 배운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할 뻔 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림 5. V-2.시장경제와 경제주체의 역할 138 쪽 하단 '생각을 키우는 활동 2번 예시답안
그림 5. V-2.시장경제와 경제주체의 역할
138 쪽 하단 '생각을 키우는 활동' 2번 예시답안

“선생님. 그럼 시험문제에 시장경제의 한계를 고르시오. 그러면 어떻게 해요?”

“응? 선택형 시험문제 풀 때는 교과서대로 적으세요. 수행평가에선 다르게 할 테니. 논리적 구성을 갖추면 점수엔 이상이 없습니다.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자신의 견해를 적으면 되니까요.”

학생들의 곤란한 마지막 질문에 정신을 차리고 답변을 하며 수업을 마쳤다. 미안하지만 그렇게 이야기 할 수밖에 없었다. 시장경제를 제대로 가르치는 길은 멀고도 험하기만 하다.

조윤희(부산 금성고 교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